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나와바리(縄張り’깨면 공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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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나와바리(縄張り’깨면 공멸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1.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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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가 파괴되면 생명력 잃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예우하고 존중해야 할 상대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조폭들에게는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 바로 ‘나와바리(縄張り’다. 이는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사자나 호랑이 등은 자기 영역을 침범해 오면 가차 없이 응징한다. 이들은 대부분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무슨 선언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전통으로 인습적으로 묵묵히 암암리에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가차없는 응징이 내려진다. 그 이유는 숲의 질서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한 번 질서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난장판이 되는 건 시간 문제며 강한 자가 모든 걸 독식하게 되어 숲은 생명력을 잃는다. 숲이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강한 자도 결국은 살아남지 못한다. 공멸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먹을 게 점점 없어지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의 나와바리는 대검찰청의 각종 사무 및 국내 검찰사무를 통할하며, 소관 검찰청의 검사 및 직원을 지휘·감독하는데 있다. 물론,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는 검찰총장이 아니라 법무부장관이다. 인사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추미애 장관의 인사권은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과 협의해 인사하도록 못박고 있다.(검찰청법 34조 1항)

검찰총장은 중앙부처 소속 외청의 수장 중 유일하게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그만큼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할 인물이라는 의미다. 장관과 총장은 반목할 상대가 아니라 서로 예우하고 존중해야 할 상대다. 법무부장관은 일선 검사들의 수사를 직접 지휘할 수는 없다. 검찰총장만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을 물먹이고 주요 보직을 진영의 편에 선 사람들로 채우는 인사를 했다. 장관의 통제가 지나치면 서로 얻는 게 없다. 더군다나 당연히 총장의 권한인 수사팀 설치를 막고, 징계법령을 찾는 것은 온갖 그럴듯한 구실을 갖다대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의 제1조 1항)라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나와바리는 일종의 묵시적 규칙이다. 이를 지켜주는 게 숲의 질서를 지키고 생명력을 유지하는 길이다. 축구, 야구, 농구 등의 스포츠에도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은 참가팀 모두가 참여하여 편파적이거나 억울하지 않게 공정하게 정한다. 그래야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철하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합리적 의사소통의 구조가 확대되어 온 것이 역사발전이며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다’고 했다. ‘비판적 이성’이 ‘도둑적 이성’으로 전락하는 순간, 나와바리는 깨진다. 우리 국민이 민주화 투쟁을 해 온 이유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무래도 그런 정신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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