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채원 기자의 시사터치] '호르무즈 독자 파병', 앞으로가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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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채원 기자의 시사터치] '호르무즈 독자 파병', 앞으로가 더 문제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1.2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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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청 들어주면서 이란 자극하지 않았다' 분석
'필요시 IMSC 협력'에 이란 불만, 관계 지속 먹구름
'파병 찬성' 여론 높지만 향후 상황 따라 바뀔 가능성도
'작전 지역 확대'로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되는 청해부대의 왕건함. 사진=해군작전사
'작전 지역 확대'로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되는 청해부대의 왕건함. 사진=해군작전사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독자적으로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파병이 된 청해부대의 작전 영역을 확대해 미국의 요청을 들어줌과 동시에 이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미국의 파병 요청을 들어준 것 자체가 전쟁에 말리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1일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아덴만 일대를 지키던 청해부대는 오만만, 호르무즈 해협, 페르시아만 일대로 작전지역이 확대된다.

국방부 측은 "미국, 이란과 사전에 협의를 했다. 미국은 한국의 결정에 환영했고 이란도 우리 결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청해부대가 미국 주도의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체) 통제가 아니라 우리 군의 지휘를 받는 단독 작전 수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요청을 들어주면서 이란을 자극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외교부 측이 "호르무즈 지역에 외국 군대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며 우리 입장을 설명했지만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히면서 한국과 이란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세예드 압바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아덴에 있는 함대 일부를 파견하길 원한다고 우리 측에 알려왔고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국방부 발표에서 '아라비아만'을 언급한 것을 들며 "한국 국방부가 페르시아만의 역사적 명칭도 모르면서 어떤 지식과 정당성으로 군대를 보내려하는 것인가? 문명화된 국가 간 관계의 기본은 사실에 대한 상호 존중"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가 현재로는 IMSC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필요한 경우 IMSC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 이란과의 관계 불확실성의 주요인이다. 경제 관계는 물론 이란, 이라크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이기에 정부는 '이란 달래기'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안전 선박의 안전 항해 등 총체적 국익을 고려한 조치로 이해하며 호르무즈 해협이 우리 경제적 이해, 특히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지역이기에 최소 범위 내의 국제적 의무 이행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고 자유한국당은 "2만5000여명에 이르는 교민의 안전,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볼 때 파병은 불가피하고 우리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결정 과정에서 제1야당이 철저히 배제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의당은 "사실상 새로운 파병을 국회 동의도 없이 '파견지역 확대'라는 애매하고 부정확한 절차를 통해 감행한 정부의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국익과 안전을 위협하는 파병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고 민주평화당도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명분없는 전쟁에 참전하는 일이고 전통 우방 국가인 이란과 적대하는 것이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 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모두 '유사시 보호책임이 있는 지역'이기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의당은 작전 지역 확대도 '새로운 파병'으로 봐야한다면서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파병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이 아닌 정규 해군을 상대해야한다. 임무가 바뀌었기에 국회의 새로운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파병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파병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파병이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을 지원하는 것이며 독자 파병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미국에 협조할 것이라면서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는 '파병 찬성' 여론이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도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조 여부, 이에 따른 이란의 반발 등이 나타날 경우 여론이 바뀔 가능성도 크기에 살얼음판 같은 중동 정세를 유심히 살피면서 우리 정부가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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