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용 기자의 프리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갑질만 있고 처벌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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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용 기자의 프리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갑질만 있고 처벌은 없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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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6개월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피해 입어도 불이익 없으면 처벌 적용 어려워
진정건수 1341건, 검칠 송치 9건 '0.67%'
사진 / 셔터스톡
사진 / 셔터스톡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노동자는 직장 내 갑질에 노출돼왔다. 반면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시행한지 6개월이 지남에도 구체적인 처벌조항의 미비로 직장 내 갑질은 쉽게 근절되지 않는 모습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됐다. 직급 등 직장 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폭언, 폭행, 차별, 부당지시 등 업무 범위를 넘어선 신체적·정신적 괴롭힘을 주는 행위를 처음 규정한 법이다. 위계관계를 악용한 범죄이기에 기존 사인 간 형법을 통한 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를 타개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실제 해당 금지법이 처벌대상으로 적용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괴롭힘을 당했다 하더라도 피해 노동자가 이를 신고한 후 회사가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조건으로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접 갑질을 행한 피의자가 아닌, 해당 회사의 사업주가 금지법의 처벌 대상에 놓여 형평성 논란도 갖고 있다. 이와 같이 부당처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관계 당국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관련 조사 및 처벌은 기대와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처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일부터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접수돼 처리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건수는 1341건에 달했다. 반면 검찰에 송치돼 형사처벌 대상까지 간 수준은 9건, 0.6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노동단체인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에서 조사한 자료도 마찬가지였다. 금지법 시행 후인 지난해 8월 14일부터 당해 11월 20일까지,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107명 중 직장 내 괴롭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는 47.6%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고용노동부 등 관련 당국에 신고한 이는 1.9%로 극소수에 그쳤다.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가 조치를 취했냐는 여부에는 57.0%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문제가 법으로 규정되기까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겨우 마련한 법이 실질적인 위력 없이 해결책이 되지 않는 것은 자칫 직장 내 괴롭힘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

그나마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해자에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조항을 담은 개정안을 지난해 2월 대표발의한 바 있으나, 국회에 계류돼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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