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2의 조선책략≫ 나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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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2의 조선책략≫ 나와야 할 때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12.0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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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는 아름답지만 최우선 정책으로 삼기에는 어려움 많아
힘의 균형 만들고, 부국강병 도모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
사진 / 국립역사박물관
사진 / 국립역사박물관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1880년 대 조선의 외교정책을 다루고 있는 책이 ≪조선책략≫이다. 당시 일본 주재 청나라 공사관 참찬(參贊) 황준헌이 조선의 외교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이 미친 영향은 컸다. 조정은 통리기무아문, 별기군을 설치하고 청나라에는 영선사, 일본에는 신사유람단을 파견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조선책략은 주변 3강의 힘의 균형과 비례를 바탕으로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국(聯美國)’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의 생존전략으로 주변 열강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만들고, 부국강병을 도모하는 균세론(均勢論)과 자강론(自强論)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도모해야 할 몹쓸 처지에 놓여 있다. 북한 문제만 빼면 당시와 다름없는 이 상황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든 이런 처지를 극복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제대로 된 전략하나 내놓지 못하고 이들 열강에 끌려 다니면서도 입으로만 자주를 외치고 공허한 사회주의 사상만 불어 넣고 있다.

확실한 안보 담보국인 미국과 갈등을 빚고 일본과는 위안부 및 징병문제, 독도문제 등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부딪친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얕보고 함부로 대하는 중국에게는 ‘쓰다’는 말 한마디 건네기도 어렵다. 이 틈을 타서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운운하면서 비웃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에 와서 “세계 평화의 최대 위협은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일방주의, 국제관계 규칙에 도전하는 패권주의”라면서 에둘러 미국을 때렸다. 또 “중국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고,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며,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 물론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는 것도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드보복에 따른 ‘한한령(限韓令)’과 ‘3불(三不/사드 추가 배치 반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반대,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롯데에 대한 제재, 문재인 대통령 ‘방중 혼밥’사태 등을 생각하면 중국의 이중성이 드러나 씁쓸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말이 나왔다. 주둔이든 철수든 모두 가능하다는 전제가 붙어 있고 방위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레토릭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1979년 지미 카터의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 이래 처음있는 심각한 일이다.

혈연적·문화적 동질성을 추구하는 민족주의는 아름답지만 최우선인 정책으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이런 미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보다 폭넓은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이제 ≪제2의 조선책략≫이 나와야 할 때이지만 하나같이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혹시 “미군 철수 시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면 어떻겠냐”고 했다는 문정인 대통령 특보의 말을 제2의 조선책략 쯤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으리라.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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