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무죄로 보는 양육비 문제와 ‘개인 vs 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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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무죄로 보는 양육비 문제와 ‘개인 vs 공익’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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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 부모 고발 사이트 ‘배드파더스’ 무죄
생존권 위협받는 한부모 가정 문제, 공익성 인정받아
개인 vs 공익, 法 명예훼손 판단기준 바뀌나
사진=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캡쳐
사진=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캡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이혼 후 자녀 양육비 지급 회피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문제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공익적 목적을 결정짓는 판단 기준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5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이창열)는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 모씨(57)가 정보통신보호법(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에 대해 무죄를 내렸다. 배드파더스에 양육비 미지급자로 공개된 5명은 구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2018년 9월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벌금 300만원의 약식기소로 했으나, 재판부는 평소 구 씨가 같은 사례로 15차례 가량 고소를 당하면서 기소유예, 무혐의 약식기소 등 처벌을 받아온 것에 주목했다. 이에 재판부는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해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가해 사실이 더 크며, 공익에 반한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배드파더스는 지난 2018년 7월 열린 이래 고발 위협에도 이혼 후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부모를 고발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작은 양육비 미지급 피해를 받는 국내 한부모 가정만이 아닌, 해외에서 시작됐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이 낳은 코피노 가정이 양육비 지급을 못받는 피해가 속출하자, 이를 고발하기 위해 2015년 ‘코피노 아아들이 아빠를 찾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공개 블로그가 만들어진 것이 시초다.

사진=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캡쳐
사진=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캡쳐

이와 관련 인터넷 시민운동단체 오픈넷은 지난해 2월 배드파더스에 대한 심의 의견서에서 “한국은 양육비 지급의무 미이행시 강제조치가 미비하다는 사실 및 관행이 있다”며 “양육비 미지급이 형사범죄는 아니라도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측면에서 공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행위이자, 공익목적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양육비 지급을 못 받는 한부모 자녀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다. 법원으로부터 지급 판결을 받아도 지급자가 거부하거나 지급을 회피하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나 지원할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형사처벌 및 징역형을 물리고 있다. 프랑스는 양육비 지급을 2개월 이상 지연할 경우 2년 징역형까지 취하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이 같은 강제력과 달리 미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양육비 지급의 강제성을 높이고자 관련 법안이 10개 가량 발의돼 있으나, 현재까지 계류돼 소멸 위기를 앞두고 있다.

이번 판결로 배드파더스의 활동 명분과 정당성은 전보다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판례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던 개인 신상정보 무단공개가 공익적 목적에 부합될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에 따라 향후 개인의 명예와 공익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기준 및 방향이 기존과 달리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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