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대반란' 슈퍼화요일에 날개 단 조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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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대반란' 슈퍼화요일에 날개 단 조 바이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3.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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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주에서 승리, 중도후보들 사퇴하며 '바이든 지지' 뭉쳐
'진보' 샌더스 견제, 트럼프 '샌더스 옹호 트윗' 등 영향
여성 후보들 중도 포기, 세대교체 실패 '미국 정치 보수성' 드러내
중도층, 흑인들의 지지로 슈퍼화요일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AP
중도층, 흑인들의 지지로 슈퍼화요일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AP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중도의 대반란'. 3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슈퍼화요일'을 요약한 말이다. 초반 경선에서 뜻밖의 참패를 당한 후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기사회생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중도 성향 지지자들의 힘을 얻어 슈퍼화요일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양강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미국 14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동시에 실시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조 바이든이 10곳, 버니 샌더스가 4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바이든이 슈퍼화요일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민주당 경선은 '샌더스 VS 바이든', 즉 진보와 중도의 대결로 압축됐다.

바이든은 지난 2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에 머무르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5위로 처지며 한때 중도 포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같은 중도 성향인 38세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 사우스벤드시장이 아이오와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역시 중도 성향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슈퍼화요일을 노리고 있었기에 바이든의 역전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흑인 유권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 주력했고 이는 곧 반전의 기회가 됐다. 네바다 경선에서 비록 샌더스에게 패했지만 21.0% 득표로 2위를 기록한 바이든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8.7%를 득표해 샌더스(19.8%)를 크게 따돌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상대적으로 돌풍의 주인공이었던 부티지지는 네바다 패배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8.2% 득표에 머물며 유색인종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결국 부티지지는 1일 "우리의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격퇴하고 새로운 가치의 시대를 쟁취하기 위해 미국이 단합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지금의 최선은 옆으로 비켜서서 우리 당과 국가의 단합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며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이어 뉴햄프셔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중도층들의 지지를 받았던 사업가 출신 톰 스테이어 등 중도 성향 후보들이 모두 경선을 포기하면서 중도가 사실상 '反샌더스'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상 의료, 무상 교육, 월가 은행 규제, 부유세 도입 등 진보적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며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나섰지만 사실은 무소속인 샌더스이기에 민주당 내에서 견제심리가 작용한 부분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샌더스와의 대결을 희망한 점도 중도층의 '反샌더스 결집'에 영향을 준 이유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버니(샌더스)가 매우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게는 에너지가 있다. 나는 사람들이 그의 메시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고 샌더스가 네바다에서 승리한 지난달 22일에는 "'미친 버니'가 위대한 네바다주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버니, 축하해. 그리고 그들(민주당 중도)이 (승리를) 빼앗지 못하게 하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샌더스와의 대결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민주당의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바이든 지지로 가면서 슈퍼화요일은 바이든을 위한 잔치가 되고 말았다. 특히 텍사스, 오클라호마, 테네시 등 흑인 유권자들이 많은 남부 지역에서 바이든이 승리했고 사퇴한 클로버샤의 우세 지역인 미네소타도 차지하면서 '중도의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슈퍼화요일의 대반전을 꿈꿨던 마이클 블룸버그는 그의 호언장담과 정반대로 큰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블룸버그는 결국 4일 "트럼프를 무찌르는 일은 그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후보 뒤로 단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후보가 내 친구이자 훌륭한 미국인인 조 바이든이라는 점이 분명하다"며 중도 하차를 선언해 바이든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이렇게 되자 샌더스와 더불어 진보 성향을 가지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후보를 사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워런은 슈퍼화요일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메사추세츠에서도 패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선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중도 진영이 단일 후보 체제로 힘을 과시한 모습을 본 진보 진영에서는 샌더스의 승리를 위해 워런이 결단을 내려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경선에서 힘을 잃은 워런이 사퇴한다고 해도 샌더스가 바이든만큼의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과 여러 변수로 주목받았던 민주당 경선은 이전의 예측대로 샌더스와 바이든의 양강 대결, 진보와 중도의 진영 대결로 압축됐다. 한편으로는 여성 정치인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시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서 볼 때 보수적인 미국 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면도 있다.

이들은 오는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1,991명을 차지해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  만약 1차 투표까지 과반을 득표하는 후보가 없다면 경선에서 선출된 대의원 외에 민주당 현역의원, 주지사 등 고위직 인사들로 이루어진 '슈퍼 대의원' 771명이 참여해 2차 투표를 하는 '중재 전당대회'를 거쳐야한다.

따라서 만약 샌더스가 주별 경선에서 과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뒤로 가면 갈 수록 바이든에게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차 투표까지 갈 경우 민주당 현역들이 무소속인 샌더스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경선에서 샌더스가 패한 이유도 민주당 현역들의 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이에 샌더스가 경선 룰 변경을 요구하면서 현역들은 2차 투표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바뀌게 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바이든 부자(父子)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의혹을 대선에서 적극 부각시키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의 발언, 트위터 글 등이 경선 및 본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Main Photo=Melina Mara/The Washington Post.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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