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사의 긴 침묵, 작가의 붓을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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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사의 긴 침묵, 작가의 붓을 꺾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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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저작권 논란' 계속, 전년 수상자 윤이형 '작품활동 중단'
"문학사상사 대표, 우수상 수상자에게도 '저작권 양도' 문서 보내라 명령"
작가들 '업무 거부'로 맞서, 문학사상사 "입장 곧 밝힌다"
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 수상작 저작권' 문제에 반발하며 '작품활동 중단'을 선언한 윤이형 작가. 사진=문학사상
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 수상작 저작권' 문제에 반발하며 '작품활동 중단'을 선언한 윤이형 작가. 사진=문학사상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저작권 양도'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이상문학상의 주최사 문학사상사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 우수상 수상을 거부하고 전년도 대상 수상 작가가 '절필 선언'을 하고 이에 다른 젊은 작가들이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운동으로 동조의 뜻을 표하며 문학계 전방위로 영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문학사상사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말 뒤에 숨어있는 모습이다.

특히 윤이형 작가가 전 문학사상사 직원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문학사상사 회장이 '우수상 수상자에게도 저작권 양도 문서를 보내라'고 강요하고 회사의 모든 일에 대해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으로 명령을 내렸다"고 밝혀 '저작권이 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작가가 작가의 생을 마쳤다'는 작가들과 독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우수상 수상자에 '3년간 저작권 양도', 직원의 실수?

지난 1월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금희 작가가 "내 단편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있었다. 말을 하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만 말하지 않으면 계속 '양도'라는 단어 속에 작가들의 작품들이 갇힐 것"이라며 수상을 거부하고, 역시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은영 작가도 "작가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출판사와 관계 맺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상을 받지 않겠다"며 수상을 거부하면서 주최사인 문학사상사의 '저작권 양도' 논란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문학사상사는 수상 작가에게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제시했다. 이 조항은 지난해부터 계약서에 있던 내용인데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수상을 조건으로 문학사상사가 저작권을 챙기고 작품의 발표를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된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학사상사는 "문제가 된 조항의 폐기 및 개정 여부를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계약서의 문구는 관행에 불과하며 작가가 다른 곳에 수상작을 발표할 의향이 있다고 말만 한다면 수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임지현 문학사상사 대표가 "대상 수상작에 대해 3년 저작권을 양도받는 조항이 지난해부터 서류 착오로 우수상 수상작가에게도 잘못 전달됐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부채질했고 김금희 작가는 "사태를 한 개인에게 넘기려 하지 말라"며 맞섰다.

"문학사상사 대표, 수상작 저작권 멋대로 풀고 맺어"

문학사상사가 계속 '논의 중'으로 일관한 사이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윤이형 작가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작품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윤이형 작가는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하지만 이미 상금을 받았고 상에 따라오는 부수적 이익들을 모두 받아 누렸으며 저작권 개념에 대한 인식 미비로 양도 문서에 사인을 했기에 제 작품을 그 일에서 떼어낼 수도 없게 됐다. 그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은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윤 작가는 전 문학사상사 직원과의 통화를 통해 들은 이야기라면서 "부당한 조항이 지난 두 해만 적용됐던 것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문학사상사 회장님께서 그 문서를 우수상 수상자들에게도 보내라고 강요하셨다고 들었다. 작가로부터 저작권을 풀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풀어주고, 들어오지 않으면 그대로 묶도록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회장님께서 회사의 모든 일에 대해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으로 명령을 내리셔서 직원들이 모든 일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 작가는 "문학사상사 대표님에게 '왜 직원의 실수라고 했는지'를 물었고 상의 권위를 지키려 하지 말고 우수상 수상자들에게 제대로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메일을 보냈다. 지금까지 기다려왔지만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제대로 된 대응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껏 문학계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연루된 작가들의 피해가 제대로 보상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런 환경에서 더 일하고 싶지 않다"면서 "회장님 한 사람의 억압적 명령에 따라 이상문학상을 자의적으로 운영한 것,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빼앗은 것, 형식상의 계약서를 보내며 거래하듯 상을 수여해 작가들에게 부당한 상황을 만든 것, 그리고 이것이 직원의 실수라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상처받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윤 작가의 글이 나온 뒤 최은영 작가는 "왜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반성하지 않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사과하지 않고 부당함에 피해를 입은 작가가 절필을 선언해야하나. 저도 이 '문단'이라는 곳의 구성원으로서 윤이형 작가님의 절필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문학사상사에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했다. 

또 작가들은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와 함께 '청탁 및 연재 거부'를 선언하며 문학사상사의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던 권여선 작가를 비롯해 황정은, 장류진, 최유안 등 작가들이 연대의 뜻을 밝혔다. 

문학사상사 "계속 회의 진행, 곧 입장 내놓는다"

그러나 문학사상사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접속 차단' 메시지가 며칠째 계속 뜨고 있다.  긴 침묵이 이어지던 3일, 본지가 문학사상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비서실 전화를 받은 관계자는 "모두 회의 중이다. 운전하는 사람이라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 다른 곳으로 통화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가까스로 연결된 직원에게 들은 이야기는 "긴 논의가 진행됐고 내일(4일)이나 이번주 쯤에 입장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었다. 직원은 "대표와 직원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직원의 실수'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긴 논의가 진행 중이고 이 시간에도 직원들이 모두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주 안에 입장이 발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계속된 '트래픽 초과'에 대해서는 "우리도 인식하지 못했다.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말을 하겠다"면서 "연락을 막기 위해 일부러 닫거나 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접속자가 늘어나서 다운된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 작가들의 자긍심 지켜달라" 작가의 호소

과거 임홍빈 전 문학사상사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 제도는 문학의 위상을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장치다. 훌륭한 작품이 이 책 저 책에 실려 흔한 취급 받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 3년이 지난 뒤에 자기 작품집에 실을 수 있고 그때도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하지 않아야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제목 같은 책이 두 권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라며 저작권 양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작가에게 저작권을 양도하는 것은 물론 그 작가의 저작권을 대표 마음대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 많은 작가들은 '갑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관행이라고 여겨졌던 해묵은 출판계 풍토에 젊은 작가들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학사상사가 그들의 말대로 입장을 내놓을 지, 아니면 또다시 시간끌기로 일관할 지 주목된다. 

 "항상 신인작가들만 해요. 젊은 작가들만 싸워요.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왜 수록을 거부하는지, 왜 그들의 시가 거부당하는지, 최근의 신인상 조항에 대해 누가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보아 주세요. 관심을 가져주세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불이익과 낙인을 감수해가며 부조리와 싸우는 젊은 작가들이 얼마나 훌륭한 작품들을 써내고 있는지 알아주세요. 그들이 자긍심과 에너지를 잃게 하지 마시고 그것을 지켜주세요" (윤이형 작가 트위터에서 인용).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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