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동료지원가 죽음 애도', 동료지원가 제도 개선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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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동료지원가 죽음 애도', 동료지원가 제도 개선되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3.3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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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20명 만남' 실적 맞춰야 적은 임금 온전히 받아, 지난해말 극단적 선택
이재갑 장관 "귀한 인재 사망에 안타깝고 죄송, 사업 체계 개편하겠다"
장애인단체 "애도 표명 환영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와야, 어려움 헤아려라"
올 1월 서울지방노동청 1층에 마련됐던 故 설요한 동료지원가의 분향소. 사진=임동현 기자
올 1월 서울지방노동청 1층에 마련됐던 故 설요한 동료지원가의 분향소.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해 12월 실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이하 동료지원가) 故 설요한(당시 25세, 뇌병변 장애인)에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건이 일어난 지 세 달만에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과도한 업무 실적 요구'로 문제가 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제도의 개선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제도는 지난 2018년 '장애인 공공일자리'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제도로 '중증장애인이 동료의 취업을 도우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기른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경제활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만나 상담하고 고용센터 방문 등을 함께 하며 장애인의 취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동료지원가다. 

하지만 이들은 월 60시간 근로에 65만9650원의 월급을 받으며 이 월급도 실적을 채워야 온전하게 받을 수 있다. 한 달 간 4명의 중증장애인을 발굴해 한 사람당 5번, 총 20번의 만남을 가져야하고 이들에 대한 활동일지 작성, 서류 제출 등의 업무를 해야한다. 이렇게 20번을 채워야 이 금액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동료지원가들은 중증장애인을 만나는 일, 각종 서류 작업 등을 혼자 처리해야하고 이 때문에 '20명 만남'이라는 실적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져 있다. 결국 故 설요한 동료지원가는 '미안하다, 민폐만 끼쳤다'라는 문자를 동료들에게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이를 통해 동료지원가의 현실이 알려지게 됐다.

그의 죽음 후 장애인단체들은 '중증장애인에 대한 맞춤형일자리 제공 및 동료지원가 사업의 문제점 보완'을 요구하며 서울지방노동청 로비에 설요한 동료지원가의 분향소를 마련하고 이재갑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점거농성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농성을 중단했다.

결국 사건이 일어난 지 석 달이 지난 지난 26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과 유사한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해 오신 귀한 인재가 세상을 떠나신 데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고용노동부는 실무 협의 등을 통해 사업의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개선을 추진해왔고 중증장애인의 취업 의욕 고취뿐만 아니라 사업을 수행하는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내년도 사업 체계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보다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 특히 문화예술, 권익옹호 활동 등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영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장애계, 관계부처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동료지원가를 확대하고 운영비도 두 배 이상 늘렸으며 동료지원 활동 및 연계수당 인정범위도 확대됐다. '성과제'라는 비판이 많아 장애인들과 협의를 했고 이를 반영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장관이 애도의 뜻을 표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결하겠다는 정책적인 내용이 나와야한다"면서 "코로나19 국면 때문에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요구였던 '장관의 애도'가 일단 나왔기에 고용노동부의 결정을 우선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애도의 뜻과 구체적인 계획은 다른 개념이기에 정책으로 결과가 나와야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동료지원가들이 지난해보다 여건이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실적이 정해져 있기에 부담감이 상당히 크다. 게다가 지방에서 일하는 분들의 경우 사람을 만나려해도 저상버스가 활성화되지 않는 등 이동 문제가 있어 상담이 어렵다. 이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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