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發/인터뷰] 필리핀 루손섬 출국 금지 임박…"저희 가족은 남기로 결정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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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發/인터뷰] 필리핀 루손섬 출국 금지 임박…"저희 가족은 남기로 결정 했습니다"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0.03.1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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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전체 인구 절반 거주 루손섬 17일부로 봉쇄 
72시간만 외국인 출입국 허용, 오는 19일 자정이 시한
현지 한국인 교민, 한국行 귀국 준비 시계는 '째깍째깍' 
대한항공·아시아나 좌석 증편…현지 한인회 전세기 수요 조사 

필리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인 5700만명이 거주하는 루손섬 전체를 17일부터 봉쇄했다. 봉쇄 시점부터 72시간 동안만 외국인 출국이 허용됨에 따라 현지 교민들의 한국행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19일 자정까지가 출국 시한인 탓에 고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루손섬 내 메트로 마닐라 거주 교민을 통해 현장 상황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두테르테 대통령의 루손섬 전체 봉쇄 조치에 따라 지역사회 봉쇄·격리 및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가운데 이를 이행하기 위한 공무 인력이 지역 곳곳에 투입됐다. 사진=필리핀 현지 독자제공
두테르테 대통령의 루손섬 전체 봉쇄 조치에 따라 지역사회 봉쇄·격리 및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가운데 이를 이행하기 위한 공무 인력이 지역 곳곳에 투입됐다. 루손섬 지역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동이 제한된다. 사진=필리핀 현지 독자제공

"저희 가족은 전부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17일 자정을 기해 봉쇄 조치가 내려진 필리핀 루손섬 내 메트로 마닐라에 거주하는 현지 교민 강모씨(45·여)는 "코로나19 확산세는 공포스럽지만 필리핀에 남겠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6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루손섬 내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를 봉쇄한 것에서 나아가 대상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봉쇄 수위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대국민담화의 주요 내용은 △모든 학교 수업 4월14일까지 중단 △대규모 집회 금지 △모든 가정 자가격리 엄수 △식료품 및 의약품 제공 업소 정상 운영 △대중교통 운영 중단 △육상·해상·항공 이동 제한 등이다. 

육상·해상·항공 이동 제한 조치와 관련 필리핀 정부는 봉쇄 시점부터 72시간 동안만 루손섬 내 국제공항을 이용한 외국인의 출국이 허용된다고 발표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7일 자정을 기해 루손섬 전체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이와 관련 72시간 동안만 외국인 출국이 허락됨에 따라 루손섬 내 거주 한국인 교민들의 한국행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7일 자정을 기해 루손섬 전체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이와 관련 72시간 동안만 외국인 출국이 허락됨에 따라 루손섬 내 거주 한국인 교민들의 한국행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19일까지로 출국 시한이 정해지자 현지 한국교민 사회가 들썩였다. 코로나19 공포로 촉발된 지역 봉쇄 조치에 이어 '외국인' 출국 시한까지 정해지자 불안함이 고조된 이유에서다. 

강씨에 따르면 현지 교민 사회는 SNS 단톡방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직후 단톡방은 출국 관련 문의가 잇따랐다. 한인회 간부들이 발빠르게 소식을 전하는 가운데 현지 교민 모두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씨는 "출국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더욱 고민스러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운행 중인 항공편의 좌석을 증편했다는 소식에 주변 교민들은 항공편을 알아보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인회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의 전세기 수요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장 출국 시간이 이틀 앞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양국의 의사 조율에 시한이 걸리는 전세기보다 일반항공기를 통해 출국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덧붙였다. 

루손섬 봉쇄 조치로 식료품 및 의약품과 같은 생활 필수품을 제공하는 업소를 제외한 업소 운영이 제한되면서 마닐라 내 상가들이 문을 닫고 있다. 사진=필리핀 현지 독자제공
루손섬 봉쇄 조치로 식료품 및 의약품과 같은 생활 필수품을 제공하는 업소를 제외한 업소 운영이 제한되면서 메트로 마닐라 내 상가들이 문을 닫고 있다. 사진=필리핀 현지 독자제공

실제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은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사관에서는 상기 언급된 '국제항공편 이용 시 72시간 내 이동' 조치와 관련 필리핀에서 출국하는 우리 국민들의 불편 가능성을 감안해 국토부 및 국적 항공사와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 중에 있다"고 공지했다. 

필리핀 이민청 등과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확인 사항을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루손섬 내 한인회를 중심으로 전세기 투입 시 수요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필리핀남부한인회는 오전부터 SNS와 오픈채팅방을 통해 추후 전세기 투입 여부 타진 시 탑승자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500명의 신청 상황을 대사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세기 투입은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게 없다"면서 "현재 좌석이 증편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교민들이 출국한 이후에도 전세기 수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논의를 위해 수요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8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통행이 금지되는 루손섬 내 한국교민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생필품 구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사진=필리핀 현지 독자제공
오후 8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통행이 금지되는 루손섬 내 한국교민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생필품 구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사진=필리핀 현지 독자제공

한인회 역시 "지금 파악하는 인원은 일단 귀국 희망 수요 조사"라면서 "귀국 희망 신청인원을 파악해서 대사관에 전달하면 그 내용이 한국 국토부에 공유가 된다. 최종 판단은 정부에서 하는 것이니 한인회는 추가 전세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와 관련 강씨는 "전세기 투입이 빨리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현재 좌석이 증편되고 있는 국적기 탑승을 위해 이틀 상간에 무리하게 고민해 등 떠밀리듯 출국하는 것보다 현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느 선택이 안전할 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지역봉쇄로 자가격리나 다름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고, 한국에 가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아이들 학교 문제나 남편 직장, 그리고 운영하고 있는 가게 문제도 얽혀 있어 한국행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씨는 현재 메트로 마닐라 내 상황을 전했다. 

강씨는 "필리핀 코로나19 확산세가 눈에 띄게 늘면서 공포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타지 생활 17년 만에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은 처음 겪는데다 강성인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경한 조치가 계엄령을 연상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루손섬 내 한인회와 교민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마스크 무료나눔 봉사활동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은 마스크 무료나눔 행사에서 줄을 서고 있는 필리핀 현지 한국교민들 모습. 사진=필리핀 현지 독자제공
루손섬 내 한인회와 교민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마스크 무료나눔 봉사활동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은 마스크 무료나눔 행사에서 줄을 서고 있는 필리핀 현지 한국교민들 모습. 사진=필리핀 현지 독자제공

이어 "하지만 교민들 간의 믿음과 응원 덕분에 하루하루 버틸 수 있었다"면서 "대사관 측보다 한인회의 빠른 정보력과 공유로 필리핀 정부의 조치를 늦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고, 한국 정부나 대사관 측으로부터 마스크 한장 지원이 없었을 때도 한인회와 교민들 스스로 마스크 무료나눔 등의 봉사활동을 자처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필리핀 교민들이 한국에 못 나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로 그리고 있지만 나름대로 이 곳에서 질서를 찾아가며 안전하게 지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교민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교민들이 많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필리핀을 떠나기 힘든 상황이고, 우리 가족 역시 이럴때 일수록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17일 기준 확진자가 187명으로 늘었고, 누적 사망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142명) 확진자가 45명 늘어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물가안정을 법령으로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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