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진 조원태 '화합' 신년사,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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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진 조원태 '화합' 신년사,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0.01.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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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이 재계 총수들 신년사 발표… 미래·성장·고객 화두
SK그룹 '신년사' 없앤 파격 신년회·LG그룹 시무식 대신 '영상 편지'
'경영권 갈등' 한진 조원태, 신년 첫 메시지 '화합' 강조… 진정성 글쎄?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2020년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재계 총수들은 지난 2일 일제히 시무식을 열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재계의 신년 화두는 위기 돌파를 위한 미래 성장동력과 고객만족으로 압축됐다. 무엇보다 올해 재계 시무식은 과거 '훈시' 형태의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파격'을 넘나드는 변화의 바람이 포착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틀에 박힌 시무식을 없애고 수평적 소통으로 비전을 공유하는가 하면, 평소 총수가 강조해 온 '행복경영'에 대한 실천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올해 재계 신년회는 기업 구성원들은 물론 국민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SK그룹은 올해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를 생략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사진 / SK그룹
SK그룹은 올해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를 생략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사진 / SK그룹

먼저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 없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2일 진행된 SK그룹의 신년회에는 최 회장을 비롯한 그룹 임원들과 주요 관계사 CEO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통상 기업 경영진들이 신년사를 통해 한 해의 경영 방침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SK그룹의 신년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인터뷰 ▲특별 초청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들과의 대담 등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은 신년회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일반시민과 고객, 구성원들의 의견과 제언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이는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 경영방침을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 회장은 평소에도 임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총수로 유명하다.

이어 LG그룹은 시무식 대신 구광모 회장의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그간 임직원들이 강당에 모여 진행하던 시무식을 모바일과 PC 등 디지털을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간소하게 진행한 것.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평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구 회장의 실용주의적인 경영방식과 맥을 같이 한 시무식이라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영상을 통해 신년 화두로 '고객 가치'를 제안했다.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곧 LG 구성원의 즐거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구 회장은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시무식 대신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사진 / LG그룹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시무식 대신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사진 / LG그룹

현대차그룹의 시무식은 총수의 농담과 웃음으로 시작됐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저도 아침에 떡국! 점심에 떡꾹"이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과거 경영진의 의자로 가득 채워진 단상은 대형 스크린과 총수의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신년사로 모습을 달리했다.

정 수석부회장 역시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2020년을 미래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회사의 성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3~4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총수들이 기업 구성원들과 고객의 행복을 강조하며,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소통 방식의 시무식을 진행한 것과 달리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신년사는 '다른 의미'에서 시선을 모았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진행된 시무식에서 "글로벌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100년 기업 대한항공'이란 푯대를 바라보면서 함께 걸어가자"면서 신년 첫 메시지로 '화합'을 강조했다.

이어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그 길을 걷는다면 기쁨과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때로는 눈길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서로 일으켜주고 부축해주면서 함께 새 미래를 향해 걸어가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지난해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에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해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에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날 조 회장의 신년사가 주목 받은 이유는 최근 남매·모자 간 '경영권 분쟁'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과의 남매 갈등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은 '모자' 갈등으로 커졌고, 급기야 조 회장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아가 말다툼과 기물 파손 등의 소동을 벌인 사실이 담장 밖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회장과 이 고문은 여론 수습을 위해 사과문을 내놨지만 경영권 갈등의 불씨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 회장이 내놓은 '화합' 메시지는 직원들은 물론 국민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힘들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화합' 메시지와 관련 가족 간 갈등이 일단 봉합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30일 조 회장이 이 고문과 함께 내놓은 사과문에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갈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다시 '화합'을 화두로 꺼낸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것.

다만, 2014년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에 이어 이 고문의 막말·폭행 등 화수분처럼 쏟아진 총수 일가의 '연쇄 갑질'은 직원들은 물론 국민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겼다는 사실이 명치 끝에 걸린다.

최근까지 지속된 '경영권 분쟁'까지 더해지면서 한진家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 없이, 불과 닷새 전 모자 갈등으로 사과문을 내놓은 그룹 총수의 입에서 나온 '화합'의 메세지에서 진정성을 느끼기 힘든 이유에서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의 100년 기업 목표를 우선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상처받은 직원들의 마음을 치료하고, 한진家의 '연쇄 갑질'이 터질 때 마다 등을 돌린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수습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때로는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고,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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