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참 난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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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참 난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4.2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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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계 시술 이어 중태·뇌사·사망설 등 아무말 대잔치
경호원 중 감염자 나와 원산에 머무르고 있다로 좁혀져
'단 한 명의 확진자 없다는 北' 사실일 땐 웃기는 코미디
건강 이상설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DB
건강 이상설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참 난처하다.

이렇게 난처할 때가 없다. 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얘기다. 지난 11일 김 위원장은 항공군 추격습격기연대 시찰 이후 모습을 감췄다.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회의와 14일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등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에게 신변 이상설이 제기된 것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15)에 참배를 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데일리NK가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스타트를 끊었고, 그 뒤를 이어 CNN이 수술 받았지만 의식불명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중태, 뇌사, 식물인간 등 별의별 추측이 제기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친동생인 김여정이 제1위원장을 승계한다고 정점을 찍자 청와대가 부랴부랴 지방에서 측근들과 체류 중이고 정상 활동을 수행 중이라고 진화했다. 하지만 23일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실상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자 통일부는 북한 내부에 특이동향이 없다면서 이상설을 일축했다.

24일에는 동아일보가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주부터 원산에 체류하고 있으며 1520일 사이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 등을 이용하지 않고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CNN 보도는 부정확하고 그가 괜찮기를 바란다고 거들었다. 도쿄신문은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원산의 별장에 머물고 있는데 경호원 중 감염자가 나와 경비태세에 불안을 느껴 피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감염자가 나와 원산으로 갔다는 대목이다. 신변 이상설이 제기된 지 보름이 지나면서 모양이 좀 우스운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경호원 중에 감염자가 나와 원산으로 갔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는 느낌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데 경호원 중에 감염자가 나왔다면 코미디 중에서도 상 코미디다. 미사일이나 박격포, 전투기 훈련 중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참 멋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

3월말 원수님의 방침 관철을 위한 신형코로나 방역사업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자는 제목의 양강도 주민대상 강연회에서 강연자는 내부에 신형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평양시와 황해남도, 함경북도 단 세 곳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RFA가 보도했다. 그렇지만 WHO에서는 지난 17일 현재 확진자가 없다면서 212명을 격리하고 있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묘하게도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는 통에 국제사회가 도와 줄 명분 또한 없게 만들었다. 통일부는 손소독제, 방호복 등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물품 반출을 2회에 걸쳐 승인했지만 확진자가 없는 북한을 도와준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 NGO들의 대북 지원 물품도 중국 단둥에서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어쨌거나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제 서서히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제부터는 뭔가 극적인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코로나로 인한 헤프닝이라면 참 면목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최대 15만명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공호흡기 50개도 채 안 된다는 북한 의료시설로 코로나 사태를 감당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국경만 닫아 건 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확진자가 나왔다면 그렇다고 하면 되고 또 국제사회에 도와달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그걸 못하니 '화장(?)'까지 했다는 조롱의 사진을 돌게 했다. 북한은 지도자도 총화(자아·호상비판)를 해야 할 때인가 보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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