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구인구직 “신자 아니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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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구인구직 “신자 아니면 안돼요”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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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구인구직, 채용 조건에 ‘특정 신앙 유무’
변호사부터 관리직까지 비종교적 직무 상당
고용상 차별행위, 인권위·노동부 “어찌 못해”
사진 / 천주교수원교구·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내 구인구직란 캡쳐
사진 / 천주교수원교구·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내 구인구직란 캡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취업한파가 거세지는 가운데, 종단 내 비종교적 직무에 특정 신앙의 유무를 채용조건으로 제한하는 고용상 차별행위가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를 관리·감독할 관련 기관은 이에 대해 어찌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록물관리 관련 석사학위를 딴 A씨(29)는 졸업 후 관련 업종에 취직하고자 여러 곳을 두드렸다. 그러다 가뭄에 콩난 듯 한 종단에서 기록물관리자를 구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해당 종단에 지원하려던 A씨는 뜻밖의 구인 조건에 마음을 접어야 했다. 해당 종단이 믿는 종교 신자가 아니고선,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선교사, 승려, 목회자 등 종교적 직무가 아닌 비종교적 직무임에도 이 같은 조건을 내 건 것에 A씨는 부당하다고 성토했다.

A씨의 사례처럼 비종교적 직무임에도 특정 종교·신앙을 가진 자만 채용하도록 고용조건을 제한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헌법 제11조는 법 앞의 평등과 성별·종교·신분 등에 의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명시한다. 구체적인 직업 영역으로는 헌법 제15조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근로기준법 제6조도 국적·신앙·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적인 처우를 해선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도 특정 종교에 대한 신앙의 유무 여부로 고용상 제한행위를 하는 문제에 대해 주목해왔다. 인권위 결정례 사례집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특정 종교에 대한 신앙의 유무 여부로 차별행위를 가한 것에 대해 권고조치를 내린 사례는 약 2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례들의 대부분은 신학대학교 또는 신학대학교를 모태로 한 종합대학교의 교직원·교수 채용이 일반적이다. 이외 일부 민간 기업이 특정 종교의 신앙 유무를 이유로 한 차별, 또는 군종직 선발 등 군 내 발생하는 사건이 소수를 이루고 있다.

사진 / 대한불교천태종
사진 / 대한불교천태종

반면 종단에서의 구인구직 영역에 있어 A씨의 사례처럼 비종교적 직종 및 업무임에도 신자가 아니면 취업상 제한하는 형태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거대 종단에서 매우 일반적인 형태로 보인다. 6일 대한예수교장로회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대한불교조계종 및 대한불교천태종 등 거대 종단의 관련 웹사이트들 내 게재된 구인구직 공고 중 상당수는 지원 자격 조건에 해당 종교의 신도 여부를 내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원 자격 조건에 신자임을 내거는 구인공고의 종류는 다양했다. 법당 아르바이트생부터 행정서무직종, 웹디자이너, 시설관리자, 변호사 등 비종교적 직종 및 직무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실태에도 관리·감독을 할 관련 기관에는 이러한 문제 제기를 받은 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내 종단 중 비종교적 직무에 신양 유무를 구인조건 제한으로 둬 고용상 차별행위를 한 곳은 현재까지 접수된 바 없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채용절차법은 과태료 부과규정이 있다보니 법률 자문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그러나 해당 법상 (본지에서 질문한) 종교 등 관련 문구가 없다면 규율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포괄적인 차별문제는 인권위에서 제기할 문제”라 설명했다.

A씨는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종교를 믿고 있는 것도 아니고, 비종교인이 비종교적 직무에 지원하는데 있어 ‘신자가 아니면 지원할 수 없다’는 조건은 말이 안된다”며 “세례, 집사 등 해당 종교에 대한 기본지식은 업무 영역에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를 믿고 안 믿는다는 것을 근거로 고용을 제한하는 행위는 명백한 차별”이라 지적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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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0-01-07 14:14:34
참으로 폐쇄적인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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