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치내각’ 문 열었으나 현실인식 아쉬웠던 신년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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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협치내각’ 문 열었으나 현실인식 아쉬웠던 신년회견
  • 시사주간
  • 승인 2020.01.1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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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야당도 정책 목표에 공감한다면 함께 할 수 있다”
경제문제나 북한문제 등의 거리감 여전
조국사태-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불신 못씻어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신년사에 이어 또 다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는’ 정책 홍보의 장(場)이었다. 우리 현실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아 기대감은 생겼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에는 맥이 빠졌다.

문대통령의 발언 중 기대감을 가지게 한 부분은 “(총선 후)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에 공감한다면 함께 할 수 있다”고 한 말이다. 지난번 정세균 국무총리가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치로 사회통합을 이뤄내겠다”고 한 말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른바 ‘협치내각’의 문을 연 것이다. 사회, 국가적 갈등을 줄이고 다양한 국정과제를 푸는 일에 야당과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자세여서 긍정적으로 비쳤다.

그러나 경제문제나 북한문제 등에 대해서는 거리감이 여전했다. 대통령은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민간 투자는 곤두박질 치고 있으며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면 기진맥진이다. 내수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걸 국민들이 몸으로 먼저 안다. 그럼에도 거시 경제가 좋아진다고 자찬하는 건 어색하다. “한국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소득주도 빈곤으로 가고 있다”는 외국인 학자들의 경고가 무색할 지경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수출이 좋아지는 기미가 보인다”고 했다. 올 1월 초 수출 실적은 지난해 1월 1~10일 수출액과 견줘 나온 수치다. 해당 기간 수출은 전년 대비 4.3% 줄었다.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호전된 10일간의 수치를 놓고 회복했다고 말하는 건 지나치다. 문 대통령 또 우리나라가 ‘30ㆍ50클럽’ 국가 중 성장률 2위라면서 치적으로 내세웠으나 2000년 이후 2위를 했던 해는 2003, 2011년, 2015년 뿐이다. 늘 1위를 하던 나라가 지지난해에 이어 지난해에도 2위를 기록한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12ㆍ16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떨어지면 더 강한 규제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강남지역을 겨냥해 최근 급등한 고가 부동산의 가격을 대통령 취임 이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풍선효과’가 반복됐다. 집 한채 가지고 노후를 궁리해 가던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세금이 늘어나고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서는 “수사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큰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의아한 일이다. 조국 사태로 마음이 아팠던 사람들은 국민이다. 지난해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뒤덮은 인파는 조국 사태에 좌절한 사람들의 아우성이요 한탄이었다. 엄정 수사를 지시해야 할 대통령이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해득불가다. 청와대가 “조 전 장관과 가족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인권위 조사를 촉구한다”며 국가인권위에 조사 협조 공문을 보낸 정서와도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울산시장 선거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질문에도 “수사 중이라 언급이 적절치 않다”고 피해 갔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에 대해서도 “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언제는 ‘성역 없는 수사’를 입버릇처럼 하다가 이제는 ‘선택적’이라고 한다면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까.

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짝사랑은 여전했다. 북한이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끼어들지 말고 자중하라”는 모욕적인 말을 했지만 “외교에서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면서 마치 물밑에서 뭔가 좋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한미 간 이견은 여전하고 호르무즈 파병, 방위비 협상 등 곳곳에서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선(先) 제재 완화에 대해 부정적이다. 메아리가 없는 외침은 공허하다. 구체적으로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서 먼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답변하는 것은 조금 어려움이 있다”며 피해 갔다. 국가안보 위기는 ‘절체절명(絶體絶命)’임을 누구보다 자각하고 있어야할 사람은 국가 원수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라 할 지라도 이처럼 양보만 거듭하다가는 전력에 구멍이 날까 두렵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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