[공존칼럼] 가끔은 연애 소설을 읽자, 영원한 러브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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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가끔은 연애 소설을 읽자, 영원한 러브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19.12.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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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로나 시가 조성한 셰익스피어의 1597년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동상과 발코니. 사진 / 셔터스톡
이탈리아 베로나 시가 조성한 1597년 셰익스피어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동상과 발코니. 사진 / 셔터스톡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연애하는 자는 여름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거리는 거미줄을 타도 안 떨어진다는 거야. 사랑의 기쁨은 그렇게도 가벼운 것이거든.”

철천지원수지간인 두 집안 부모 몰래 올리는 비밀 혼인식을 주관한 성당의 신부가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며 한 말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불멸의 연애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다.

‘요즘 2030세대는 연애를 포기했다느니‘, ’연애 세포마저 죽었다느니‘ 자조적인 어조의 말이 나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여기에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니 요즘 세태가 이렇다. 젊은이들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이 연애라면 이건 정말이지 슬픈 현실 아닌가. 러브스토리마저 고갈돼가는 시대에 고전 청춘연애 작품 한 편을 소환해보자.

청춘 연애 작품의 최고봉은 1597년 셰익스피어가 발표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닐까. 비극적 결말일지라도 400년이 훌쩍 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청춘 러브스토리의 대명사로 전해진다. 셰익스피어의 입체적이고 풍부한 전개는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의 운명 비극을 중세시대를 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이야기로 심금을 울린다.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불길이 타오르듯 빠르고 격렬하게 전개돼 비극으로 침몰해간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루지 못한 채 비극으로 끝난 사랑만을 이야기했다면 이 작품이 이토록 영원하지는 않았으리라.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숨 막히는 비극적 결말로 치달은 원인을 두 집안 부모들의 해묵은 반목과 증오심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작품에 담아내었다.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두 가문은 애초부터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이 숙명일 수밖에 없었다. 두 집안의 하인들까지 서로 스치기만 해도 싸우며 칼을 빼들고 패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시민들도 합세하여 편을 갈라 싸우는 통해 베로나는 두 쪽으로 나뉘었다.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전해오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셰익스피어가 극화한 작품이다.

두 남녀의 사랑은 우연으로 시작돼 악운이 겹치고 비극이 빚어진다. 그렇기에 이 러브스토리는 더욱 극적이면서도 애틋하게 전해지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중세시대 처녀 줄리엣의 대담한 행로는 죽음마저도 두려워하지 않는 신비로운 영역이 남녀의 사랑임을 말해주지 않는가. 사랑의 결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비극적일수록 영원불멸로 남는 것은 매혹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아이러니다.

극작가였으며 배우이기도 했던 셰익스피어가 서른 살이 넘은 시기에 쓴 첫 비극 작품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당시 미천한 직업으로 여겨지는 극단의 전속 작가이자 배우를 하며 많은 역할을 연기해서인지, 인간이 가진 감정의 밑바닥을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일까.

셰익스피어는 비극 작품 중 최초로 발표한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4대 비극이라 일컫는 『햄릿』, 『오델로』, 『리어왕』, 『맥베드』를 차례로 썼다. 인간이 가진 가장 어두운 감정인 악·음모·배신·증오와 죄업이 최후의 대단원을 향해 달려간다. 셰익스피어의 섬세하며 풍부하고 현실적인 표현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전혀 빛바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가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곤 한다.

놀랍게도 『로미오와 줄리엣』은 단 5일간 벌어진 사건이다. 사랑에 눈이 먼 젊은 연인의 운명적인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불같이 타올라 죽음마저도 건너뛰었다. 훌륭하고 멋진 청년 로미오, 뛰어난 미모에 고운 심성을 가진 줄리엣이지만 두 가문의 지독한 갈등은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줄리엣에게 청혼한 백작의 자제 패리스, 줄리엣을 아끼는 사촌 티볼트까지 불행한 악연으로 얽혀 젊은이들이 모두 죽는다. 두 가문의 원한이 젊은 연인의 사랑으로 풀리기를 원했지만, 가문의 수장들은 자식들을 모두 잃은 후에야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작품 중 가장 절정인 비극을 연출한 『리어왕』 역시 세 딸을 모두 잃고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에 몸부림친다. 왕국의 영토와 소유권을 나눠주기 위해 세 딸을 시험에 들게 하고, 가장 정직한 답을 한 막내딸을 향한 노여움이 끝내 골육상쟁의 참극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리어 왕의 충직한 신하 글로스터 백작 역시 서자 에드먼드의 음모에 빠져 적자 에드거의 효심을 알아보지 못한 채 두 눈이 뽑히는 형벌을 당했다. 자식들의 희생을 대가로 그때서야 진리를 깨닫는 노인들,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를 비극적 결말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작품이다.

혹자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이외 로미오와 줄리엣을 포함해 5대 비극이라 부르기도 한다.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은 현대인의 행복과 불행 그리고 삶을 둘러싼 모든 조건을 대비시켜봐도 그 서사는 지금와서도 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누구나 셰익스피어는 알고 있지만 막상 그의 희곡을 읽는 이는 얼마나 될까. 450여 년 전에 쓰였던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놀랄 정도로 표현력은 생동감이 넘치고 날카롭다. 문학이라는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가장 상류에서 흘러내리는 샘물과도 같은 셰익스피어다.

청년들의 연애 기피, 나아가 연애 포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청년들에게 물어보니 연애 중인 남녀는 30%가 되지 않았다. 경제적인 이유, 취업 준비, 직업 불안정, 주거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젠더감수성’까지 요구받으니 점차 이성교제가 힘들다고 말한다. 흔한 말로 “모태 솔로로 살다 죽겠다”고 하는 청년들도 있다.

그렇더라도 말이다, 가끔은 연애 소설을 읽자.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절한 이야기는 여전하다. 스탕달의 『적과 흑』은 또 어떤가. 하층민의 아들 쥘리앵과 귀족부인 레날 부인, 쥘리앵을 사랑하는 마틸드의 삼각관계는 매혹적인 비극의 미학을 그려낸 걸작이 아니던가. 다시 읽노라면 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운 문장과 가슴이 여전히 뜀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인문학이 항구적이 듯 감미로운 청춘 연애 소설 또한 항구적이지 않겠는가. 비록 운명적인 비극으로 끝날지라도!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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