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M '인종차별' 논란, '핵심빠진 사과'로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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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M '인종차별' 논란, '핵심빠진 사과'로 더 커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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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화장실에 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 종이 붙여 "코로나 때문"
"영어로 써주마, 뭐가 문제냐?" 문제 지적 고객에게 무례한 언행
사과문에는 '승무원 실수'만 언급, 무례 응대에 대한 사과는 없어
A씨가 SNS에 올린 KLM 항공기 기내 화장실. 종이에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씌여있다. 사진=A씨 제공
A씨가 SNS에 올린 KLM 항공기 기내 화장실. 종이에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씌여있다. 사진=A씨 제공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KLM 네덜란드 항공(이하 KLM)이 기내 화장실에 한국어로만 '사용금지' 문구를 붙인 것이 SNS를 통해 밝혀지며 '인종차별' 비판에 시달렸다. 논란이 커지자 기욤 글래스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본부장(사장)이 직접 사과문을 낭독했지만 '인종차별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SNS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KLM 항공기(KL855)에 탑승한 A씨가 기내 화장실 문에 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적혀있는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이 항공기의 부사무장이 "네덜란드 규제에 따라 비행기 내 사진을 찍는 행위를 불허한다"며 사진을 지울 것을 요구했고 A씨는 ▲비행기 내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정확한 법률적 근거 ▲기내 화장실을 '승무원 전용'으로 바꾼 이유와 한글로만 안내문을 쓴 이유  ▲안내방송으로 양해를 구하지 않고 종이만 붙인 이유를 사무장에게 물었다.

그러자 KLM 사무장은 "잠재 코로나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며 허락없이 타인의 사진을 찍는 것은 불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안내문을 한글로만 적은 이유를 묻자 사무장은 "그게 기분이 나쁘냐? 그럼 내가 영어로 써주겠다. 됐냐?"며 영어 문구를 함께 적었고 안내 여부에 대해서는 "본인들의 의사결정이기에 본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지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이 공개한 녹취파일에는 "안내방송은 당신이 아닌 우리가 결정한다", "영어로 안 쓴 건 내가 까먹어서 그렇다", "아무도 문제제기 안하는데 왜 당신만 난리인가?"라는 등의 멘트가 나왔으며 이름을 알려달라는 A씨의 요구에 화를 내는 직원의 목소리도 담겼다.

KLM은 SNS 계정을 통해 "가끔 만석이 아닌 경우 승무원 화장실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으며 왜 한국어로만 씌여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한글로만 문구를 적어 한국 사람들만 화장실로부터 격리한 이유가 전혀 정당하지 않고 사건이 일어난 비행기에는 승객 50%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다수의 한국인을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잠재 보균자로 여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KLM의 '인종차별 대우'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높아지자 KLM은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승무원 전용 화장실의 운영 및 공지와 관련해 승객 여러분께 불편과 심리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사과했다. 이 간담회에는 글래스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14일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욤 글래스 사장이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욤 글래스 사장이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LM은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은 KLM의 정해진 정책이 아니며 승무원에 의해 이루어졌다. 승무원 개인의 실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실수다. 해당 승무원의 의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로 해석된 바 한국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글래스 사장은 인종차별 문제로 판단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영어로 기재하는 것을 깜박한, 단순히 어리석은 실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어떻게 인종차별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특정 인종이 아닌 전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는 사태이기에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만 어떻게 됐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인종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해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또 KLM이 이번 문제를 '승무원의 단순 실수'로만 여겼고 고객의 불만에 대한 응대의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KLM의 사과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SNS에서는 과거 KLM 항공기에서 불편을 겪은 사례들을 거론하며 'KLM을 타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유럽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토트넘 훗스퍼의 손흥민이 맨체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어 승리한 후 가진 현지 매체와의 인터부에서 기침을 작게 두 번 한 것을 두고 해외 누리꾼들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 아니냐'라는 조롱의 글을 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손흥민의 동료들이 마스크를 쓴 합성 사진과 함께 '신종 코로나가 토트넘에 상륙했다'는 등의 발언들이 퍼지는 등 유럽의 코로나 관련 인종차별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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