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남북 친서정치...“참 거시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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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남북 친서정치...“참 거시기하네”
  • 양승진 논설위원
  • 승인 2020.03.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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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는 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DB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는 문대통령과 김위원장. /사진=DB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친서를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4일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위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소회를 담은 친서를 먼저 보냈고,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5일 감사의 뜻을 담아 답장 형식의 친서를 보냈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 3일 밤 기습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맹비난한 지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이 돌연 위로 친서를 보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친서를 보낸 시점이다. 앞서 2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하고, 청와대가 곧바로 강한 우려와 함께 중단을 촉구하자 김 제1부부장이 지난 3일 밤 11시께 개인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거칠게 비난했다.

이후 성격이 전혀 다른 김 위원장의 친서가 도착한 것은 북·미 협상 교착과 남북 관계의 소강 상태에도 남북 정상 간 신뢰는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김 위원장이 보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발표문에 넣은 것이라며 남북은 지금 계속 평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이러한 서로간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부부장 담화도 표현이 거칠었을 뿐 (청와대가) 왜 북한의 마음을 몰라주느냐는 것으로 보이고, 이번 친서도 그런 것 같다김 부부장 담화와 이번 친서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청와대를 맹비난한 담화에서도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시 시간표를 되돌려 김여정이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3일 밤 11시고, 김정은의 친서가 도착한 것은 4일이다. 통상 김정은 친서는 판문점에서 국정원이 인편으로 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채 24시간도 안 돼 정반대의 글이 한국에 도착한 셈이다.

어쩌면 3일 오후나 밤 시간에 김정은 위원장의 한 손엔 김여정 담화문, 또 다른 한 손엔 친서가 들려져있을 수도 있다. 이날 밤 김여정의 담화가 늦게 발표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듯하다.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해도 병 주고 약 주는비상식적인 북한의 행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북한에 창궐한 신종코로나로 인해 남북공동방역에 구미가 당겨 친서를 보냈다는 분석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을 움직이는 또 다른 비선 실세가 있는 건 아닌 지 의심스럽다.

그렇다고 친서 교환으로 남북 협력이 갑자기 속도를 낼 것인지는 사실 미지수다. 설령 공동방역을 원한다고 해도 북한이 속살을 공개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 개별관광 등 남쪽이 원하는 사업까지 가기엔 아직은 역부족일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30일 문대통령 모친상 당시 친서를 보내오고 다음날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동해로 쐈다. 올해는 문대통령이 3.1절 기념식에서 공동 감염병 예방을 역설하자 다음날 또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쐈다.

어쩌면 이게 북한다움이다.

TV에서 남북간 친서를 주고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 노인네가 혼자 넋두리를 했다. “참 거시기하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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