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20%’ 민주당 공천 살생부에 당 안팎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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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20%’ 민주당 공천 살생부에 당 안팎 ‘술렁’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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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평가 하위 20%, 공천 점수 감산”
완성된 살생부 22명, ‘중진의원 다수’ 논란
컷오프·물갈이...탈당 부담, 계파 갈등 키워
이해찬 “잡음 없다”...박지원 “탈락 의원 입당 허용”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서 열린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의에서 원혜영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서 열린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의에서 원혜영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현역의원 중 공천 평가 중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의 명단을 구성해 공천 점수 감산 처분을 내릴 것이라 밝혔다. 이로 인한 파문이 당 안팎으로 퍼져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공천관리위원회를 열며 평가 하위 20% 대상자인 현역의원 22명을 정했다고 밝혔다. 공천위는 이들에게 오는 28일 해당 결과를 전화로 개별 통보할 것이라 덧붙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도입한 입법실적, 지역활동 및 당 기여도 등 항목 평가에 따라 하위 20%에 경선시 공천 점수 20%를 삭감한다.

하위 20%에 속할 경우 당사자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여론조사, 당원 투표 경선에서 높은 점수를 차지해 공천 가능성이 높더라도, 하위 20%에 포함돼 공천 점수가 감산되면 높은 격차가 나지 않는 이상, 승리 가능성은 뒤집히기 때문이다.

설사 하위 20% 소속에도 격전 끝에 이길지라도, 총선 본선에 출마할 때는 ‘당으로부터 낙제 평가를 받은 자’라는 낙인효과까지 겹친다. 이는 해당 의원의 명성·평판에 금을 가하는 것이자, 총선에 있어서도 당과 여론의 지지를 받는데 있어 패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발표에 민주당 내외에서는 이러한 하위 20% 대상자가 이른바 ‘살생부’와 같다는 불안감으로 커지는 형국이다. 사실상 해당 의원에 대한 불명예이자 컷오프(공천 배제), 현역 물갈이와 같다는 이유다. 당사자도 아예 불출마를 하거나, 불이익을 감수하고 경선에 출마, 최악으로는 평가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몰린다.

이로 인해 최근 정치권에는 민주당 공천위의 발표 이후, 출처 불명의 지라시에 당 의원의 실명과 정보 등을 담은 명단이 돌기도 했다. 이에 윤호중 사무총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무근’이라며 불안감 진화에 안간힘이나, 지라시 명단 속 당사자들은 매우 격앙된 반응이라는 해석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당대표인 이해찬 대표는 본인이 직접 강하게 하위 20% 명단 비공개를 주문했다고 알려졌다. 본인도 과거 4년 전 공천심사 과정에서 컷오프를 겪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이후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돼 민주당에 복당해, 당시의 경험이 이번 명단 발표에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당 안팎으로는 해당 명단에 초·재선 의원보다 중진 의원이 많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역구 활동으로 기반을 다진 중진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법안 발의 등 의정활동에서 초·재선 의원보다 실적이 뒤쳐진다는 분석이다.

공정한 공천을 위한 방도라지만 민주당으로서도 이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명단 당사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으로서도 이탈에 따른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러한 살생부가 ‘친문 아니면 비문’이라는 당내 계파 갈등을 높이는 요소로 악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2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치 신인에는 25% 가산점을, 기존 의원 중 하위 20%는 감점을 주는 것”이라며 “20%를 그냥 잘라내는 것이 아니기에 당내 분란은 별로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해당 의원이 40%를 극복하면 실력이니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전당대회 때 시스템 공천 공약을 했기에 이를 이행한 것이다. 예측 가능한 경선이 됐기에 잡음은 거의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의 살생부 논란을 역이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공천 벼락 맞고 넘어오는 사람을 받아들이면 우리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며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사례로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기여한 그는 결국 두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했다. 반드시 건전한 제 3세력이 있어야한다”며 공천 탈락 의원들의 입당을 허용할 것이란 메시지를 밝혔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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