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로 집단감염됐는데 또?' 코호트 격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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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로 집단감염됐는데 또?' 코호트 격리 논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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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병원 정신장애인 폐쇄병동 시행, 장애인 시설 '방안 마련 필요' 발표
"의료 접근권 막는 차별적 시각, 수용 문제 생각 못해" 비판
질본 "'무조건 코호트 격리' 뜻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를 것"
대남병원, 장애인 시설 '코호트 격리' 비판받은 이유
지난 21일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7명의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하고 경북 칠곡의 중증장애인 시설 '밀알사랑의집'과 경북 예천 중증장애인시설 '극락마을'에서 확진자가 발견되는 등 시설과 병동에 갇힌 정신장애인, 중증장애인들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격리수용', '시설수용'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전염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청도 대남병원과 장애인 시설에 '코호트 격리'(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환자와 의료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것) 조치를 추진했지만 이미 오랜 기간 격리된 곳에서 감염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격리를 더 강화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은 입원자 102명 중 1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사실상 전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지난 19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폐렴 증세로 사망한 첫 사망자는 연고자 없이 20년 넘게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였으며 몸무게가 42kg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번째 사망자의 경우 지난 11일 발열 중상을 보였지만 병원 측이 19일 입원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오랜기간 적절한 의료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방치 기간 통한 무방비 상태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집단감염됐다는 점이 밝혀졌다. 대남병원은 23일 '격리치료병원'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환자와 의료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지난 24일에는 경북 칠곡의 중증장애인 시설 밀알사랑의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총 23명이 감염됐다. 확진자 A씨는 같은 시설에 있는 B씨로부터 감염됐는데 B씨는 밖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인 어머니를 만나 바이러스가 옮겨졌고 시설에 복귀해 A씨를 감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25일에는 경북 예천군 풍양면 낙상리에 위치한 중증장애인시설 '극락마을'에서 근무증인 간호사가 확진자로 밝혀졌고 재활치료교사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예천군은 입소자 52명을 극락마을 다른 시설에 격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장애인거주시설의 코로나19 관련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역사회 접근성이 낮고, 무연고자가 다수인 시설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가 격리가 불가능한 바 별도의 코호트 격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이영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사는 24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에 사망하신 한 분은 대남병원을 떠나면서 '10년 만에 처음 나들이를 하게 되어 너무나 기분이 좋다'고 나가셔서 결국 불귀의 객이 됐다. 그분들이 병원을 벗어날 수 없는데 그 병원에서 누군가 발병하고, 감영되고, 사망했다는 소식을 병동의 TV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분들이 치료를 받고 싶어하겠는가? 정신장애인의 시각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결국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결정인지는 몰라도 매우 잔인한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코호트 격리 조치는 사실상 죽음에 다름없다. 취약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 사회와 철저히 격리된 폐쇄적인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잠을 자고, 먹고, 생활실 내 이동 또한 극히 제한되는 현 시설의 구조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해당 시설을 통째로 봉쇄한다는 건 치료 의지를 져버린다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최선의 의료조치를 통해 일상으로의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분리해 다시 한 번 비장애/비시설거주인의 사회를 견고히 지키겠다는 것"이라면서 시설 봉쇄가 아닌 병원 이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방역대책본부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대남병원 환자들이) 정신질환과 코로나19 감염을 같이 갖고 있는데 폐쇄병동이면서 격리병동이 가능한 시설이 많지 않다. 정신과적 진료와 코로나 증상에 대한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기에 그 지역에는 코호트 격리를 하는 것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또 장애인 거주시설의 코호트 격리 여부에 대해서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무조건 코호트 격리하겠다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는 병원으로 격리되고, 거주지에 있다면 적절한 격리시설로 옮겨 격리해야한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격리 방법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단체들은 26일 "폐쇄병동, 격리시설이 코로나19의 감염을 키웠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이들은 "폐쇄병동에 입원된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았더라면, 그래서 동네 가까운 병원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지역사회 통합된 환경에서 적절한 건강상태 점검과 신속한 조치를 받았더라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폐쇄병동 입원환자라는 집단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필요한 자원을 여타 확진자처럼 즉시 집중적으로 케어받고, 집단사망에 이르는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보건 당국은 집단격리, 집단치료 형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다른 확진환자에 대한 조치와 '동등'하고 '안전'한 치료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밝혔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관계자는 "시설, 폐쇄병동에 있는 이들의 감염률이 높고 사망자도 나오는데 시설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의료지원이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이 왜 감염까지 오게 되고 시설을 봉쇄하는 것이 과연 옳은 대책이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 분들은 2,30년간 사회와 격리된 이들이었고 바깥에도 나갈 수 없던 분들이었다. 이런 분들을 또다시 같은 이유로 격리시키며 의료 접근권을 동등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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