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美 민주당 경선, 아이오와의 악몽 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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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 美 민주당 경선, 아이오와의 악몽 잊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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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 승리, 부티지지와 접전
클로버샤 중도-여성 지지 바탕 약진, 바이든 또 참패
블룸버그 등장, '흑인 유권자 표심' 등 변수, '슈퍼 화요일' 기대케 해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초반 양강체제를 구축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 사우스벤드 시장(왼쪽)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AP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초반 양강체제를 구축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 사우스벤드 시장(왼쪽)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AP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아이오와 코커스'의 개표 연기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의 초접전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이오와에서 초접전을 펼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 사우스벤드 시장이 이번에도 접전을 펼친 가운데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약진한 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에도 저조한 득표를 보이며 탈락을 걱정할 상황이 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민주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샌더스가 25.8%의 득표로 선두를 기록했고 부티지지가 24.5%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클로버샤가 19.9%의 득표로 3위를 하며 약진했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9.2%, 바이든이 8.4%를 각각 얻었다. 

이로 인해 샌더스와 부티지지가 각각 9명의 대의원을, 클로버샤가 6명의 대의원을 얻은 반면 워런과 바이든은 대의원을 얻지 못했다. 뉴햄프셔의 대의원은 총 24명이다. 

당원 투표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당내 유력 후보로 부각되는 효과가 있다면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대중적 인기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경선 레이스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군소 후보들의 경우 경선을 포기하기 시작하고  상위 후보들의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지게 된다.

샌더스는 1위가 확정된 후 "오늘의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말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단순히 트럼프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네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도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샌더스는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득표율은 25.8%에 불과했다. 이는 역대 뉴햄프셔 경선 승리자 중 가장 낮은 득표율이다. 참고로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이겼던 2016년 경선 득표율은 60.1%였다.

부티지지는 이번에도 샌더스를 위협하며 아이오와 코커스의 선전이 '깜짝 돌풍'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급진적인 진보 성향의 샌더스를 경계하는 이들이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한 부티지지 쪽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각각 '진보'와 '중도'를 대표하는 두 후보의 '진영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뉴햄프셔에서 선전한 클로버샤는 중도-여성의 지지를 바탕으로 반전의 기회를 얻어냈다. 지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이른바 '15% 룰'의 벽에 걸려 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경선에서 15%가 넘는 표를 얻으며 6명의 대의원을 얻은 점은 역전의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부티지지와 마찬가지로 유색인종의 지지율이 낮다는 것이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한때 샌더스와 함께 '2강'으로 꼽혔으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뜻밖의 참패를 당한 바이든은 뉴햄프셔에서도 참패하며 중도 탈락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바이든은 "나라 전체도 아니고 단 2%"라면서 다음 경선지인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흑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는 바이든은 흑인 인구가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승리를 노리고 있으며 "흑인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 없이는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는 뉴햄프셔 경선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날아가며 '배수의 진'을 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미 2곳에서 참패하면서 사실상 바이든의 '권토중래'는 힘들어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때 다크호스로 여겨졌던 워런은 아이오와 코커스의 선전을 이어가지 못하고 뉴햄프셔에서 대의원 확보에 실패하면서 험난한 행보를 예고했다. 특히 같은 여성 후보인 클로버샤의 도약이 워런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곳의 경선 결과 부티지지 23명, 샌더스 21명, 워런 8명, 클로버샤 7명, 바이든 6명으로 대의원이 확보됐으며 22일 네바다,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경선이 열리고 3월 3일에는 14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리는 '슈퍼 화요일'이 진행된다.

한편 경선 주자였던 사업가 앤드루 양, 마이클 베닛 상원의원, 더발 패트릭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가 경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의 경선 후보는 8명으로 압축됐다. 경선을 포기한 후보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 지가 주목되는 가운데 패트릭의 사퇴로 민주당은 흑인 후보자 없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슈퍼 화요일'을 노리며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등장도 변수다.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모두 흑인 인구층이 많기 때문에 부티지지의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고 바이든의 부진이 거듭될 경우 중도 유권자들이 대항마로 블룸버그를 선택한다면 민주당의 양강 체제가 뒤집힐 수도 있기에 그렇다. 

이처럼 선두를 확신할 수 없는 접전, 역대 최저 득표 승자가 나올 정도의 혼전이 이어지면서 미국 민주당 경선은 아이오와 코커스의 악재에서 벗어나 '신구대결', '중도 대표 대결', '진영대결' 양상을 보이며 '슈퍼 화요일'의 결과를 기다리게 만들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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