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정치를 하면서 어찌 사람을 죽이려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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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정치를 하면서 어찌 사람을 죽이려 합니까?”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1.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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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이 선하면 아랫사람도 선해져
'군자의 덕은 바람, 소인의 덕은 풀'
'정치(政)는 바르게 하는 것(正)'
주장환 논설위원
주장환 논설위원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춘추전국 시대 노나라 실권자인 계강자가 “만일 무도한 자를 죽여서 도가 있는 데로 나아가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당신은 정치를 하면서 어찌 사람을 죽이려 합니까?’라며 이렇게 말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은 위에서 바람이 불면 반드시 눕는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必偃)”

정치(政)는 바르게 하는 것(正)이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아진다. 윗사람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따르고 바르지 않으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 계강자는 힘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었다. 강력한 철권통치로 적폐를 뿌리 뽑아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공자가 이렇게 대꾸한 것이다.

바람이 불면 풀은 바람에 의해 자연스럽게 쓰러지게 마련이다. 통치자가 덕으로 정치를 하면 백성들도 욕심을 버리고 통치자의 착한 정치에 따른다. 국민이 물이라면 통치자는 배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정치의 기반은 민심에 있으므로 정치하는 사람은 정도를 벗어나면 안 된다.

계강자가 ‘말 안 듣고 항명하고 상갓집에서 대드는 자들을 싹쓸이하면 공자가 말하는 도(道)를 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하면서 공자를 구슬리려 드니까 공자가 하는 말씀이 ‘너나 잘 하세요’였던 것이다. 너 자신이 정의롭고 선(善)하면 백성들도 따라서 정의로워지고 착해질 것인데, 문제는 바로 너인데 왜 엉뚱하게 밖에서 문제를 찾느냐는 것이다. ‘내로남불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잡초는 참으로 생명력이 질기다. 바람이 부는 데로 눕기는 하지만 뽑히질 않는다. 아무리 제멋대로 가져다 붙이고 이리저리 쪼개고 만신창이를 내어도 잡초는 다시 살아난다. 누군가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고 했다. 잡초는 새벽의 이슬과 뒤이어 오는 찬란한 햇살을 양분으로 살아 남는다.

소인들 세상에서는 고고한 군자가 바로 잡초로 변해 버린다. 바로 우리나라 정치판이 그렇다. 아무리 덕망있는 사람이라도 정치판에 들어가면 망신창이가 된다. 그러나 사실 군자의 덕은 바람이며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로 바람이 지나가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

공자의 이 말은 ‘앞으로 대덕(大德) 군자가 나타나 정치를 바로 잡으면 너 같은 소인배는 납작 엎드려야 할 것이다’ 라는 경고로도 들린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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