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의 표류' 차별금지법, 21대 국회 통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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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표류' 차별금지법, 21대 국회 통과할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4.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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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 "필요성 느낀다", 인권위 '9월 국회 상정' 계획
진보-보수 기독교단체 찬반 갈려 "사회적 공감대 표준 vs 동성애 옹호"
인권위법 '법적 구속력' 부재,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 실려
지난 2018년 10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10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그동안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됐던 '차별금지법'을 21대 국회가 통과시킬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9월 국회 상정, 연내 제정'이라는 계획을 잡았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발언을 했으며 진보 기독교단체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자는 목소리가 폭넓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학력, 지역, 인종, 종교, 장애, 성적 지향성, 언어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법률로 지난 2007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 측에서 '동성애 반대' 등을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거세게 반대했고 종교와는 무관하지만 동성애를 인정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 2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여성, 장애인, 난민,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많이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해 12월 장관 후보자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인권기본법과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시급히 제정되기를 바란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3월에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부터 차별금지법 쟁점검토 회의를 진행 중이며 의견들을 수렴해 9월 정기국회 법안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최 위원장은 4월에 진행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임기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과 인권위법 개정을 꼭 이루고 싶다. 그 이름이 평등기본법이든, 차별금지법이든 우리 사회가 인권 분야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을 꼭 하고 싶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1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통해 "21대 국회는 개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합리적이지 않은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 시행하는 '평등국회'가 되어야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이자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는 필수 요건"이라면서 "온전한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섬으로써 소수라는 이유로 그 존재를 무시하는 혐오와 차별을 넘어 환대와 평등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자 22일 기독자유통일당은 성명을 통해 "NCCK가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차별금지법은 전통적, 역사적으로 차별받아온 대상인 여성, 장애인 등을 앞세우지만 결국 동성애, 이단사상을 옹호해 교회와 가정을 파괴하는 행위들을 보호하는 내용이 핵심이며 이러한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교회와 가정, 사회를 파괴시키는 문화막시즘의 시대를 열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차별금지법 발의 압박은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거스르는 죄악이자 반 기독교적, 반사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수세력들이 NCCK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NCCK는 23일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법'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발언을 처벌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차별을 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차별인지를 밝히는 기준이며, 그 차별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선언하는 의미가 더 크다. 차별금지법은 사회 구성원과 언론이 차별로 인한 혐오와 배제를 비판하면서, 보편적 인권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를 증진시켜 가는 표준이 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차별을 받으면 안된다는 것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규정하고 있다"면서 차별금지법을 따로 제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권위의 권고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차별에 대한 처벌이나 직접적인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통해 법적 구속력을 높여야한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법무부 장관의 '필요성' 발언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정 의지, 진보 기독교계의 찬성 목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차별금지법이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지만 여전히 견고한 보수 기독교계의 '동성애 반대'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를 하면 목사가 구속된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 보수적인 우리나라의 정치 풍토의 벽이 아직 높기에 차별금지법 상정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공은 이제 21대 국회로 넘어가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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