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구하기' 우리금융그룹, 고객 불안감 생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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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구하기' 우리금융그룹, 고객 불안감 생각했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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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책경고에도 "기관 제재 절차 남았다"며 체제 유지, 사실상 연임 강행
DLF 사태,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변경 등 '도덕적 해이' 책임 무시
"중징계 지나치다, 금관원 관치 나설 것" 주장도 제기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우리금융그룹 이사회가 지난 6일, 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체제 유지'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연임을 지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고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DLF 사태는 물론, 지난 2018년 일어난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건이 불거지는 등 우리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 드러나면서 손 회장 체제 유지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날 이사회에서 "아직 기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절차가 남아있고,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기존 결정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손태승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회장에서 '문책경고'를 내렸다. 사태를 촉발시킨 DLF의 불완전 판매는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인한 경영진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었다. 지난 3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결제를 내리면서 손 회장의 문책경고 징계는 확정이 됐지만 기관 제재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공식 제재는 아직 통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공식 제재가 나오기 전 주주총회를 열어 손 회장의 연임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고 우리은행이 행정소송을 통해 제재에 대한 효력 정지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연임을 강행할 경우 금감원과 '전면전'을 해야한다는 것이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스런 부분이었다.

우리금융그룹은 '제재 공식 통지시까지'라는 단서를 달며 손 회장 체제를 일단 '시한부'로 규정하며 금감원과의 전면전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문책경고가 확정되어 3년간 연임은 물론 금융기관 취업을 할 수 없는 손태승 회장을 그대로 밀어붙인 것 자체가 결국 '연임'을 확정지은 것이며 곧 그룹이 행정소송을 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금융그룹은 경영 공백, 새로 선출될 우리은행장과의 호흡 등을 생각해 볼 때 회사 안정을 위해 손 회장이 연임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DLF 사태, 경영 악화 등 악재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배상에 임하라'고 주문하는 등 신속하게 문제를 처리한 점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DLF 사태를 경영진의 책임으로 판단한 상황에서 사태의 책임이 있는 손 회장을 연임하는 것이 도의적인 판단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경고가 아닌 해임이 되었어야하며 손 회장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 이상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며 우리금융그룹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8년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의 인터넷, 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우리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직원들은 장기간 거래가 없는 고객 2만3000여명의 계좌 온라인 비밀번호를 교체해 온라인 계좌에 접속한 것처럼 꾸며 거래 실적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감원은 조사 후 은행과 임직원의 징계 수위 등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2018년 자체 감사를 통해 무단 교체 사실을 발견하고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사전 보고를 한 상황이다.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문제점이 노출된 계좌 활성화 실적 항목을 핵심성과지표에서 제외시켰다"면서 "비밀번호 임의 변경으로 인한 고객정보 유출이나 금전적인 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고객의 정보를 멋대로 바꾸는 행위 자체만으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이 아직까지 사과의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은행은 '개인의 일탈이었다'라고 하지만 DLF 사태처럼 '내부통제 부실'이 다분히 보였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책임론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당시 우리은행장도 손태승 현 회장이었다.

일부에서는 DLF 사태처럼 이 사건도 손 회장의 '연임을 위한 실적 올리기 강요'로 인한 것이라면서 손 회장을 우리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 이사회를 앞두고 2년 전의 일이 갑자기 불거진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금감원이 우리은행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을 하고 있다.

몇몇 관계자들은 우리은행이 금감원의 배상 권고를 수용해 피해 고객들에 대한 배상을 추진했음에도 금감원이 중징계를 내리면서 은행의 개선 노력을 무시하고 이미 은행 자체 내에서 해결한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징계를 내리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우리은행 죽이기'를 통해 금감원이 '관치'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 개인정보가 유출됐을지도 모른다'는 고객들의 불안감, 은행을 믿고 DLF를 샀다가 큰 피해를 입은 고객들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지금 같은 우리금융그룹의 '손태승 구하기'는 썩 책임있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안정'을 이유로 이미지를 망친 장본인을 다시 앉히려는 모습은 고객의 피해, 불안감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안정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주고 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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