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2019년③] 'NO 재팬' 외친 국민들, 일본의 오만을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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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2019년③] 'NO 재팬' 외친 국민들, 일본의 오만을 꺾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2.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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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오래 못 갈 것' 비야냥 깨고 日 경제에 치명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국민들의 일본 불매운동이 오만했던 일본에게 일격을 가했다. 사진 / 뉴시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국민들의 일본 불매운동이 오만했던 일본에게 일격을 가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올 7월,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경제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온 '일본 불매운동' 문구다.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행하고 아베 총리가 스스로 강제징용 판결 및 위안부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히면서 시민들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실시간 검색어에 '일본 불매운동'이 등장하고 'NO 재팬' 표시가 이 때부터 등장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불매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러다 잠잠해지겠지'였다. 보수언론들은 '감정적인 반응'이라고 불매운동을 비판했고 일본 내에서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일본여행 취소 속출? 반일감정보다 안전문제', '불매운동? 일본행 항공권, 여전히 잘 팔려' 등의 기사 제목이 나왔고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제품 불매운동이나 국산부품 자력갱생운동 같은 퇴행적인 운동으로 국민의 저급한 반일감정에 의지하는 문재인의 알팍한 상술을 비판해야한다"며 불매운동을 폄하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비야냥에도 불구하고 불매운동의 바람은 거세게 불었고 조금씩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맥주의 판매가 급감하기 시작했고 편의점에서 조금씩 일본 맥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일본 기업인 '유니클로'는 손님들이 줄면서 문을 닫는 지점들이 속출했고 일본여행을 가는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관광산업으로 먹고 살던 일본 지역들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느나?"라고 위안부를 조롱하는 뉘앙스의 광고를 내기도 한 유니클로, 극우 방송을 제작해 혐한 입장을 무분별하게 밝혀낸 DHC 등이 모두 한국에서 철퇴를 맞았고 DHC의 광고모델이었던 배우 정유미는 남은 계약금을 모두 반환하며 강제로 계약을 종료했다. 

불매운동은 일본에 큰 타격을 줬다. 올 1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지난해보다 65.1% 감소했고 일본 지역 경제에 타격이 입혀지면서 지방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주관광지인 대마도는 90%가 급감해 주민들이 한일관계의 개선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11월 한국에 수출한 맥주 규모는 지난해 대비 99.1%가 급감했고 지난 10월에는 한국애 대한 맥주 수출액이 '0'이라는 일본 재무성의 발표가 나왔다. 일본과의 수출과 수입이 급감했고 우리나라가 수출규제 품목들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면서 오히려 일본 경제가 큰 손해를 입는 상황이 펼쳐졌다. 

결국 일본은 조금씩 수출 규제를 풀면서 한 발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직 수출 규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고 지소미아를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는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아베 총리가 느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얼마 가지 않을 것이다', '감정적인 대응이다' 일본은 물론 국내 보수언론, 국내 인사들도 이번 불매운동을 폄하해왔다. 그러나 이번의 불매운동은 이전과 다른 '강한 바람'이었고 국민의 힘은 결국 오만한 일본을 코너로 몰며 일본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아직 일본 불매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수출 규제가 조금씩 풀어지면서 다시 일본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절대 끝낼 수 없다'는 각오로 불매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만약 국민들의 '일본 불매운동'이 지속될 경우 일본으로서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당장 지금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우리 기업보다는 오히려 일본 기업에 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내 일본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는다면 일본으로서도 전략 변화를 생각해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일본 불매운동'은 힘이 커졌다. 국민이 또 다시 무엇인가를 바꾸려하고 있다. 이 힘을 무시하면 안된다'. 올 7월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던 당시 본지에 실린 '기자수첩' 중 일부다. 

'한때의 바람'으로 보지 말라는 이 기사의 의미는 지금도 유효하다. 승리는 하고 있지만 완전히 끝나지 않은 싸움. 일본의 오만함에 일침을 날린 '일본 불매운동 참여자들'이 만든 2019년의 역사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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