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숙대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에서 리틀록 사건을 보다
상태바
[기자수첩] 숙대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에서 리틀록 사건을 보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2.05 16:25
  • 댓글 0
  • 트위터 440,68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인디애나 대학교 아카이브
1957년 미국 아칸소 주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에 등교하는 흑인 학생 엘리자베스 엑퍼드(Elizabeth Eckford)에게 고함을 지르며 위협하는 백인 폭도들의 모습. 사진=인디애나 대학교 아카이브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지난달 30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합격했다. 합격생은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이라는 의지를 밝히며, 트렌스젠더 여성의 첫 여대 입학으로 대한민국 성소수자 인권 역사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희망적인 행보는 2020년 한국 여대의 민낯에 가로막혔다. 극단적 페미니즘을 추종하는 숙대 여학생들로부터 입학 반대라는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숙대를 비롯한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스스로를 여대 학생이라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해당 합격생에 대해 ‘내시’라는 모욕적인 표현까지 담은 반대 성명문까지 냈다.

이들 ‘영페미(Young-Femi)’는 2000년대 대학가를 무대로 극단적 페미니즘을 추종하며 왜곡된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을 무기로 정치사회 활동을 하는 청년 여성계층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대표 사건으로 있으며 국내 여성계 및 정치권의 주요 지지층,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영페미의 반발 이후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계 주류 단체가 입학을 적극 환영함에도, 숙대 여학생 등 영페미 층은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 혐오 표현을 잇고 있다. 여성 우월주의적인 래디컬 페미니즘에서 트렌스젠더는 여성이라는 순수성-교리를 침범하는 존재로 간주된다는 이유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21세기인 오늘날 청춘과 지성을 상징하는 대학생들이 한 소수자에게 집단적으로, 공개적으로 박해를 하는 모습은 가히 야만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신시대의 야만은 오래된 것의 다른 모습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다.

1957년 미국 대법원은 인종차별로 인한 흑인, 백인 간의 학교분리현상에 대해 ‘피부색을 이유로 학생 교육을 분리·차별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미국 아칸소 주 리틀록 학구 지역민과 주지사 등 백인 사회는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에 입학하려한 흑인 학생 9명, 일명 ‘리틀록 나인’의 등교를 금지시켰다. 백인 학교에 흑인이 공부한다는 것은 KKK식 린치를 가할 수 있을만큼, 당대 미국 남부에 만연했던 백인 우월주의를 위협하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주(州)방위군까지 동원된 인종차별의 긴장은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연방군 출동 및 주지사의 주방위군 통수권 회수까지 가서야 멈췄다. 리틀록 사건은 6년 뒤 앨라배마 대학교 흑인 입학 거부 사건까지 미치는 등, 미국 흑인 인권 역사에서 희대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사진=셔터스톡·유튜브
미국 KKK(쿠 클럭스 클랜, 백인 우월주의 테러단체)와 극단적 페미니즘 단체의 집회 모습. 사진=셔터스톡·유튜브

숙대생들의 트렌스젠더 학생 입학 거부는 시민사회에서도 상당한 비판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해당 학생의 입학 반대를 견지하고 있다. 마치 20세기 흑인 린치의 장이 한국에 이르러 21세기 트렌스젠더 린치라는 새로운 장으로 가면을 바꿔쓰고 계속되는 모습이다.

숙대 반대파의 목소리로 극단적 페미니즘의 민낯은 명확해졌다. 언더도그마(Underdogma)를 무기로 여존남비를 부르짖는 이들은 성(性)평화를 파괴하는 21세기 반달리스트이자 19대 정부 아래 여론의 주류, 기득권이라 자부하는 선민사상의 이너서클이다. 혜화역·광화문 시위로 증명했으니, 시민사회 다수의 비판과 정당성 상실이 어떠할지라도 스스로는 건재하다는 의미겠다.

이번 여대 페미니즘 집단이 낸 성명문에서 그들은 여대를 “여성을 위한 공간”, “트렌스젠더가 조용히 있었으면 난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 “트렌스젠더가 여성이라는 근거는 비약적”이라 표현하고 있다. 트렌스젠더를 흑인으로, 여성을 백인으로 바꿔 읽게 하면, 그 때 그 시절 리틀록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어떤 우월주의의 민낯을 마주할 것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