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용 기자의 프리뷰] 실검조작방지법,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허물자’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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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용 기자의 프리뷰] 실검조작방지법,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허물자’는 꼴?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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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사진 / 네이버 캡쳐
9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사진=네이버 캡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실시간 검색어, 이른바 ‘실검’은 온라인 검색 포털 사이트가 생겨난 이래 온라인 여론 척도 중 하나가 됐다. 온라인 여론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무엇이 화제로 떠오르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론이란 파도를 일게 하는 바닷바람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사건과 논란으로 입법부는 아예 실검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정치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이 퍼지자, 조 전 장관을 지지 혹은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 등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 반복적으로 검색했다. 이로 인한 실검 순위 결과가 1, 2위를 다투는 등 온라인 실검 싸움이 번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건이 번지자 실검을 폐지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낸 쪽은 자유한국당이었다. 당해 8월 논란이 번질 때 한국당은 “특정세력에 의한 실검 여론조작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네이버 본사까지 방문해 항의까지 하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는 지난해 12월 말 실검을 규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실검조작방지법’ 처리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해당 법은 전자서명법 등 여야 간 다른 법들의 동시처리 합의 문제로 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검조작방지법은 자동입력(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부당한 목적의 사용, 개인정보를 도영한 게시글 글쓰기 금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실검에 대한 관리 조치 의무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IT업계는 이 같은 법안 추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풍문(風聞)이 잠깐 크게 불었다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며 실검을 규제, 심하면 폐지할 수 있는 근거까지 두는 것은 과한 조치라는 셈이다. 오픈넷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안”이라며 “자의적 기준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다”고 반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더 나아가 “문제의 본질은 소수의 이용자가 범법행위 및 어뷰징(Abusing, 온라인에서 불법 프로그램, 다중 계정 등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행위) 행태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는 피해자”라며 “결과책임을 서비스 제공자에게 묻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자 섣부른 입법적 해결”이라 지난 3일 지적했다.

온라인 시장과 서비스가 나날이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조직적·체계적·산업적인 조작 행위는 이를 망치는 주범이다. 입법 과정에서 문제점에 대한 고려는 일리 있는 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것에 문제가 생겼다 해서 아예 그것을 없애는 법적 근거까지 두겠다는 처리방식은, 초가삼간에 빈대가 생겼다 해서 불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검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법안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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