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BDS 라운지] 욜로족, 파이어족, 영끌족… '불안감'이 만든 이들
상태바
[이혜리의 BDS 라운지] 욜로족, 파이어족, 영끌족… '불안감'이 만든 이들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03.30 11:35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도 미래도 아닌 주택 마련만을 위한 삶은 비극이다. 사진=뉴시스
현재도 미래도 아닌 주택 마련만을 위한 삶은 비극이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욜로족’(YOLO : You live only once의 줄임말)은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인생은 한번뿐’ 이라는 슬로건아래 향유하고 싶은 문화 혹은 소비를 꼭 해야만하는 소비층을 일컫는 단어로 이미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흔히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경기 불황으로 취업난을 겪게된 밀레니얼 세대는 결혼,주택마련 등이 어려워짐에 따라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수많은 욜로족들이 탄생한 주요 세대가 되었다. 

반면 ‘파이어족’도 등장하였는데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극단적 소비 절약 층이라는 점에서 욜로족과는 대비된다. 부모세대를 보며 반면교사 삼은 ‘파이어(fire)족’은 ‘짧게 벌고 적게 쓰기’를 철학으로 삼으며 늦어도 40대가 끝나기 이전에 조기 은퇴를 꿈꾼다.

이들은 2008년 리먼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이어진 경기침체로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부머 세대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았다. 이후 65세에 준비없이 은퇴한 부모세대가 계속해서 넉넉하지 못한 삶을 본 이들은 사회보장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돈을 모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자산 운용사 ‘T.Rowe Price’에 따르면 X세대(현 40~55세)는 65세 전에 은퇴를 기대하는 비율이 35%였으나 밀레니얼 세대(현 24세~39세)는 43%로 눈에 띄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BOA(뱅크오브아메리카)조사 결과 2018년 밀레니얼 세대 중 10만달러 이상을 저축한 비율이 16% 였으나 2020년에는 25%에 달한것으로 나타났다.미국 파이어족이 목표로 하는 노후 자금은 11억~22억원 정도로 이 돈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연 5~6% 수익을 얻어 생활비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달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파이어족을 '골칫거리'라고 표현했다. 파이어족은 20년된 자동차를 몰고 외식을 지양한다. 심지어 출퇴근 거리는 멀지만, 도시에서 벗어나 외곽의 작은 월세방에 살며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소비만을 하며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소비 행태를 보인다. 결국 이러한 소비행태가 늘어나면 미국 경제의 감소를 초래하고 가뜩이나 낮은 물가상승률로 고민중인 연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같은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IMF를 겪고 자식들 교육비에 은퇴자금을 몰빵(?)하며 온전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한 채 은퇴한 부모세대를 본 우리나라 밀레니얼 세대도 파이어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이전에는 은퇴 시기에나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원룸이나 상가주택을 짓는 것을 고려했다면 요새 젊은이들은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소위 ‘건물주’를 꿈꾸지 않는가.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세계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은 전 국민에게 1000달러씩 소비자금을 현금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경기도도 일인당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당연지사 소비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신용경색을 타파하고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욜로족과 파이어족.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공통점 외에 ‘불안감’이라는 심리 속에서 생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속되는 경제 침체와 급변하는 산업구조로 인한 취업난 탓에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공격적인 삶의 운용 방식으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에, 한쪽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뒤로 하고 현재에 충실하게 되었고 다른 한쪽은 현실을 마주하지 못한채 미래만을 내다보는 삶을 선택했다.

이는 결국 소비행태에 있어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인데, ‘과소비’와 ‘과절약’ 무엇이 옳을까? 모두 동의하듯 그 중간의 적절한 소비와 절약이 더욱 행복한 은퇴를 안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있어서도 선순환을 이끌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사회는 이들에게 보다 안정된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안정된 일자리 공급은 물론 무엇보다 주택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욜로족’, ‘파이어족’에 이어 과도한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내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자산을 마련하는 사람)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도 미래도 아닌 주택 마련만을 위한 삶은 과연 비극이다. SW

llhhll69@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