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진핑-마하티르 총리 통화가 보여주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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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진핑-마하티르 총리 통화가 보여주는 현실
  • 시사주간
  • 승인 2020.02.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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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우의 과시…우리 처지 되돌아 보게 해
문희상 의장 서한, 적절한가 의구심
시진핑 주석, 마하티르 총리. 사진=시사주간 DB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두터운 우의를 과시했다는 소식은 현재 우리의 처지를 되돌아 보게 한다.

중국 환구신보는 14일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톱 기사로 전하면서 시 주석이 마하티르 총리를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 칭하고 “중국 인민이 신종 폐렴과 필사적으로 맞서 싸우는 중요한 때에 총리가 전화 통화를 제안, 말레이시아의 우정과 중국에 대한 지지를 반영했다. 당분간 양국 정상들의 왕래는 불가피하지만 양국 국민의 두터운 우의는 흔들릴 수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마하티르 총리 역시 중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표하면서 중국이 전염병 발생에 대응한 엄청난 노력을 치하하고,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세계 공공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는 등 우의를 과시했다.

말레이시아는 인구가 약 3,200만 명으로 세계 45위(2020 통계청, UN, 대만통계청 기준), GDP 약 3,543억 달러 세계 36위(2018 한국은행, The World Bank, 대만통계청)의 나라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도가 떨어진다. 중국 교역상대국으로도 일본과 우리나라에 뒤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 나라를 우리보다 우대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 야심이 숨겨져 있다. 양국은 철도, 항만 등 교통인프라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수출을 위한 주요 거점항구가 될 수 있는 클랑항 자유무역지대(PKFZ) 등 중국으로서는 군침을 흘릴만한 메리트가 말레이시아에 많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마하티르 총리는 “우리는 새로운 식민주의의 등장을 원치 않는다”며 딴지를 걸고 나섰다. 또 동부해안철도 에너지 파이프라인 등 사업을 “필요없다”며 취소하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다룬 만화책을 공산주의를 홍보한다면서 판금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은 마하티르 총리가 “외교적 승리를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점을 유추해 보면 시 주석의 전화통화는 말레이시아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일지도 모른다. 말레이시아를 본받아 다른 나라들도 일대일로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라오스, 미얀마, 몬테네그로, 몰디브 등 국가들이 일대일로에 의한 부채 문제로 불만을 터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목 빠지게 기다리는 방한을 미적거리고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에 쓰다 달다 말이 없다. 오히려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대사는 중국인 입국 금지와 관련, “중국과의 여행·교역 제한을 반대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규정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식의 다소 무례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13일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싱 대사를 통해 시 주석에게 서한을 보내며 “방한이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또 당부했다. 이 시점에서 이런 식으로 방한에 매달리는게 다시한 번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일은 아닌가 걱정된다. 어찌보면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에 강경하게 나갔기 때문에 대접 받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상대국이 신사적이고 우호적 혹은 겸손한 자세를 취하면 강하게 나가고 그 반대면 굽신거리기 때문이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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