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감당 어려우면 때려도 괜찮다?' 인강학교 판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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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감당 어려우면 때려도 괜찮다?' 인강학교 판결 논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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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폭행한 사회복무요원 집행유예, 교사 무죄 선고
法 "비난받을 일이지만 경험 없기에 감당 어려웠을 것, 교사들 증거 불충분"
장애인 부모들 "폭행이 훈육인가? 지도하지 않은 교사는 폭행 공범" 반발
지난 2018년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폭행 피해 학생 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부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폭행 피해 학생 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부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교사들은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이 판결이 장애인 학생들에게 가한 폭력의 강도와 져야 할 책임에 비하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발달장애 특수학교인 서울 인강학교에서 근무하던 사회복무요원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학생을 폭행하고 폭언을 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장애 학생의 머리와 어깨를 주먹으로 수차례 내리치면서 학생을 위협하고, 학생을 캐비넷 안에 가두고 폭력을 행하며, 얼차려를 가하며 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하고 이에 벌벌 떨며 고함을 지르는 학생을 보며 낄낄거리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장애인 폭행범'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들어왔고 장애인 부모들은 물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인강학교를 찾아 피해를 입은 장애인 학부모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경찰은 폭행과 폭언을 한 사회복무요원 3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교사 2명의 학대 범행이 추가로 밝혀졌다. 장애 학생에게 고추냉이를 억지로 먹이고 외부와 차단된 사회복무요원실로 데려가 1~2시간 동안 방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5명은 모두 장애인복지법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1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남기주 부장판사)은 사회복무요원 백모(23)씨에게 징역 1년, 이모(25)씨에게 징역 8개월, 한모(25)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세 사람 모두 2년간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또 이들과 함께 학대 혐의로 기소된 교사들에게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피고인들이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배치 전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거나 장애학생과 생활한 경험이 없고, 병무청이나 인강학교에서 간단한 교육만 받고 업무 보조에 투입됐다. 중증장애 학생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 경험이 없던 피고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며 형 집행을 유예했다.

또 교사 2명에 대해서는 "부합하는 듯한 증거는 증인의 법정 진술과 수사기관에서의 다른 피고인의 진술인데 사실과 사정에 비춰 믿을 수 없거나 믿기 부족한 증거"라면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동영상을 통해 장애인을 심하게 학대하는 모습이 공개되었음에도 '중증장애 학생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폭행을 하나의 '훈육'으로 제시하고 사회복무요원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교사의 책임을 물어야함에도 그 책임에 대한 언급 없이 '증거 없음'만으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장애 학생들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은, 폭행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을 선고한 '지나친 관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판결이 나온 19일 논평을 통해 "판결대로라면 우리 사회에서는 중증장애인을 학대해도 그가 중증장애인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죄를 엄히 묻지 않을 수 있다. 중증장애 학생을 '경험이 부족한; 사회복무요원에게 제대로 지도도 하지 않고 맡기고, 관찰과 지도를 하지 않은 행위는 교사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학대 방치를 넘어 학대의 공범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식의 관대한 판결이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대한 학교교육도, 사회교육도 못 갖추고 있는 것에 대한 뻔뻔한 책임회피의 핑계가 됐다는 것에 절망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자녀에게 '네가 애초에 불리하게 태어났으니 스스로 무장하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분노할 뿐이다. 차별과 혐오가 가득한 이 사회에서 장애를 갖고 태어나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랑하는 내 자녀에게, 이 유감스런 판결을 전하며 다만 한없이 미안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조경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실장은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에 이처럼 관대한 것은 장애학생을 돌보는 것이 어렵고 돌발적인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서는 폭력적이라도 훈육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있는 것 같다. 장애 특성에 따라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훈육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도 이런 일을 당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 아무도 이런 일에 벌을 받지 않고 받아도 약한 벌로 끝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가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장애인을 대하는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 판결이다"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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