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BDS라운지] 쓰레기 소각장,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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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의 BDS라운지] 쓰레기 소각장,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04.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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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한을 4월 19일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로 인해 모든 학교는 물론 일부 직장인들은 자택 근무를 하며 일명 '집콕'을 실천하고 있다.

실제로 집에서 소비되는 생필품과 식료품이 늘어나다보니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쓰레기 분리수거 날에는 전보다 눈에 띄게 쓰레기 양이 늘어났다.이렇다 보니 '이 많은 쓰레기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란 궁금증이 생겼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만 배출되는 쓰레기량이 2016년 42만 9128톤에서 2018년 44만 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재활용 수거되는 쓰레기가 59%로  OECD국가 중 독일(65%)에 이어 2위로 매우 우수한 편이다(2013년 OECD 기준). 하지만 정부의 미비한 규제로 애초에 재활용이 어렵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많아 분리수거 된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비율은 극히 낮았다.

한국포장재재활용공제조합이 지난 2015년 페트병 15만6401개를 조사한 결과 15만 844개(96.4%)가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으니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수거된 쓰레기는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소각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부는 쓰레기 처리를 위해 대규모 쓰레기 매립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왔다. 실제로 2011년 쓰레기 매립 비율은 전체 폐기물 중 9.4% 정도로 소각 5.9% 대비 매우 높았다. 

쓰레기 매립지는 당연히 쓰레기 운반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폐기량에 비례하여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즉 인구수에 비례하는데, 이렇다 보니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매립지가 입지하게 되었고 현재 수도권매립지는 부지면적면 약 16㎢ 로 서울 여의도면적(2.9㎢ )의 5배가 넘는다.이는 우리나라 전체 매립지 전체 면적의 57%를 차지한다.

수도권 쓰레기매립지의 역사는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중반 서울의 폐기물을 처리하던 난지도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당시 현경청과 서울시는 내륙이 아닌 간척지로 눈을 돌렸다.하지만 해당 지역은 애초 농경지 확보를 목적으로 매립면허를 받았던 인천 서구 원창동, 경서동, 연희동과 김포 일대 였다.매립 면적은 1천150만평에 달했다.이는 송파구보다 넓은 면적이다. 간척 이전의 갯벌은 주민들이 해산물 등을 캐던 삶의 터전이였다.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지정되기도 했던 이곳은 간척 이후 쓰레기 매립이 시작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현재에도 이곳에 매립이 진행되고 있는데 2000년까지 제1매립장(면적 4,089천㎡)에 매립이 이루어졌고 2000년부터 2018년까지는 제2매립장(면적 3,779천㎡)의 매립이 이루어졌다.지금은 3-1(면적 : 1,033천㎡)매립장의 매립이 진행 중이다.제4매립장까지 여유가 있다지만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는 매립은 지속가능한 처리방식이 아니다.

이러한 실정을 고려하여 정부는 2020년까지 매립 비율을 9.4%에서 3.0%로 대폭 줄이고 소각비율을 2011년 5.9%에서 10.5%로 늘이는 계획을 세웠다.계속 늘어나는 폐기량을 고려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소각장을 늘려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하지만 쓰레기 소각장은 여전히 혐오 시설로 인식되어 수도권에 소각장을 건설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총선을 앞두고 소각장이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의 1번 공약은 ‘소각장 폐쇄’ 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쓰레기 소각장은 님비(NIMBY : Not In My Back Yard) 현상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결국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각장 건설이 필수불가결한데, 이를 위해서는 쓰레기 소각장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로 쓰레기 소각장은 쓰레기를 소각하며 나온 열과 전기를 생산하여 해당 지역에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큰 장점도 존재한다.이런 장점과 더불어  소각장을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유럽의 지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북유럽 국가의 국민들은 환경문제에 매우 민감하다.그 중 2025년까지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도시’를 목표로 삼고있는 덴마크에는 코펜힐(Copenhill) 이라는 매우 유명한 쓰레기 소각장이 있다. 우리에게는 혐오 시설에 불과하지만 코펜힐은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간 44만톤의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대규모 소각장이다.

코펜힐은 단순히 쓰레기를 소각하는 소각장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시설로 만들었다.연기가 나오는 굴뚝은 공장이 아닌 조형물을 연상하듯 건축하였고 덴마크에 스키장이 없다는 것을 고려해 소각장을 비스듬하게 설계하여 옥상의 경사를 이용한 스키장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트래킹 코스를 비롯하여 레스토랑 까지 만들어 지역 주민들의 대표 문화시설로 인식되게끔 했다.

이처럼 늘어나는 쓰레기량으로 매립이 불가하여 쓰레기 소각장 건설이 불가피한 실정에서 ‘쓰레기 소각장 철거’는 혜안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쓰레기 소각장을 앞서 소개한 좋은 선례를 참고하여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SW

llhhll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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