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지연, 30대 돌풍' 혼돈의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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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지연, 30대 돌풍' 혼돈의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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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보고용 앱 불통, 이틀간 '개표율 72%' 머물러
부티지지 '깜짝' 선두, '제2의 오바마 돌풍' 예상
바이든 4위 추락으로 대세 흔들려, '고령 정치' 반발 움직임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예상을 깨고 1위를 달리고 있는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사진=AP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예상을 깨고 1위를 달리고 있는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사진=AP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미국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개표 오류'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여당인 공화당이 이미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정한 것과는 달리 민주당의 코커스(당원대회)는 개표 결과 보고용 앱 코딩의 문제로 이틀이 되도록 승자가 결정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선거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조 바이든-버니 샌더스의 양강 대결이 예상되던 민주당 경선에서 30대 정치인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선두를 달리기 시작했고 역시 약세가 예상되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민주당의 경선은 '예측 불허'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5일 오후(한국시간) 현재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개표가 71% 진행된 가운데 피트 부티지지가 26.8%,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5.2%, 엘리자베스 워런이 18.4%,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5.4%를 얻으며 부티지지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기에 정확한 승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부티지지의 '깜짝' 선두 도약과 바이든의 참패는 이번 경선에서 중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오와에서 이긴 후보가 대선으로 간다'는 민주당 경선의 역사에 비춰볼 때 부티지지의 선전이 '제2의 오바마 돌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38세인 부티지지는 지난 2012년 30세의 나이에 자신의 고향인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에 취임해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80%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시장 재직 중이던 2014년, 7개월간 휴직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해군 정보장교로 파견근무를 했던 그는 2015년 지역 신문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고 2018년 동성 애인과 결혼하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그는 커밍아웃을 한 최초의 민주당 대선후보이기도 하다.

부티지지의 선전은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등장과 유사하다. 2008년 열린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유력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서 승리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조지 부시 2세의 정치에 염증을 느꼈던 이들은 'Yes, we can"을 외친 젊은 흑인 후보에게 관심을 가졌고 마침내 흑인 최초의 대통령을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여기에 민주당의 대표 후보라 할 수 있는 바이든(77세), 샌더스(78세), 워런(70세),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7세) 등이 모두 고령이라는 점에서 '정치의 노쇠화'를 우려하는 이들이 부티지지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백인들의 고장에서 선전했던 오바마와는 달리 흑인 등 유색인종 진영의 지지가 저조하고 보수적인 당원들의 입장에서 '성소수자 대통령'을 인정할 수 있느냐가 부티지지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티지지의 선두는 곧 바이든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두 후보가 중도 성향이라는 점에서 살펴볼 때 '보수적이고 올드한' 이미지가 바이든의 패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적인 공약들을 제시하며 마지막까지 민주당 경선에서 경합을 펼쳤던 샌더스가 고령임에도 여전히 진보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비록 시작에 불과하지만 '4위'라는 결과는 바이든의 대권 가도에 엄청난 손실이 됐다. 

물론 선두를 차지하지 못한 후보들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선 제압을 하지는 못했지만 아이오와주에서 선출된 대의원이 전체의 1%에 불과하고 11일(현지시간)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당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선거이기에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후보들의 생각이다. 

특히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하지 않은 블룸버그는 3월 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슈퍼 화요일'을 승부처로 잡고 있다. 지역마다 다른 정치 성향,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선택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에 크게 실망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초유의 '개표 지연' 사태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3일 오후 7시(이하 미 동부표준시간)에 시작된 코커스의 첫 개표 결과가 21시간만인 4일 오후 5시에 발표가 났고 개표율 62%에서, 다시 71%에서 멈춘 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1, 2차 투표 결과와 최종 득표울에 비례한 대의원 확보 수 등 3가지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3가지 숫자가 불일치하다"며 결과 보고용 앱에 기술적 결함이 생겼다고 밝혔다. 

코커스가 진행된 지 이틀이 되도록 결과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미국 내에서는 '난장판', '대실패', '엉성한 열차사고'라는 비야냥이 나오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그들(민주당)이 이 나라를 이끌었을 때처럼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코커스는 완전한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개표 지연이 일부 후보들의 '경선 불복'을 촉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의 경우 선거 결과가 갑자기 바뀌는 일이 있었으며 2016년, 힐러리와 샌더스가 초박빙의 접전을 펼쳤던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 때는 몇몇 지역에서 '동전 던지기'로 승자를 결정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의 일이 벌어지면서 코커스의 투명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번 개표 지연 사태 역시 '결과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이 등장하면서 코커스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높아진 점도 이번 미국 대선의 특징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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