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북 방역물품’ 주는 곳도 받는 곳도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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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북 방역물품’ 주는 곳도 받는 곳도 ‘모르쇠’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3.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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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국경없는의사회 지원물품 北 도착시점 등 불명확
유엔대북제재위 제재 면제 승인 한 달 만에 간 이유도 의문
전문가들 “도착 이후 분배 관련 문제 불거질까봐 서로 조심”
북한 양강도 혜산의 장마당 모습. /사진=트위터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최근 장마당 모습. 사진=대북소식통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국경까지 봉쇄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방역물품 지원을 즉각 받지 않는 이유는 뭘까.

북한당국은 현재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하지만 국제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북한 전역에서 확진자가 많고 사망자 또한 다수 발생했다는 보도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특히 유엔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 면제를 승인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 북한에 물품이 반입되는 데도 그 이유를 지원단체나 북한당국은 밝히지 않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달 20, 21, 27일에 걸쳐 국경없는의사회(MSF), 국제적십자사(IFRC),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제재 면제를 이례적으로 신속히 승인했다.

이에 유니세프(UNICEF·유엔 아동기금)는 처음으로 방역 지원물품을 북한에 보냈다.

쉬마 이슬람 유니세프 아시아태평양사무소 공보관은 장갑, 마스크 등 개인보호 장비와 적외선 체온계 등이 북한 보건성에 보내질 것이라고 28일 전했다. 다만 물품이 전달된 정확한 시점과 구체적인 수량, 늦어진 이유 등은 밝히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 또한 지원한 의료 용품들이 28일 오전 중국 단둥을 출발해 북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이 단체 대변인은 전했다. 전달된 의료 용품은 마스크, 장갑, 안경, 손 소독제와 항생제 등이다.

이 단체는 유엔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승인 이후 한 달이 훌쩍 넘은 시점에 지원물품이 북한에 전달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제적십자사의 대북 지원물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늦어지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본부의 대변인은 북한 당국이 지원을 요청한 물품을 여전히 구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체온계, 유전자 증폭검사 장비, 후두경 등에 대해 227일 유엔의 제재 면제를 승인받았지만 전달 여부 등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7일 자체 웹사이트에 스위스 외교부 산하 인도적지원기구인 스위스개발협력청이 이달 초 신청한 북한 30개 병원에 보낼 소독용품과 2000세트의 개인용보호장비에 대한 제재 면제를 지난 11일 승인한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다.

북한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이후 한 달 만에 국제기구의 지원 물품들을 전달받으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달됐는지 등은 안개 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당국이 즉각적인 수용의사를 밝히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들 물품을 객관적이고 투명한 분배가 아닌 자기들 마음대로 쓰기 위해 쉬쉬하는 모양새라는 분석이다.

진 리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 공공정책 센터장은 북한이 대북지원 제안을 즉각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분배감시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그저 국경에서 의료물자를 북한 측으로 넘기고 끝내는 그런 상황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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