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묻다⑰] 정은혜 “정치는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 담아야”
상태바
[정치를 묻다⑰] 정은혜 “정치는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 담아야”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12.18 09:20
  • 댓글 0
  • 트위터 414,67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국회의원은 평균 55세 남성으로 구성돼있다. 반면 여성, 청년은 300명 중 저를 포함해 단 3명뿐”이라며 “같은 세대·성별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 이용우 기자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국회의원은 평균 55세 남성으로 구성돼있다. 반면 여성, 청년은 300명 중 저를 포함해 단 3명뿐”이라며 “같은 세대·성별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 이용우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중 몇 없는 청년이자 여성, 또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빈곤 여성, 미혼모, 아동 등 사회 속 가장 약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 의원에게 그가 바라본 한국정치의 다양성을 물었다.

아래는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본인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로는 ‘청년’, ‘여성’, ‘엄마’가 있다. 반면 스스로는 ‘다양성’, ‘변화’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는 크게 다양성이라 말하고 싶다. 특히 ‘다양성의 공존’을 앞으로의 대한민국 키워드로 잡았다. 제가 국회에 들어온 것 자체가 다양성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다양성의 세부안에 어떤 다양성의 상징이 있느냐고 할 때, 저는 여성이자 아기엄마, 청년, 또 동시대를 살아가고 미래세대를 준비하는 시민이라 생각한다.

저는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다 미국 유학 시절을 겪으며 많이 변했다. 한국은 ‘우리끼리’라는 뭉치는 성향이 있는 반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제가 졸업한 케네디스쿨은 성별·나이·국적·인종을 할당해 (입학생을) 뽑는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들의 관점을 보고 듣게 됐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가장 중요한건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평균 55세 남성으로 구성돼있다. 반면 여성, 청년은 300명 중 저를 포함해 단 3명뿐이다. 과거에는 청년과 여성을 대변하는 사람이 없었다. 최근에는 조두순 출소를 1년 앞두게 돼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상임위에도 올라가있지 않다. 이를 볼 때 같은 세대·성별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현 시대의 대표적인 화두 중 하나는 빈곤 문제다. 특히 여성 빈곤 문제에 대한 주목이 커지고 있다.

오늘날 청년, 노인 빈곤이 매우 심각하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세대에 걸쳐 많은 여성들이 빈곤에 놓이는 것을 봤다. 제 부모님은 20년째 독거노인 분들께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이들의 80~90%가 여성이다. 이 분들은 대다수 동네에서 폐지를 주우시며 생활하신다.

제 아버지의 가훈은 ‘돈 벌어서 남주고, 배워서 남주라’이다. 아버지께서는 성경에 나와 있는 ‘고아와 과부를 먼저 도와주라’는 가치를 따르셨다. 오늘날에도 빈곤에 노출되기 쉬운 계층이 바로 혼자 사는 여성, 특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다. 이들은 아이를 돌볼 때 일을 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여성 빈곤은 전 세대에 걸쳐 일어난다.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아동 급식비 ‘찔끔’ 인상과 식품안전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영양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급식비는 지금 22년째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나라의 예산을 ‘어디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쓰냐’는 측면으로 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중 아이 엄마가 있다면 급식비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 것”이라 말했다. 사진 / 이용우 기자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아동 급식비 ‘찔끔’ 인상과 식품안전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영양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급식비는 지금 22년째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나라의 예산을 ‘어디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쓰냐’는 측면으로 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중 아이 엄마가 있다면 급식비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 것”이라 말했다. 사진 / 이용우 기자

-인구의 고령화만큼 ‘국회의 고령화’도 해결해야한다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의 선거제 개혁이 이 같은 세대·성별·계층 등 대표성을 강화함에 있어 어떤 도움을 줄 것이라 전망하는지.

저는 세대공존을 강조한다. 70대 의원이 있는 만큼 20대 의원도 있어야 한다. 20~30대가 한국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면, 의원 300명 중 90명은 이들로 채워져야 한다. 얼마 전 핀란드에서는 34세 총리가 당선됐다. 이것이 핀란드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장관들도 전반적으로 30대이며, 국회의원도 20대라 총리도 자연스럽게 30대가 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선거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고, 피선거권 연령도 18세로 낮춰야한다고 본다. 내가 투표를 할 수 있는 곳에 속했다면, 나는 유권자이자 동시에 출마를 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주어져야한다. 학급에서 반장선거를 하는 것이나, 당의 원내대표 선거에 의원이 출마·투표를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측면이다.

청소년도 정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청소년들은 정당가입이 안된다. 정치적인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얼마 전 한국은 청년기본법을 통과시켰다. 반면 핀란드는 2006년 청소년기본법을 통과시켰다. 핀란드는 청소년이 지역사회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반드시 참여토록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발언권을 주는 측면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당의 경우 선거기획단 15명 위원 중 여성이 5명, 청년이 4명이다. 총선기획단은 그 자체가 공천, 선거제, 할당, 가산점 등을 논하는 굉장히 민감한 자리다. 그곳에서 청년 정책, 청년 공천 등을 논한다면 반드시 청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혜적인 방식으로 정치 및 제도를 편다면, 실제로 청년에게는 불필요한 것들이 나올 수 있다.

선거제 개혁과 관련 비례대표가 늘어나는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렇기에 그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 비례대표는 그 제도 안에서 지역 선거에 나가기 어려운 청년·장애인·다문화가족·농민 등 이러한 분들이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찔끔’ 급식비 인상, 식품안전 예산 삭감 등으로 여론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영양이 매우 중요하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어릴 때 잘 먹은 아이가 나중에도 건강히 자랄 수 있다. 반면 급식비는 지금 22년째 그대로인 상황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많이 올라야 한다. 나라의 예산을 ‘어디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쓰냐’는 측면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국회에 책임이 크다고 본다. (아동 급식비는) 4000~5000원으로도 충분히 올릴 수 있으나,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다. 합의를 못한 가장 큰 점은 ‘아이 엄마’가 없다는 점이라 본다. 국회의원 중 아이 엄마가 있다면 급식비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제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이를 어디에 맡기느냐”였다. 이전까지는 집에서 아이를 전업으로 키웠다. 국회 어린이집을 신청하려 했으나 다른 의원도 신청에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신청해도 집이 부천이다 보니 어린 아이를 태우고 왕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10시 넘어 퇴근하는데, 그 때까지 아이를 맡긴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저도 직장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처지이니, 이보다 더 어려운 중소기업 또는 일반 가정의 부모들은 더욱 맡길 곳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 또는 이 문제를 잘 아는 분들이 대표성을 갖고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법안을 마련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정폭력 피해를 입는 미혼모의 99%가 정부로부터 자립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의식주 해결만큼 미혼모와 그 자녀들의 자존감을 올려주도록 해야한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키워주는 것이 아닌, 가정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관련 입법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사진 / 이용우 기자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정폭력 피해를 입는 미혼모의 99%가 정부로부터 자립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의식주 해결만큼 미혼모와 그 자녀들의 자존감을 올려주도록 해야한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키워주는 것이 아닌, 가정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관련 입법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사진 / 이용우 기자

-가정폭력 피해로부터 벗어난 미혼모의 99%가 정부로부터 자립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관련 예산도 16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를 위한 입법 활동은 무엇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저는 어릴 때부터 미혼모분들과 같이 자라 관련 문제에 관심이 매우 많다. 제 아버지의 목표도 ‘이들을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는 것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라 본다. 정부에서 ‘아이를 키워준다’며 방과 후 시간을 늘릴 것이 아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가정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미혼모 문제에 있어서는 2가지가 반드시 준비돼있어야 한다. 첫째는 의식주 문제다. 미혼모들은 집을 나오면 정말로 갈 곳이 없다. 어떤 분은 갓난아이를 데리고 찜질방에서 생활하셨다.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저는 쉼터에만 그치지 않고, 이들이 작은 전·월세 방이라도 얻도록 지원을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다.

이와 함께 가장 필요한 것은 미혼모와 그 자녀들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것이다. 미혼모들을 만나면서 집, 분유값, 교육비만이 아닌 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의 필요성을 느겼다. 가령 지역사회에서 미혼모 5인 정도를 한 팀으로 꾸려 만드는 ‘자조모임’의 경우, 이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두세 달에 한 번 여행을 다녀오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몇 번의 여행 속에서 아이와 어머니는 돈독해지고, 이를 통한 교류로 우울증을 해소한다.

미혼모는 원 가족으로부터 버림받는 문제를 안고 있다. 상당수의 미혼모들은 가정으로부터 학대를 받다보니, 이로 인한 길거리 생활이 계획에 없던 급작스런 임신까지 가져온다. 하지만 이러한 자조모임이 있다면 미혼모와 아이들의 가치관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미혼모분들과 여성가족부 관계자를 만나 문제를 경청한 바 있다. 관련 입법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남은 임기동안 추진하려는 의정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임기 초반 ‘정은혜 12 생활법’을 발의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까지는 ‘라떼파파법’, ‘조두순접근금지법’ 등 2가지만 발의한 상태다. 정은혜법이란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한 것들을 지적한 법이다. 계획한 스토킹방지법도 제 개인적인 경험과 신림동 주거침입 미수사건을 토대로 가정이 이 같은 공포를 느껴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지금은 미혼모와 관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로스쿨 재학시절 ‘법의 불복종’ 문제와 관련 한국의 ‘베이비 박스(Baby-box)’를 주제로 논문을 만든 적이 있다. 어떤 이들은 “베이비박스가 있기에 아이들이 버려진다”며 불법이라 말한다. 반면 저는 “베이비박스가 있기에 그나마 죽을 수 있던 아이들이 살았다”고 본다. 미혼모가 자녀를 입양 보낼 시, 생모와 자녀가 서로를 찾기 쉽도록 도와주는 관련 등록법도 발의 준비 중에 있다.

-내년 총선에서 출마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다른 지역은 경선 선거인단을 지난 7월에 다 모았다. 저로서는 아직 출마지역을 정하지 못했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당에 기여할 수 있고, 도움이 될시 그러한 지역으로 출마할 계획이 있다. SW

hjy@economicpost.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