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치동 학원가의 적막 "말하기가 참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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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치동 학원가의 적막 "말하기가 참 그렇습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3.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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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휴원 권고, 문닫힌 학원 많아지고 학생들 줄어
학원 밀집된 건물에도 학생들 모습 안 보여, 텅 빈 학원에 직원들만
"생계형 학원, 임대료 등으로 금전 손실 늘어나, 열어도 안 열어도 걱정"
대치동 학원가에 밀집된 학원들. 사진=임동현 기자
대치동 학원가에 밀집된 학원들.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대치동 학원가. '사교육의 온상'으로 불리며 밤에는 학생들과 자녀를 데리러 오는 부모들로 불야성을 이루었던 이 곳도 코로나19의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개학이 오는 23일까지 연기되었지만 학원가에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휴원을 결정한 학원, 휴원 공고는 없지만 문이 닫힌 학원들이 많았다. 12일 오후, 학생들이 없는 대치동의 거리는 한산했고 학원이 밀집한 건물 안은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적막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오후 2시경 한 입시학원. 직원들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에 학원이 운영되고 있느냐를 물었더니 "휴원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학원은 지난 2월말부터 휴원에 들어갔고 당초 이번 주말까지로 예정이 됐지만 코로나19의 상황을 보고 다시 휴원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직원들만 출근을 하고 학생들에게는 휴원을 통보한 상황입니다. 선생님들이 숙제를 내주는 식으로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고요, 이를 위해 선생님들도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출근을 합니다. 환불을 원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저희가 일을 하고 있는 거고요. 학부모님들 반응은 거의 반반이에요. 코로나가 무섭다고 자녀들을 안 보내시는 분들도 계시고 왜 수업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번주까지로 일단 잡았는데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네요". 

한 학원 앞에 붙은 휴원 안내문구. 사진=임동현 기자
한 학원 앞에 붙은 휴원 안내문구. 사진=임동현 기자

하지만 이렇게 소상하게 상황을 설명해준 이들은 많지 않았다. 몇몇 학원들의 문은 아예 닫혀 있었고 학원 관계자들은 인터뷰를 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저희는 운영을 하는데요...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거, 다른 쪽에 가서 알아보시면 안 되나요? 우리가 말하기가 참 그렇습니다". 대신 그들은 표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학원이 밀집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원 안내문을 붙인 학원도 있었지만 대다수 학원들은 문을 닫기도 했고 문이 열려있는 곳도 학생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개학이 연기되어 평일 오후에도 학생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학생들은 오지 않았다.

"학원이 이렇게 많은데 학생들이 안 보이네요". 건물 경비원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자 "안 보이는 게 당연하죠. 오지를 않아요. 팍 줄었어"라고 상황을 전한다. 

"지금 개학을 했다면 학생들이 안 보이는 게 맞지만 아직 개학을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학생들이 안 오고 있다는 게 맞아요. 한 3분의 1 정도로 줄었을 거에요. 휴원을 한 학원도 있고 휴원을 안 해도 학생들을 안 받아들이는 곳도 있지요. 지금 한다는 곳도 10명도 안 되는 걸로 아는데 이마저도 많이 안 온다고 하네요. 확실히 줄어들었어요".

학원이 밀집되어 있지만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올라오는 학생도 없었다. 적막감만이 건물 안을 채우고 있었다. 사진=임동현 기자
학원이 밀집되어 있지만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올라오는 학생도 없었다. 적막감만이 건물 안을 채우고 있었다. 사진=임동현 기자

정부는 개학을 연기하면서 학원에 휴원을 권고했고 대형 학원들을 중심으로 휴원에 동참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월 5일 기준으로 휴원한 학원은 전국 42.1%로 절반도 넘지 못했고 서울의 경우 34.2%로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강남보습학원연합회 관계자는 "강남의 중심 학원들은 모두 휴원에 들어갔지만 생계형 학원이나 교습소는 운영하는 곳이 많다. 수업보다 학생들의 건강이 우선이기에 연합회에서도 휴원을 권고하기는 하지만 학부모들이 정말 원하는 경우에는 수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은 휴원을 원하는 분들이 많은 반면 중고등학생 자녀의 부모들은 수업을 요구하는 분들이 많다. 한 반에 10명 이상이 모이는 수업은 전체 휴강을 하고 있으며 학생이 얼마 되지 않는 수업은 재량에 맡기고 있다. 1,2명 듣는 소수정예 수업의 경우 부모들이 오히려 '학원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보내주시기도 하고 그 수업만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원가를 걷는 학생들. 이들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사진=임동현 기자
학원가를 걷는 학생들. 이들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사진=임동현 기자

그러면서 관계자는 "원장들이 넋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2~3주를 휴원하다보니 손실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 "생계형 학원의 경우 문을 열면 비판을 받게 되고 안 열면 수입이 없어지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소수정예반을 운영한다고 해도 부모들은 조금이라도 위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면 자녀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로 많이 비싼데 안타깝게도 강남의 경우 아직 '착한 임대인'이 나오지 않았다. 원장들이 울면서 연합회에 전화할 정도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대치동 학원가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권고를 따른다고 해도 기약없는 휴원에 발을 굴러야하고 그 때문에 미소를 잃어버린 관계자들의 표정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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