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그곳에 소금이 있었네
상태바
[시류칼럼] 그곳에 소금이 있었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3.18 08:45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때론 신화로, 때론 사기로 등장한 소금
거짓을 참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 '믿음'은 위험
주장환 논설위원
주장환 논설위원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믿음은 마법적이다. 강철이며 단단한 바위다. 그것은 참을 거짓으로, 거짓을 참으로 만드는 힘도 가지고 있다. 파토스적이어서 로고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래서 무조건적이며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자신의 믿음은 절대진리이고 남의 믿음은 가짜이고 악이다.

1535년 한 프랑스 탐험가가 북아메리카 원주민들로부터 얻은 담배는 한때 유럽인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각광받았다. 담뱃잎을 악성 종기에 도포했더니 나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처, 피부병, 위장 치료제 등으로 한때 ‘끗발’을 날렸다. 황당하게도 이빨을 희게 해준다는 믿음까지 생겨나 치약으로도 사용됐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의 얼굴은 수은과 납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당시 잘나가던 유한 부인들은 수은을 구하기 위해 금화 던지기를 예사로 했다. 수은을 못 구하면 납가루를 바르기도 했다. 불로불사를 위해 진시황이 먹었던 약도 수은이라고 한다. 이 역시 수은을 한때 만병통치약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소금은 인류에 많은 공을 끼쳤다. 인간 뿐 아니라 동물들도 소금이 있는 곳을 찾아 위험을 무릅쓴다. 고대국가에서는 소금을 화폐로 사용했으며 로마에서는 봉급을 소금으로 주었다. 영어의 샐러리(salary)가 라틴어 ‘salarum’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우리나라도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금은 귀물이었다. 우리 몸에 필수적인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지만 부정적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소금 섭취가 많으면 고혈압이나 위장 계통에 문제를 일으킨다.

소금 이야기는 때론 신화로, 때론 사기로 등장한다. 소금에 질병 치료효과가 있다면서 불법 의약품을 만들어 판매한 사람들이 여전히 활개친다. 과거 소똥에다 소금물을 섞어 만병통치약이라며 돌아다닌 들병이들도 있었다. 소금은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여 방부제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고혈압, 기관지천식, 염증 등 다른 치료효과는 입증하기 어렵다.

최근 ‘코로나 19’가 국민의 근심거리로 대두한 가운데 성남시 소재 ‘은혜의강 ’ 교회에서 신도들의 입과 손에 소금물을 뿌려 집단감염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종교는 인간의 나약함이 빚어낸 산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법적인 믿음은 음습하고 고리가 약한 곳으로 제일 먼저 질주한다. SW

jjh@economicpost.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