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그들은 왜 사전투표를 '부정'이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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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그들은 왜 사전투표를 '부정'이라 하는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4.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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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유튜버-통합당 낙선자 '사전투표 부정' 주장
통합당 '선 긋기', 하지만 당내에서도 불거져
"조회 수, 모금 위해 가짜인 걸 알면서도 퍼뜨린다" 입장도
민경욱 통합당 후보(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사진=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캡처
민경욱 통합당 후보(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사진=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캡처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보수 유튜버들과 일부 미래통합당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사전투표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통합당 후보들이 사전투표함을 연 뒤 잇달아 역전패를 당하자 보수 유튜버들이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고 여기에 통합당 소속 낙선자들이 찬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전투표함상 특수봉인지의 서명 필체가 사전투표 당시 필체와 다르다', '격전지에서 63대 36 비율을 의도적으로 맞췄다', '5060세대 투표율이 가장 높은데 이들이 민주당에 몰표를 줬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투표함의 봉인지가 훼손됐다' 등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이에 대한 선관위의 입장은 '황당'이다. 각 언론들도 나름대로 '팩트체크'를 하면서 부정을 입증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불을 붙이고 있는 이들이 바로 통합당의 낙선자들이다. 경기 부천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차명진 후보는 "최소 12곳의 사전선거 결과가 이상하다. 두 후보의 관내득표-관외득표 비율이 똑같다고 한다"면서 재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인천 연수을에서 낙선한 민경욱 후보는 사전투표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해 "똑같은 비율의 사람이 저를 좋아하고 똑같은 비율의 사람이 이정미 (정의당) 후보도 좋아한다?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라며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 부정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박성중 통합당 의원은 지난 20일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사전투표의 문제가 실증적, 구체적 수치로 제시됐다. 이것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부정 선거가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통합당은 이에 대해 '선긋기'를 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20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수 유튜버들을 향해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 돌아다니지만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비판했고 이준석 최고위원은 보수 유튜버들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며,정진석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전투표 선거부정 시비는 정도(正道)가 아니다. 개표 결과가 의심스러우면 후보자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가로세로연구소'는 '진실규명'을 이유로 6천만원을 목표로 한 펀딩을 시작했고 서울 강서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태우 통합당 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향력 있는 우파 유튜버 채널들이 연합해 50억 정도 현상금을 걸어 내부고발자를 찾아야한다"면서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음모론'은 보수 유튜버들이 자신들의 조회 수,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퍼뜨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전투표 전부터 보수 유튜버들이 '사전투표하면 조작되니까 본 투표를 하라'고 했고 선거가 끝나니 '봐라, 조작 아니냐' 이러고 있다. 그 방송을 보고 보수유권자가 사전투표를 안 나가면 본 투표도 꺼림칙해서 안 나갔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보수표를 잃어버린다. 지금 상황은 '조회수 장사를 위해 알면서도 가짜뉴스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보수언론에서는 이번 상황을 8년 전 '나는 꼼수다'의 부정선거 의혹에 빗대고 있다. 당시 '나꼼수'는 18대 대선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더 플랜>이라는 영화를 만든 바 있다. 그러면서 당시 '나꼼수' 지지자를 의식했던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패한 예를 생각하며 통합당이 보수 유튜버들과 거리를 두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유권자들이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고 바뀌지 않는' 보수를 심판한 상황에서 '사전투표 음모론'은 도리어 보수에 대한 피로감을 부추겨 효과가 이전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보수 유튜버들의 지금의 행동은 몰락해가는 보수의 끈을 잡고 어떻게든 자신들이 지금 있는 자리를 지키려는 마지막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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