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홀아비’ 같은 대통령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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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홀아비’ 같은 대통령의 자리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3.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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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은 고독하고 모자라고, 쭉정이 보다 못하다
과(寡)자는 낮은 자세로 백성을 받들겠다 의지
다양한 계층과 집단 담론 통해 중지 모아야
주장환 논설위원
주장환 논설위원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통치자(대통령·왕·CEO)가 왜 자신을 과인(寡人,홀아비)이라 하는가? 이에 대한 설명이 노자 ≪도덕경≫에 나와 있다.

노자는 하늘, 땅, 골짜기(谷), 만물들이 하나를 얻어 맑고, 편안하고, 영험하고, 가득하고, 생기 있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마지막에 ‘통치자가 고귀하려고만 한다면 장차 권력을 잃을 것이니 그래서 귀한 것은 천한 것으로 근본을 삼고 높은 것은 낮은 것으로 토대를 삼는다’고 했다. 노자는 이를 더 따져나가다가 “제왕은 스스로를 고독하고 모자라고, 쭉정이 보다 못하다 하니 이것이 비천한 것으로 근본을 삼는 것이 아닌가?(候王自謂 孤寡不穀 此非以賤爲本耶)’라고 했다.

통치자가 자신을 홀아비에 비유한 것은 그만큼 외롭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사실 최고 권력자의 자리만큼 외롭고 고독한 자리도 없다. 또 무섭고 두려운 자리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결정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寡)나 불곡(不穀)자를 쓴 것은 자신의 낮음을 나타내 밑바닥에서 백성을 받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이는 백성의 힘으로 탄생한 민주주의의 기본 자세다.

대통령이 외롭고 고독한 처지라는 것은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잘 나타났다. 탄핵청원이 150만 명에 육박할 만큼 비난도 거세다. 나라의 위기상황을 대통령 혼자 다 책임져야 함을 웅변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홀아비 신세를 덜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다. 바로 여러 사람을 모아 시중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청와대는 종교단체나 특정 시민단체처럼 어떤 한 집단이 차지하는 곳이 아니다. 나라의 운명을 만들기도 하고 산산조각내기도 하는 그런 중차대한 곳이다. 다양한 계층과 집단에서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담론을 통해 중지를 모아야 하는 그런 자리다. 이는 ‘운동 민주주의’에 종언을 고하고 ‘제도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사람들은 대통령이 고집불통이고 끈질기고 편협한 사고방식에 물들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장, 대법원장 같은 사람은 국민들의 공통분모로 각기 제 할 일을 해야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의 꽃인 삼권분립이 확립되고, 한쪽으로 치우쳐 불공정한 판단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노자는 “하늘은 하나(道)를 얻어 맑고자 한다. 통치자는 하나를 얻어 천하를 바르게 다스린다고 한다”고 했다. 여기서 하나는 정의, 법, 인(仁), 자비, 예(禮) 등을 포함한다. 대통령도 내편, 네편 가리지 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하나(道)를 얻는’ 그런 정치를 한다면 덜 고독하고 외로울 것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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