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느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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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어느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의 죽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1.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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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69만원 월급, '20명 만남' 실적 채워야 전액 받을 수 있어
각종 서류 작업 등 격무, 비장애인 동료에 대한 자책감 등 문제
장애인 "동료지원가 직무 인정해야", 고용부 "실적 부담 줄였다" 일관
서울지방노동청 1층 로비에 마련된 故 설요한의 분향소. 사진=임동현 기자
서울지방노동청 1층 로비에 마련된 故 설요한의 분향소.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해 12월 5일, 전남 여수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한 남성이 투신했다.  그해 4월부터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로 여수장애인자립센터에서 일하던 25세 뇌병변 장애인 설요한이었다. 그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민폐만 끼쳤다'라는 문자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센터는 충격에 휩싸였다. 설씨는 그 전주까지도 센터의 베트남 연수에 참여했고 비장애인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간 줄 알았던 동료들은 뒤늦게 설씨의 문자를 확인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왜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가 말한 '민폐'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고용노동부는 2018년 '장애인 공공일자리'의 일환으로 중증장애인의 취업을 지원하는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이하 동료지원가) 제도를 만들었다. 동료지원가는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을 만나 상담, 고용센터 방문 등의 활동을 통해 장애인의 취업 의욕을 높이고 직업 연계를 통해 장애인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중증장애인이 동료의 취업을 도우면서 자신의 전문성도 기른다'는 것이 사업의 취지였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대우는 너무나 열악하다. 월 60시간의 근로 시간에 월급은 65만9650원. 최저임금과 한참 거리가 먼 금액이다. 문제는 이 적은 월급마저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받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동료지원가들은 한 달 동안 4명의 중증장애인을 발굴해 한 사람당 5번을 만나야한다. 총 20번의 만남을 가져야하고 이들과 관련된 활동일지 작성, 서류 제출 등의 업무를 해야한다. 20번의 만남을 채워야 65만9650원이라는 월급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만약 이 횟수를 채우지 못하면 급여가 삭감되며 20번을 넘게 만난다해도 이 금액 이상의 돈을 받을 수가 없다. 저임금에 실적 압박, 격무에 시달리는 일을 '장애인 공공일자리'라고 줬다는 것이 장애인들의 입장이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센터협의회 회장은 "동료지원가가 하는 일은 '취업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인데 중증장애인에게 일을 독려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당 참여 확인서, 경제활동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 등 8개 정도의 서류를 만들어야하고 이들을 만났다는 활동일지도 다 써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증장애인이 20번의 만남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공공일자리라고 해놓고는 적은 월급, 그것도 성과제로 운영하는 것은 이 제도밖에 없다. 한달 69만원의 월급도 못 받게 하는 것이 고용부가 만들었다는 일자리"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동료지원가들은 일일이 장애인을 만나야하는 것은 물론 각종 서류 작업 등을 혼자 해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명을 채우지 못하면 적은 월급마저 삭감되는 구조이기에 마음 고생은 더할 수밖에 없다.

김선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실장은 "감사를 앞두고 각종 서류 작업을 설씨가 맡아서 해야하는데 중증장애를 겪다보니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동료들도 자신들의 일이 있는 이들이었고 이들이 도움을 준다고 해도 같이 밤을 새야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설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가족들에게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업무에 대한,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좋았겠지만 결국 실적을 채우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자책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동료지원가에게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퍼바이저'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퍼바이저는 정부나 공단이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위탁받는 기관에서 부담해야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기관들이 자부담으로 인한 부담감으로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재 동료지원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약 500여명. 그러나 이들 역시 실적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선화 실장은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실시된 이후 사업에 참여한 장애인들이 '복지 쪽 일자리가 낫다, 더 이상 하고싶지 않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자신이 힘들고 자기 때문에 동료가 힘들어하니 싫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제도를 완화했다고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동료지원가를 하겠다는 중증장애인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동료지원가 1인당 연간 서비스 제공인원을 '48명'으로 잡았지만 올해 '20명'으로 줄이고 동료지원 활동횟수를 '10회'에서 '5회'로 완화했다고 밝혔다. 또 '4명 발굴, 5번 만남'을 '2명 발굴, 10명 만남'으로 완화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동료지원가의 현실과 맞지 않은 '조삼모사'식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 28일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조문 및 사과,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지방노동청 로비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 28일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조문 및 사과,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지방노동청 로비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장애인 관계자들은 동료지원가 제도의 전면 개편과 함께 동료지원가의 직무를 인정하고 중증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로 업무를 확장해야한다고 말한다.

동료지원가의 급여를 월급제로 전환하고 지원가 2명당 1명의 수퍼바이저를 배치하고 이들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 등과 함께 중증장애인의 공공일자리를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기준'에 맞춰야하며 그 일환으로 권익옹호 활동, 문화예술을 통한 비장애인 인식개선, 장애인인권교육 등으로 직무를 확대하는 것이 문제를 막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 28일부터 서울지방노동청 1층 로비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과와 '공공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로비에는 설요한의 분향소도 마련되어 있다. 참여자들은 이재갑 장관이 분향소에 조문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면담을 진행할 때까지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는 중증장애인 특성을 고려해 1일 3시간 월 60시간 근무조건에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으며 활동 횟수 과다 등 현장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총 3차에 걸친 제도개선을 추진했고 실적 부담에 대한 현장 지적을 반영해 건수를 대폭 축소해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성과제 폐지 등 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시정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형숙 회장은 "고용노동부의 책임이 있기에 장관의 조문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잠깐의 면담이라도 좋으니 만나달라고 했는데 고용노동부는 답이 없고 2021년 예산 편성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한다. 잠깐이라도 내려와서 이야기만 들어주면 되는 것인데 이것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화 실장은 "고용노동부는 '이 정도까지 완화했는데 뭘 더 개편하라는 것이냐'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료지원가의 열악한 상황을 알게 된 중증장애인들이 앞으로 동료지원가를 하지 않으려할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횟수를 줄이는 게 문제가 아니다. 농성을 시작한 28일에도 고용노동부 담당과장이 나왔는데 예산 문제 이야기를 하면서 '장관이 사과를 한다면 이 일자리는 없어지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아예 일자리를 없애겠다는 협박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그나마도 실적을 채워야하는 동료지원가의 현실.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하지만 바쁜 동료의 시간을 뺏고 자신 때문에 동료가, 센터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자책감. 취업이 오히려 족쇄가 된 이 무서운 세상을 설요한은 스스로 등졌다. 그의 죽음은 우리가 아직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을 '시혜'라고 생각하고 '일자리만 주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는 안일함을 꾸짖고 있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답을 줘야하는 시점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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