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장용 테이프·끈 제공 중단된 마트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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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포장용 테이프·끈 제공 중단된 마트가보니
  • 오아름 기자
  • 승인 2020.01.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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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편의 사라진 자율포장대
올해부터 대형마트 자발적 시행
1+1 상품엔 테이프 둘둘···대형마트 모순
경기도 평촌시 롯데마트 내부. 사진 / 시사주간DB
경기도 평촌시 롯데마트 내부. 사진 / 오아름 기자

[시사주간=오아름 기자] “1월 1일부터 포장용 테이프·끈 제공이 중단됩니다.”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3사는 지난 1일부터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을 없앴다. 이에 대형마트3사는 전국 매장마다 이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에서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 등은 658톤으로 이는 상암구장(9126㎡) 857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당초 계획은 종이박스 자체를 없앨 계획이었다. 지난해 8월 대형마트 3사는 환경부와 자율협약을 맺고 매장 안에서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이는 포장 테이프와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함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종이박스는 남기고, 포장용 테이프와 끈만 없애기로 바꿨다. 

마트에서는 56리터 대용량 장바구니를 3~4000원 가량에 대여·판매 하고 있는데, 비닐테이프를 매장 내에서 1000원 남짓이면 구입할 수 있다보니 소비자들이 장바구니를 대신 테이프를 사거나 집에서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 

특히 자율포장대에 놓인 종이박스는 재활용이 잘 되지만 테이프 등으로 감겨 배출되면 재활용에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마트 내 종이상자를 전면적으로 없앤 제주도의 경우 고객들의 장바구니 사용 습관이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는 사례도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규제의 배경이 됐다.

이에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 내 종이상자는 대용량 비닐봉지의 대안으로 나왔는데 이때도 장바구니로 가기 위한 임시 대체재 같은 취지였다”며 “종이상자를 제공하는 나라가 한국이 유일하며 처음에 어려워 그렇지 고객들이 장바구니를 사용하다보면 금방 적응할 거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이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종이박스에 물건을 담고 있다. 사진 / 시사주간DB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이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종이박스에 물건을 담고 있다. 사진 / 오아름 기자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같은 협약의 취지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테이프와 끈을 없앤다고 장바구니 활용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일회용품 줄이는 의도는 좋은데 정작 다른 포장물품안에 들어가있는 고정물들을 더 줄이는것도 방법중에 하나인데 왜 매번 소비자들만 이렇게 피해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그냥 차에 쇼핑바구니와 테이프를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거주하는 곽 모씨도 “다른 정책들은 천천히 시행하면서 왜 이런 시시콜콜한 정책들만 빠르게 진행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작 시민을 위한 제대로 된 법안은 통과된 걸 보지못했는데 국회의원들은 대체 뭘하는지 월급마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성토했다.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최 모씨는 “일회용품을 줄이자면서 계산대 앞에 노끈이랑 테이프 파는 건 취지에 어긋난 것 같다”며 “이럴거면 차라리 자율포장대에 다시 갖다놓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정책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취지지만 고객들 개인이 테이프를 챙겨 오거나 사서 쓰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며 “제도 시행을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테이프로 인해 종이박스 재활용이 어렵다면 종이테이프 친환경 소재 등을 비치해 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화되기 어렵다. 자율포장대를 운영하면서 테이프, 끈, 박스 등의 비용을 줄인 대형마트에서 추가 비용을 들여 종이테이프를 비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더불어 테이프와 끈으로 종이박스 사용이 줄어들어도 플라스틱 소재 장바구니가 오히려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마트에서 대여·판매하는 장바구니 소재들도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라 재사용 횟수가 적으면 오히려 환경에 더 악영향이 클 수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사은품을 테이프로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 / 시사주간DB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사은품을 테이프로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 / 오아름 기자

한편, 마트 안으로 들어가보니 여전히 1+1 비닐포장과 테이프로 사은품을 덕지덕지 붙인 제품들이 수없이 많았다. 새해부터 대형마트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 제공이 금지돼 소비자들은 미리 장바구니를 준비하는 등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내에서는 비닐포장과 테이프 사용이 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SW

oar@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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