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신한은행 중국법인에서 일하던 직원이 베이징 후커우(戶口, 호적)를 미끼로 수억원의 사기를 벌였음에도 신한은행 측은 “독립된 법인에서 일어난 개인의 일탈”이라 선을 긋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 스징산구 인민법원은 신한은행 중국법인의 인력자원부(HR)에서 인력부총경리로 일하던 징(靖) 모씨에 대해 사기혐의로 징역 12년, 정치행위 금지 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징 모씨가 신한은행 중국법인의 인사부에서 일하며, 2017년 1월부터 다음해 12월까지 외지 출신 신입 직원 6명과 일반인 6명 등 총 12명에게 베이징 후커우를 미끼로 178만1000위안(한화 약 3억2000만원)의 돈을 챙겼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인사부 신원을 이용한 징 모씨는 이 과정에서 다른 용의자 김 모씨와 공모한 것도 드러났다.

실제로 중국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돼, 도농 격차로 인한 농민공 등 뿌리 깊은 차별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차등적 시민증 제도 문제는 중국의 인기 드라마 ‘북경여자도감’·‘상해여자도감’ 등에서도 묘사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 사회에서는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 살 수 있는 후커우를 빌미로 벌어지는 사기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판이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이 같은 일들을 사건 말경인 2018년 8월에야 알아챈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러한 사기 행위에도 신한은행은 단순 구두경고 조치만 취할 뿐, 중국 경찰 격인 공안에의 신고 또는 해고 등 관련 조치는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은 사기사건을 인지하고도 구두경고로 그쳐, 사실상 사기 행위를 방조한 의혹에 맞물리고 있다. 또 본사 또한 중국법인일지라도, 자사 직원이 지위·소속을 이용해 사기 행위를 벌였다는 점에서 일정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지난 23일 신한은행 한국 본사에 해당 사건에 대한 인지 및 조치 여부 등을 문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건 인지는 중국법인에서 당월 인지했을 뿐, 본사는 알 수 없었다”며 “중국 법인이 개별 법인이니 그쪽에서 조치-정리를 했다. 한국에서 지시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모든 조치는 중국법인에서 이뤄졌다. 중국 당국도 (해당) 직원 개인의 비위행위로 결론냈다”라며 “중국 당국에서도 (사기 방조 의혹으로) 법인에 요구한 것은 전혀 없었다. 조직 내에서도 따로 한 것은 없다”고 이번 사안이 ‘개인의 일탈’이라는 점에 강조했다.

반면 해당 직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신한은행 측은 “(본사에서) 파악된 건 전혀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교차검증을 위해 신한은행 중국법인 담당자의 번호를 물었으나 관계자는 이 또한 거부했다.

한편 본지는 이날 신한은행 중국법인 홈페이지에 기재된 대표번호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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