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일가족 동반자살 증가는 사회적 재난, 자살전담 컨트롤타워 설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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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일가족 동반자살 증가는 사회적 재난, 자살전담 컨트롤타워 설치해야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19.12.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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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반빈곤네트워크가 대구 중구 중인동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 일가족 생활고 사망사건 공동 분향소에 헌화하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지난 27일 반빈곤네트워크가 대구 중구 중인동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 일가족 생활고 사망사건 공동 분향소에 헌화하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통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평균 2배를 훌쩍 넘는 기록이다. 그중 가장 비극적인 것은 ‘일가족 동반자살’이다.

성탄절 전날인 지난 24일 대구 북구 한 주택에서 40대 부모와 중학생 아들(14), 초등학생 딸(11)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주택 입구에는 미납된 고지서, 독촉장이 수십 장 쌓여있어 신변 비관 및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1일 제주시 연동 일가족 4명의 동반자살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은 전국에 무려 1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일가족의 동반자살 건수는 22건에 달한다. 이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들이 부모의 신변비관으로 함께 목숨을 잃는 일이다. 부모의 선택이 그러할 지라도, 자녀들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 자녀가 어떤 방식으로든 살 수 있게 선택권을 줘야 마땅하다.

가족 동반자살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1997년~1998년 외환위기 당시였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하락 국면에서 사업실패, 신변비관, 빚에 시달리는 등 위기 가정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일가족 동반자살 외 개별 자살자도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자살자 수는 1만2463명이었다. 그러나 한 해만에 9.7%가 늘어난 1만367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망원인 통계에서 하루 평균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37.5명이었다. 특히 10대~30대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인 것으로 나타나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가족생활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자,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핵심 제도다. 한국의 가족 조직은 깊은 애착 관계와 정서적 유대감으로 자녀양육에 전력하는 형태를 취한다.

따라서 위기에 처한 가정은 가족 성원 간 개개인과 분리되지 않고,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이고 아동의 권리가 당연히 존중되어야함에도,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에 자녀를 동반한다는 것은 잘못됐다.

한국의 경제 불황은 저성장 국면에서 향후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벼랑 끝으로 몰리는 개인과 가정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또 많은 수의 빈곤층이 복지 사각지대에 처해짐은 당연하겠다.

최근 5년간 성별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 1명) 추이 사진 / 중앙자살예방센터
최근 5년간 성별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 1명) 추이 사진 / 중앙자살예방센터

여기서 빈곤층의 개념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빈곤층도 절대 빈곤과 상대 빈곤으로 구분해 접근해야한다. 절대 빈곤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요구, 자원조차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상대적 빈곤은 소득 기준보다 특정한 집단이 처해있는 여러 조건과 다양한 욕구에 근거하는 개념이다.

자살 위험은 절대 빈곤층, 상대적 빈곤층 가리지 않는 문제다. 하지만 절대 빈곤의 끝에 내밀려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두 계층 모두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는 우선적으로 공동의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연간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도 총 예산안을 82조8203억 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예산액 72조5148억 원과 비교해 10조3055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분야별 주요 예산 중 ‘자살예방 및 지역정신보건사업’ 예산은 올해대비 245억원이 늘어난 974억 원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자살이 사회적 재난 수위에 도달한 현재, 이에 대한 예산은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이정도 예산으로 각 지자체별 자살예방 대책을 수립하기는 역부족이다.

한국은 2011년 3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이른바 자살예방법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는 국민이 자살위험에 노출됐을 경우 자살예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시행해야한다. 자살 위험성이 높은 국민에 대해 적극적인 구조 조치를 취하는 것이 책무임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자살률이 높았던 일본은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통과 시킨 후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자살예방 캠페인을 펼쳐 자살률을 감소세로 돌렸다. 우리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대국민 자살방지 대책과 ‘자살전담 컨트롤타워’를 수립·설치해야한다. 우울증 또는 생활고로 개인 또는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택하는 위기의 가정에 구조의 손을 내미는 적극적인 활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녀와 함께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일만큼은 막을 수 있게 말이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위태로워진다. 위기의 가정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의회에서도 자살률을 낮추는 제도와 정책 수립, 캠페인 추진에 힘을 쏟아야 한다. 언제까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보유할 셈인가.

10대~30대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불행이요, 큰 문제를 안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살하지 말자. 가족이 한꺼번에 자살하는 일만큼은 막자. 절망을 딛고 위기를 넘어서면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다. SW

murphy803@hanmail.net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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