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BDS라운지] 부동산 규제 속 갈길 잃은 30대 무주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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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의 BDS라운지] 부동산 규제 속 갈길 잃은 30대 무주택자들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01.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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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시사주간DB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필자는 기억한다. 필자가 20대였던 90년대 그리고 30대였던 2000년대 초반까지.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을 졸업하면 학점에 관계없이 대기업에 취직이 가능했다. 월급을 한푼두푼 모아 30대면 대출을 받아 무리해서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가능한 세대였다. 하지만 바늘 구멍 뚫어 겨우겨우 취업을 한 현 30대에게는 자가 주택 마련의 계획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실제로 우리나라 생애 첫 주택 구입 연령은 43.3 (2018년 기준, 국토교통부)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심지어 소득 하위 가구(소득 1~4 분위 가구)의 첫 내집 장만 나이는 56.7세로 30대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이렇게 청년들의 주택 마련 계획이 멀어짐에 따라 결혼, 출산이 늦어지니 국가의 중대 문제가 부동산 문제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대 즉, 청년들의 첫 주택마련 문제를 조명하는 이유도 중대 사회적 문제와는 결코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0대의 첫 자가 주택 마련의 현실은 어디쯤에 있을까. 

서울의 PIR 지수(Price to Income Ratio,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은 20.71 (2019년 기준, Numbeo)로 런던 21.85, 파리 21.39, 싱가포르 23.13 과 비슷한 수준이다. 즉, 중위 소득자가 연봉을 20년동안 꼬박꼬박 모아야 중위 가격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PIR 지수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그만큼 주택마련의 현실이 꽤나 어렵다는 것에는 틀림없다. 런던, 파리 싱가포르등은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들 나라의 복지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보다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노후가 사실상 전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내 집’ 까지 소유하기 힘들다는 것은 사실상 절망에 가깝다. 현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30대는 이러한 불안감에 휩싸여 부랴부랴 무리하게 주택 매매에 나섰다. 실제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주로 40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30대 매매 비율이 31.2%로 40대 28.7% (2019 국토교통부) 보다 높은 1위로 나타났다. 

이유는 불안감에 휩싸인 30대가 관망에서 벗어나 신규 분양 청약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일반 매매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강남 3구와 ‘마용성’ 이 아닌 서울 외곽의 ‘노도강’ 과 ‘금광구’ 의 거래량이 증가하며 후광지역들의 가격 상승은 위와 같은 요인으로 판단된다. 특히 후광 지역들은 9억원 이하의 대출 40%가 가능한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접근 가능한 후광지역들의 주택가격이 5~6 억 이라고 했을 때 최대 40% 대출(LTV)를 이용한다 해도 종잣돈 3~4억이 있어야 한다는 셈이니 이들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30대의 수도권 자가 비율이 10% 남짓이다. 그렇다면 30대 주택 마련은 왜 이렇게 힘들까. 사실 30대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분양을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주택가격을 낮추기 위한 부동산 대책중에 하나인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청약 가점은 넘사벽이 되어버렸다. 

서울의 당첨 청약 가점은 현재 84점 만점에 60~70점 대로 30대가 받기 불가능한 점수이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최대 15년(17점 만점) + 부양가족수 최대 6명(35점 만점) + 무주택 기간 15년(32 점) = 84 점 만점인데, 가입기간 최대 15년에 만 30세부터 산정 되는 무주택 기간이 9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17+20 = 37점 에 그친다. 당첨 가능성이 60 ~ 70 점임을 생각하면 앞서 언급한 조건을 충족함과 동시에 본인을 제외한 부양 가족수가 4명이 되야 하니 사실상 30대가 청약에 당첨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가점이 낮은 30대 무주택자라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의 제도를 적절히 활용해 보는 것이 좋다. 이때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소득 기준 조건이 맞아야 하니 유의하자. (3인 가구 기준 부부 합산 월 최대 702만원 미만, 이에 대한 기준은 금융결제원 사이트에 자세히 명시되어 있음.) 또한 지역우선선발제도가 있다. 이는 현 거주지역자를 기준으로 50%를 선발하기 때문에 전.월세를 살더라도 거주를 희망하는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이 이후 청약시에 당첨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LTV 적용 대상 지역이 투기 지역과 투기 과열지구는 40% 이지만 조정대상지역은 60% 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주목하자. 마지막으로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올 상반기 일부 다주택자들이 한시적으로 매물을 저렴하게 던질 때 30대 무주택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경우에 LTV를 40% 까지 적용 받을 수 있는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노려보자.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다 하지 않는가. 

따라서 항상 본인이 잘 아는 지역의 아파트를 눈여겨보고 시세 변화 등을 수시로 파악하는 등 부동산을 자주 드나드는 취미(?)를 가지며 만발의 준비를 하도록 하자. 더불어 정부는 외국인들을 위한 주택 특별 공급도 좋지만 이렇게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우리 청년 세대를 위한 특별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SW

llhhll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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