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코로나19 사태와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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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코로나19 사태와 정신건강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0.03.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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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 전광판에 어린이들이 그린 '다 잘 될 거야'(Andra tutto bene) 그림이 등장했다. 사진=AP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 전광판에 어린이들이 그린 '다 잘 될 거야'(Andra tutto bene) 그림이 등장했다. 밀라노 이탈리아=AP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요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황장애(恐慌障碍)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 즉 공황장애(panic disorder) 치료를 받아 괜찮아졌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와 같은 병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에게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자극이 되어 다시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찾은 한 고등학생의 경우, 너무 자주 씻어서 손에 피가 날 정도였다고 한다. 감염 공포로 인하여 고체 비누를 사용하지 못하고, 손을 씻고 난 뒤 수도꼭지도 못 만진다. 사워를 두 시간씩 하고, 스마트폰을 소독 티슈로 닦고 또 닦는다고 한다.

한 회사원의 경우는 회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안에 탄 사람들을 보고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져서 결국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계단을 이용했다고 한다. 즉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있는 걸 본 순간 코로나 바이러스 생각이 나고 혹시라도 확진자가 있을 것만 같았다고 한다.

공황장애 증세 중 하나가 호흡곤란인데, 마스크를 실내에서도 착용해야 하므로 증세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공황장애 과거력이 있는 경우 코로나19 스트레스가 커진데다가, 이번 사태로 사업까지 잘 안되면서 증상이 악화된 기업인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어린 자녀들과 함께 집안에서만 있어야 하는 어머니의 경우, 만지지 말라고 한 것을 만진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자책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자녀들의 옷이나 수건 등을 빨고 또 빨고, 소독약을 반복해서 뿌리는 강박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공황장애란 심한 불안 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다양한 신체 증상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불안장애(不安障碍)의 하나이다. 공황은 공포와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공황(panic)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판(Pan)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목신(木神)인데, 성격이 포악하여 인간과 가축에게 공포와 공황을 불어넣었다고 하여 ‘panic’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현대 의학에서 공황장애가 심장이나 신경계, 혹은 내과질환과 분리되기까지는 약 150년이 걸렸다. 공황장애 환자에 대해 최초로 기록한 사람은 영국의 심장내과 의사인 J.A. Hope이며, 그가 1832년에 저술한 심장학 교과서에 신경성 심계항진(心悸亢進)을 보인 환자에 대한 묘사가 실려 있다. 1940년 무렵에 공황장애는 정신과 의사들이 진료해야 하는 병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우울증(憂鬱症) 환자가 올 들어 TV조선이 방영한 12부작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즐겨 시청하면서 우울증이 사라졌다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어려운 가정 사연을 가진 출연자들이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 국민을 감동시켰으며,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이 힘들고 어려운 때에 큰 위안을 줬다. 많은 가정에서 오랜만에 3대가 한자리에 모여 TV를 시청하면서 행복했다고 한다. 필자 가족도 지난 3월 12일에 방송된 결승전을 시청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미스트트롯’ 결승전 날 시청률 35.7%는 지난 10년 지상파ㆍ종편을 다 합쳐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본방송 동시 시청자수는 1007만명에 달했다. 최종 결승자 7명에 대한 시청자 문자투표의 대폭주(773만표)로 우승자를 정하지 못하는 곡절도 겪었다. 이에 최종 집계를 마무리하고 3월 14일 10시에 최종 결선 7명 중에서 ‘미스터트롯 진ㆍ선ㆍ미(眞善美)’가 결정되었다.

미스터트롯 眞 임영웅은 결승전 열린 날이 자신이 5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忌日)이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미스터트롯 善 영탁은 뇌졸중(腦卒中)으로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가 경연을 관람하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미스터트롯 美 이찬원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아버지의 가수의 꿈을 대신 이뤄 기뻐다며, 코로나19로 고통을 받고 있는 대구ㆍ경북 고향 분들이 힘내시길 바랬다. 이찬원 부모는 현재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미스터트롯 5위 정동원은 열세 살 초등학생으로 ‘내일은 미스터트롯’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 손자’로 등극했다. 세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세상과 담쌓았던 소년이 2년 전 작은할아버지 댁에서 만난 색소폰이 ‘정동원 드라마’의 시작이며 마음의 문을 여는 통로였다. 할아버지를 따라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사람들 앞에 서게 되면서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對人忌避症, social phobia)도 점차 사라졌다고 한다.

트로트(trot)는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대중가요의 한 장르이며, 20세기 초 유행한 미국 사교댄스의 연주 리듬을 일컫는 ‘폭스-트로트’에서 이름을 따왔다. 트로트는 1920년대에도 존재했지만, 1930년대 이후에 국내 무대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트로트가 하나의 장르로서 견고한 위상을 구축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엘러지(elegy)의 여왕’으로 통한 이미자(李美子, 1941년生)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한편 이탈리아 시민들은 매일 저녁 발코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나라 전체에 이동 제한령이 떨어진 이탈리아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이 주택 발코니에 나가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격려하는 ‘발코니 응원전’이 펼쳐지고 있다. 당국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격려하고 있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SNS에 글을 올려 주민들이 매일 저녁 6시에 발코니에 나가 함께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유명 음악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밀라노에 거주하는 비올리스트인 다닐로 로시는 “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적힌 현수막을 발코니에 걸고 비올라를 연주했다. 테너 마르치니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에 나오는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를 발코니에 나와 부르는 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려 3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토리노에 거주하는 한 가족은 ‘모든게 다 잘될거야’란 문구가 적힌 그림을 걸어 놓고 합창을 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의 코로나 감염증 인명 피해가 유독 큰 이유는 G7 회원인 선진국인데도 국가 재정 부실로 의료 시스템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병상(病床) 숫자가 독일 8개, 프랑스 6개인데 비해 이탈리아는 3.2개에 불과하다. 이에 코로나 감염증 환자들도 병실이 모자라 병원 바닥에 누워 치료받고 있으며, 사망자가 급증하여 모든 장례식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보편적 의료를 제공한다는 기치 아래 민간보다는 공공 부문 위주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의사들은 보수가 낮다며 영국, 독일 등 해외로 대거 떠나버려 의료 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2005년부터 10년간 고국을 등진 의사가 1만명에 달한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2.6%로 유럽에서 가장 높으며,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이 많아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장 심각하게 번진 북부 롬바르디아주는 세계 패션 중심지 밀라노(Milano)를 끼고 있으며,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와 갖가지 사업을 벌이는 곳이다.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온 업무 출장자와 여행객이 많아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특히 롬바르디아주에서 순식간에 코로나바이러스 피해가 불어나자 정부가 허둥지둥하며 초기 대처를 제대로 못 한 측면도 크다. 

코로나19가 유럽에서 크게 번져 누적 확진 환자 수는 3월 22일 기준 14만9천여 명, 사망자는 7500여 명에 이른다. EU 27개 회원국 정상이 비회원국 국적자의 EU 입국 금지에 합의했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감염병이 발생한 후 사태 초기에 중국발(發) 외국인 입국 금지, 국경 봉쇄를 통해 감염 차단에 성공하여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대만ㆍ싱가포르ㆍ홍콩도 최근엔 유럽발 감염원을 제대로 막지 못해 자국 내 환자 유입이 늘었다.

외국 감염원 유입이 늘자 대만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초강력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우리나라도 유럽발 감염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공항 검역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나라는 특별입국절차에만 매달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방역의 기본’인 중국발 ‘입국 차단’을 실행하지 않아 방역에 실패한 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유럽발 감염원의 국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여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므로 지나친 불안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격려해주면서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도록 가족, 친구, 동료 등과 소통해야 한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실내에서라도 운동을 하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공황장애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전문의의 진단을 다시 받아보는 것도 좋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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