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안철수의 길, 그 종착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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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안철수의 길, 그 종착역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1.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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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복귀 유력하지만 '손학규 유지' 부담
중도정당 창당, 낮아진 지지가 문제
보수대연합 참여, '소탐대실' 우려도
지난 19일 귀국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귀국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9일 한국에 돌아왔지만 과거 '안풍'을 일으켰던 때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물론 그의 행보를 놓고 여러 설왕설래가 나오고 있고 다시 한 번 '국민의당 바람'을 일으키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미 4년의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이전만큼 힘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국에 돌아온 안 전 의원은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는 관심이 없다"며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보수대통합'에는 참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만들었던 바른미래당으로 돌아가 당을 바꾸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었으나 20일 광주를 방문했을 때는 "국민의당을 지지한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바른미래당을 만든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가 표방하는 '중도 정당'이 바른미래당을 리모델링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정당을 창조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리송한 것이 사실이다. 또 보수대통합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통합에 참여하거나 혹은 연대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1. 바른미래당 재건, 손학규가 장애물?

가장 쉬운(?) 방법은 당 대표를 역임했던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해 당을 재건하는 것이다. 새로 정당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기에 체계가 갖춰진 당을 리모델링하며 과거 안 전 의원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겠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안 전 의원의 귀국에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손학규 대표는 "안 전 의원이 보수통합에 관심을 갖지 않고 실용적 중도 정치를 지향했다. 이런 철학이 국민의당을 세우고 바른미래당을 합당한 정신"이라고 평했고 임재훈 사무총장은 "보수통합에 관심이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 지금도 혹여나 기호 2번을 달고 출마를 생각하는 분이 당에 계시다면 그런 생각 말고 손학규 대표, 안철수 전 의원 뜻을 받들어 대동단결해 실용적 중도개혁주의로 가자"고 밝혔다.

그러나 안 전 의원의 복귀는 손학규 대표의 거취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손 대표는 한때 안 전 의원 복귀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최근 그 말을 부인하며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이 중도통합 역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원하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안 전 의원이 손 대표가 있는 당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리모델링을 하기 어렵기에 당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재건, 중도신당 창당, 보수대툥합 합류. 안철수 전 의원의 길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른미래당 재건, 중도신당 창당, 보수대툥합 합류. 안철수 전 의원의 길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안철수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당을 완전히 재건하려면 그에 걸맞는 권한과 역할이 보여야되는데 그러려면 실질적으로 현 지도 체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부분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하려는 당의 재건 등이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건이 조성되면 당으로 돌아가는 부분을 진지하게 검토하겠지만 굳이 안 된다면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누구보다 그런 당 상황을 잘 알고 계시기에 그에 걸맞는 결심이 있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2. '중도 신당' 창당, 4년 전과 많이 다르다

두번째 길은 새로운 '중도 신당'의 창당이다. 안철수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해 두 달만에 원내 제3당으로 만드는 돌풍을 일으킨 바 있기에 이번 귀국을 계기로 '어게인 2016'을 노릴 만하다.

문제는 4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 때 안 전 의원을 따랐던 이들 중에는 바른정당(현 새보수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며 당을 탈당해 민주평화당으로 갔고 그 당에서 다시 탈당한 이들이 대안신당을 만들었다. 안철수 개인의 '브랜드'가 떨어진 것도 문제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안 전 의원이 보수성을 띠게 되면서 중도층이 안 전 의원에게 등을 돌렸다.

특히 국민의당 돌풍을 만든 호남의 지지가 무너지면서 기반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 4년 전과 완전히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 호남 지역 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속속 나온다. 안 전 의원이 귀국 후 곧장 광주를 찾은 것도 이러한 민심을 되돌리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21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지지해 준 광주호남 분들에게 보답하지 못하고 분열을 해 결국 외국으로 가버린 문제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광주에 갔지만 진실성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광주 시민들이) 굉장히 냉소적이다. '시험은 끝났다. 그렇기에 두번 다시 속지 않는다'란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비례정당 표를 노리는 것도 가능한 수지만 사라진 지지 기반을 찾기에는 시간이 짧다는 점이 불리하다.

3. '보수대통합' 합류, 정치인생 건 도박

안철수 전 의원은 일단 '보수대통합'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수에서는 안 전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중도신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아야한다'는 것에 합의가 될 경우 안 전 의원이 합류, 혹은 연대를 통해 보수 쪽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20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전 의원이 중도신당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저지해야하겠다는 것에는 뜻을 같이 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것이다. 이념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두개 현안을 두고 입장이 다를 뿐이라고 보기에 통합 못할 이유가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으로 대통령까지 됐는데 안 전 의원이 중도신당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문재인 정권 저지에 힘을 합쳐 자신이 선택될 수 있는지 그 부분을 정밀하게 숙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비호감 정치인 1위가 된 안 전 의원이 중도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그에게 정치적 힘을 몰아줄 세력이 형성될 수 있을 지 회의적이다. 지금은 (한국당과의 합당을) 안한다고 하지만 강한 부정은 결국 긍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보수정당과 합당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선회는 물론 새로운 지지층을 얻을 수 있지만 기존의 지지층과 결별해야한다는 점에서 정치인생의 큰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호남, 중도층을 모두 포기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총선에서 성공한다고 해도 황교안, 유승민 등 야권 잠룡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도 문제다. 안 전 의원의 보수 선회가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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