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김진표 총리 반대’ 외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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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김진표 총리 반대’ 외치는 이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2.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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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세 과세 유예, 법인세 인하 주장, 동성애 반대 등으로 ‘반개혁’ 비판
차기 국무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뉴시스
차기 국무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를 이끌 차기 국무총리에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를 지낸 '경제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당 지지층과 시민단체에서 김 의원의 총리 지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이낙연 총리의 '총선 차출론'이 불거지면서 개각 때마다 국무총리 교체 여부가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국무총리는 장관과 달리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총리 교체 카드를 쉽게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비교적 국회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현직 의원 및 장관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김진표 의원을 비롯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됐고 이 중 김진표 의원의 내정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맡아 경제 정책을 이끌면서 '경제통'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 요직을 맡았다는 경험과 경륜을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김 의원의 총리 내정은 문재인 정부가 후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을 '경제'로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야당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은 현 시점에서는 강한 메리트이기도 하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부적격 인사'임을 계속 강조했던 보수야당이었지만 이들과 관계가 좋은 김 의원이라면 보수야당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진보와 보수의 협치'라는 말이 일부에서는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과 시민단체, 진보언론을 중심으로 '김진표 내정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은 '김진표 내정 즉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겠다', '김진표가 뽑힌다면 내년에 한국당을 뽑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고 시민단체와 진보언론은 김 의원의 과거 행적을 이야기하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전혀 반대되는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임명 반대' 청원이 올라왔고 현재 1만6천여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해 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던 진보 진영에서 내정 및 임명 반대를 외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김진표 의원이 참여정부 경제부총리 재임 중 시행했던 법인세 인하 등 기업중심 정책들이 경제개혁에 역행했고 지속적으로 종교 편향 문제가 지적되는 점을 고려하면 재벌개혁, 갑을개혁, 노동개혁, 주거 민생개혁 등 경제 대개혁과 사회 통합이 절박하게 필요한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라는 중책은 재벌개혁 등 공정경제 구현, 포용적 복지국가, 노동존중 사회 실현 등 국정과제 이행을 촉진하고 독려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권 후반부를 책임질 국무총리에 부적절한 인사가 거론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 경실련은 지난달 26일 성명에서 "차기 국무총리는 관련 정부부처와 국무위원들을 움직여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구조 개혁과 민생경제 회복에 나설 수 있는 인사여야하며 적극적 소통을 통해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해 한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국민소통의 적임자라야한다"면서 "지금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김진표 의원 등 후보자들이 이러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매우 강한 의문이 든다"며 역시 김 의원의 내정 가능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이 이처럼 김 의원의 내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그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특정 종교를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2003년 경제부총리 재직 당시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법인세 인하를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진표 의원이 '론스타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것도 진보 진영에서 김 의원을 반대하는 큰 이유다. 참여연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론스타 사태의 전 과정을 틀어쥐고 국가의 이익이 아닌 론스타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금융질서를 왜곡해 온 모피아의 명단에 김 의원이 올라와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매각의 적법성을 살피지 않은 채 2003년 7월 22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출입은행 소유의 외환은행 지분 32.5%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며 수출입은행이 공식 입장을 밝히기 전에 공표해버렸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종교인 과세 반대, 재벌 친화 정책 등 '우클릭'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한국당 의원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들 역시 '김진표 의원의 내정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종말'임을 내세우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또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동성혼 및 동성애를 반대했고 낙태 금지 입장을 편 것을 두고 인권단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김 의원은 2007년 차별금지법안 입법예고부터 가장 앞장서서 반대해왔다. 김 의원의 국무총리 유력설은 혐오정치의 위험한 신호이며 성소수자 차별을 선동하는 자는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의 총리 내정이 유력을 넘어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보수와의 협치, 국회 동의를 받아야하는 상황에서 적법한 인사라는 의견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에 과연 맞는 인사인지에 대한 의문이 맞서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들이 김 의원의 내정을 결정지을 마지막 변수로 작용할 지 여부와 함께 내정 후 김 의원을 반대하는 여론을 어떻게 달래느냐에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운영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진보진영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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