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봄 같지 않은 봄', 봄나물로 '화창한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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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봄 같지 않은 봄', 봄나물로 '화창한 봄'을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0.04.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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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코로나19가 종식되었다’.  지난 1일 만우절(萬愚節, April Fool's Day) 아침,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은 2020년 우리나라 봄 풍경을 바꾸었다. 

봄은 한결 부드러워진 햇살아래 꽃들이 고운 색깔을 자랑하며 만개하는 시즌이며, 우리가 계절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시기가 바로 봄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올해는 '봄 같지 않은 봄'을 맞고 있다.

국내 최대 벚꽃축제 진해군항제도 취소됐다. 창원시는 벚꽃 명소인 진해 경화역과 경화역으로 통하는 출입구 11곳 전체를 폐쇄 조치하고 방문객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또 경화역과 진해역 3차로변에 한시적으로 허용하던 주차 구간도 없앴다. 코로나 감염병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이번 봄에는 진해 지역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전국의 상춘객(賞春客)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요즘은 마스크 없이 외출도 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해어질 때도 “다음에 만나자”가 아닌 “코로나가 진정되면 만나자”로 바뀌었다. 이에 마스크 없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고,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도 배불리 먹고 술도 한잔 마시면서 환담을 나누고 다음 약속을 정하고 해어질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니던 평범한 일상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봄날이다.

영국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 전염병진화생태연구소는 “영국 인구(6천7백만명)의 절반 이상이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즉 지난 1월 중순부터 한 달간 보이지 않게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71) 왕세자가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왕실 업무를 맡고 있는 클래런스 하우스가 3월 25일 밝혔다. 또한 존슨 총리, 핸콕 보건부 장관 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영국 확진자는 1만1800명을 기록했다.

4월이 되면 영화 <April Love> 주제곡인 팻 분(Pat Boone, 1934년生)의 팝송 'April Love(사월의 사랑)'가 생각난다. 영화 <April Love>는 팻 분과 셜리 존스(Shirley Jones) 주연의 1957년 20세기 폭스(20th Century Fox)사 작품이다. 팻 분의 레코드는 57년 가을에 대 히트하고, 이듬해 판매가 100만 매를 넘었다.

‘사월의 사랑’은 영화음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중 한 곡으로 꼽히고 있다. 가사는 “April love is for the very young(4월의 사랑은 청춘을 위한 것이죠)/ Every star's a wishing star that shines for you(모든 별들이 당신을 위해 비추는 소망의 별이에요)/”으로 시작된다. 요즘 우리의 ‘소망’은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되고, 4월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는 한결같은 마음이다.

국어학자 한성우 교수(인하대 한국어문학과)의 저서 <노래의 언어>에서 한국 가요 2만6000여 곡 가운데 가사(歌詞)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계절은 ‘가을’일 것 같지만, 실제는 봄(1572회), 겨울(1281회), 여름(1001회), 가을(541회) 순으로 나타나 ‘봄’이 단연 1위를 차지했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온몸이 나른해지는 춘곤증(春困症)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춘곤증(spring fatigue)은 의학적인 ‘질병’이 아니라 추운 겨울동안 움츠렸던 몸을 따사로운 봄볕에 녹일 수 있는 계절이 되면 생기는 일종의 생리적인 피로감(疲勞感)이다. 춘곤증은 4-5월에 많이 나타나며,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혹자는 ‘졸음 폭탄’이 떨어질 때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했다. 봄철에 기운이 없고 쉽게 지치는 춘곤증을 가볍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농촌진흥청은 춘곤증을 극복하는 이색적인 방법으로 ‘돼지 다리살 요리’를 추천했다. 즉, “춘곤증은 봄철에 급격한 기온 변화로 생기는 피로감인데 돼지고기 다리살에는 이를 줄여주는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등이 풍부하므로 구워서 제철 채소와 함께 먹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춘곤증을 극복하기 위하여 식사, 운동, 생활습관의 조절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봄철에는 신진대사가 왕성하므로 우선 영양 보충을 충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로가 계속되면 식욕(食慾)이 떨어지는데 이때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 비타민B와 면역기능을 돕는 비타민C가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쌀밥보다는 잡곡밥을 먹는 것이 좋다. 냉이, 달래, 씀바귀 등 봄나물을 포함하여 음식을 골고루 먹도록 한다.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므로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규칙적으로 하여야 한다. 잠드는 시간이 다소 다르더라도 아침 기상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일과 후 과음(過飮)으로 인한 생체리듬을 깨는 일은 피해야 한다. 심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피로는 그날그날 풀어 생리적인 부담을 덜어주도록 한다.

운동은 1주일에 3회 이상, 1회에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한다. 지나치게 과격한 운동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보다는 약간 땀이 날 정도의 가벼운 유산소운동을 하도록 한다.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에어로빅 체조 등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종목을 골라 한다. 

봄나물은 춘곤증을 이기고 추운 겨울과 환절기에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 봄나물은 겨울을 지내고 생동하는 봄을 맞이하여 활력 넘치는 움직임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원이 되는 각종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다. 대표적인 봄나물에는 쑥, 달래, 냉이, 돌나물, 참나물, 취나물, 봄동, 돌미나리, 유채나물, 두릅 등이 있다.

쑥(Mugwort)은 ‘봄나물의 전령사(傳令使)’로서 옛날부터 민간요법으로 배가 아프거나 신경통에 많이 사용하였다. 쑥은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A, C가 풍부하며, 쌉싸래한 맛이 봄철 입맛을 돋우는데 도움을 준다. 쑥은 모양이 특이하여 구별이 쉽기에 누구나 캐는 것이 가능하다. 필자는 작년 봄에 가족과 함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통영에서 맛있게 먹은 ‘도다리 쑥국’이 생각난다.

달래(Wild garlic)는 ‘산에서 나는 마늘’이라고 불리며, 알뿌리 식물로서 마늘과 파뿌리를 합하여 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달래는 단백질, 칼슘, 인, 비타민 등이 들어 있어 빈혈이나 각종 성인병에 도움이 된다. 달래는 으깬 두부와 함께 전을 부치면 간식으로 좋으며, 달래의 매운맛은 사라지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냉이(Shepherd's purse)는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촉진하며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이른 봄에 나오는 냉이는 각종 비타민, 칼슘, 철분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봄 냄새가 향긋한 냉이를 주로 국이나 나물 등으로 조리하여 먹는다. 흔히 냉이요리라면 무침이나 국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파스타 재료로 인기가 높다. 즉, 오일 파스타에 데친 냉이를 넣으면 별미다. 

돌나물(Sedum)은 ‘곳나물’ ‘돈나물’이라고도 부르며, 식욕을 돋우고 피를 맑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간과 신장에 좋으며, 체내독소를 제거하는 성분이 있다. 물김치를 담가 먹거나 초고추장 등 새콤한 양념으로 나물로 무쳐먹는다.  참나물(Pimpinella brachycarpa)은 쌉싸름한 맛과 은은한 향이 나며, 무기질과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다.

취나물(Aster scaber)로 쌈을 싸먹으면 나물의 특이한 알싸한 향이 미각을 자극하여 입맛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취나물은 칼륨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체내 염분을 배출하여 고혈압 등에 효과가 있다. 

봄동(Spring green)은 씹는 맛이 고소하며 칼슘과 비타민C가 풍부하다. 돌미나리(Wild water dropwort)는 비타민이 풍부하며 해독해열작용이 뛰어나다.

유채나물(Rape leaves)은 유채꽃이 피는 유채의 어린잎을 따서 먹으며, 단맛이 나는 나물이다. 유채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며, 주로 나물로 무쳐 먹지만, 국이나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한다. 두릅(Aralia elats)은 비타민 외에 칼슘이 풍부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른 봄에 나오는 두릅은 어린 싹만을 먹으며,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전, 튀김으로 먹기도 한다.  

봄이 기지개를 키면서 기웃거리면 해토(解土)머리 헐렁해진 흙을 뚫고 양팔을 벌린 어린 쑥들이 머리를 내민다. 들에는 쑥을 캐는 아낙네들이 보인다. 시골 사람들은 쓰디쓴 쑥을 다디달다고 한다. 쓴맛이 단맛으로 바뀌는 놀라움은 봄이 건네는 위안이라고 볼 수 있다. 봄나물로 춘곤증을 극복하고 화창한 봄을 즐겨야 하겠다.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를 이기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면역력(免疫力)이며,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식습관이다. 이에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 정한 다섯 가지 식품군(곡류, 고기ㆍ생선ㆍ달걀ㆍ콩류, 채소류, 과일류, 우유ㆍ유제품류)을 골고루 섭취하여야 한다. 또한 식사를 거르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즐겁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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