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에 ‘확진자’가 나온다면 밝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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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한에 ‘확진자’가 나온다면 밝힐 수 있을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2.0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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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당국이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국가 방역체계로 전환한데 이어 장관급으로 지휘부를 구성하고 매일 보건 방역에 3만명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육··공을 차단한데 이어 지역간 이동을 금지하는 한편 2월말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회의·결혼·행사까지 금지하고 있다. 마치 코로나비루스 예방사업이 최고 존엄을 보위하는 사업으로 바뀌어 있다.

언론들은 대북 소식통들을 인용해 신의주, 무산, 강원도에 의심환자가 나왔고 평양에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며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까지 코로나비루스 감염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각급 비상방역지휘부들의 역할을 더욱 높이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나라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 환자가 발생되지 않았다고 하여"라며 북한에 확진자가 없다고 밝혔다. 노동신문도 "전염병이 우리나라에 절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투쟁의 도수(수위)를 부단히 높여나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송인범 보건성 국장이 조선중앙TV 인터뷰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이 발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도 북한의 공식 확진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북한의 취약한 검역망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북한에서 감기나 발열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더라도 의료기관에 즉각 신고하거나 진단 받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확진자가 있어도 밝히는 게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코로나비루스 예방이 최고 존엄을 보위하는 사업인데 만약 특정 지역에 확진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예방사업의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과가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변명의 여지는 애초부터 없는 셈이다.

특히나 지난해 당 전원회의에서 보건사업 개선을 '정면 돌파전'의 주요 과제로 삼은 이래 코로나비루스 상황은 이 같은 전원회의 결정의 첫 시험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생략한 채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외치는 마당에 확진자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후에 코로나비루스가 물러가고 나면 또 어떻게 될까. 방역일꾼들의 수고스러움은 고사하고 최고 존엄 보위전투에서 승리했다고 자평하거나 자력갱생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줬다고 선전할게 뻔하다.

혹자는 북한에 코로나비루스 확진자가 나오면 이를 국제사회에 알려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방역체계가 부족한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이참에 방역지원은 물론 식량이나 에너지에 이어 잘하면 제재완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북한에 확진자가 나오면 밝힐 것이냐 뭉갤 것이냐는 순전히 북한의 몫이다. 어차피 꽁꽁 싸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코로나비루스를 대하는 북한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국가의 존망이 걸렸고 최고 존엄 보위전투라는 타이틀이 이를 잘 말해준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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