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2019년①] 조국, 그리고 우리의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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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2019년①] 조국, 그리고 우리의 2019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2.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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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 왜 어려운 지를 보여준 '조국의 험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은 '개혁'이 왜 어려운지를 우리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은 '개혁'이 왜 어려운지를 우리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2019년, 그에게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한 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힘겨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감찰 무마 의혹'을 이유로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그에게 청구했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들이 모두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되고 자신 역시 공직자의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이들이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누어 시위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2019년 국내 뉴스의 중심은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올 6월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드디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앞서 검찰총장으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강직함을 보여줬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 둘의 '시너지'를 통해 검찰개혁의 불길을 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조국 수석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시련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그의 내정을 전후해 조 장관 일가와 관련된 의혹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부인과 자녀, 동생, 5촌조카 등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인사청문회 개최를 놓고 자유한국당은 '의혹 규명이 먼저'라며 청문회를 계속 미루면서 여야가 힘겨루기를 계속해야했다.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진보 지식인의 대표로 불려졌던 조 장관 후보자에게 분노를 표출한 이들이 늘어났고 서울대, 고려대생들은 '개혁적인 인사라는 이가 딸의 특혜를 묵인했다'며 촛불시위를 하기도 했다. 급기야 8월말, 검찰은 전격적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칼날이 조국 후보자를 겨눈 순간이었다.

조 후보자는 9월 2일, 국회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혹 해명에 나섰다. 딸의 입시 관여 의혹, 사모펀드, 융동학원 문제 등이 주요 대상이었고 간담회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날 조 후보자는 "딸을 취재하겠다는 기자 2명이 밤 10시에 딸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 문을 두드려리며 나오라고 했다. 그렇게 해야하는 것인가"라는 말을 전했고 이는 곧 조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취재에 문제가 있다는 점과 함께 '검찰의 주장만을 받아쓰기했다',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는 언론을 향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각종 의혹은 여전히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던 인사청문회가 9월 6일 열렸다. 여야 의원들의 공방과 고성이 오갔고 심지어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의 중립을 깨고 후보자를 '심문'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가운데 청문회가 막을 내렸지만 청문회가 끝나고 들려온 소식은 바로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던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여사의 검찰 기소였다.

장고 끝에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이 때부터 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 '검찰개혁 조국수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초동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반대파들은 광화문에 모여 집회를 시작했다. 이 때부터 어느 곳에 사람이 더 많았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고 '나라가 둘로 나누어졌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론 분열을 일으켰다'는 야당의 비판까지 나왔다.

조국 장관은 "검찰개혁의 소임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장관직을 수행했지만 결국 10월 14일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의 사퇴로 검찰개혁은 일단 '스톱'이 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는데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관직에서 물러나도 그는 행복을 찾지 못했다. 10월 정경심 여사와 조 전 장관의 동생이 결국 구속됐고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23일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그는 2019년 마지막까지 편안한 상태가 아닌 것이다.

2019년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은 우리에게 왜 '개혁'이 어려운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진보의 목소리를 내던 이도 결국 '특권층의 권리'를 누렸다는 실망감, 이로 인해 ‘진보의 두 얼굴’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처음에는 높았지만 각종 의혹을 무분별하게 내놓았던 언론, 조 전 장관 가족만을 겨냥한 듯한 검찰의 수사 태도, 무조건 ‘반대, 범법자’만을 외치는 야당의 모습을 본 이들은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기득권들의 행태'라며 검찰개혁을 소리높여 외쳤다. 

그리고 그것은 해묵은 '이념 논쟁'으로 넘어가면서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국론 분열'이라는 프레임으로 변해갔다. 마치 나라가 조국 한 사람으로 인해 혼란해졌다고 이야기하는, ‘혼란의 2019년’을 만든 장본인으로 그는 몰렸다. 

한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개혁을 가로막는 이들이 지금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상황을 통해 보여졌다. '조국의 2019년'이 지금의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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