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 가지' 빠진 이재용 대국민사과…"문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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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 가지' 빠진 이재용 대국민사과…"문제는 실천이다"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0.05.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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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세습·노사·준법' 주제로 '90도' 폴더 사과
책임·반성·대책 빠졌다…"'다짐'만 있을 뿐 '구체성'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세습, 노사, 준법 등 세 가지 관련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세습, 노사, 준법 등 세 가지 관련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더 이상 삼성 내에서 '무노조 경영'은 없을 것"이라면서 △경영권 승계 △무노조 경영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는 본인이 잘못의 당사자이거나 어떤 일에 책임을 져야 할 때 하게 된다.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실제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문 발표에 대한 대부분의 여론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일부 언론매체는 '파격' '깜짝' '정면 돌파' '진정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 내용에 '책임 인정'과 '반성',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단 이 부회장은 이날 사과에 자발적으로 나선 게 아니다.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의 대법원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를 설치 시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삼성 측은 지난 2월 외부 명망가로 구성된 준감위를 출범시켰다. 

이후 지난 3월 준감위는 △경영권 승계 의혹 △무노조 경영 방침 철회 △시민사회와 신뢰 회복 등과 관련 이 부회장의 직접 사과를 권고 했고, 이에 따라 이번 대국민사과가 진행됐다. 

이 같은 배경과 맥락을 전제한 상태에서 이 부회장의 사과문을 살펴보면 '선언'과 '다짐'만 있을 뿐 '구체성'이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로 삼성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 부회장의 사과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로 삼성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 부회장의 사과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세습'과 관련, 과거 이건희 회장 시절 벌어져 법적 처벌이 완료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사건을 예로 들어 사과하면서도 자신이 연루된 '국정농단 뇌물'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잘못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반성이나 책임에 대한 인정 대신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짧게 언급한 뒤 "앞으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법을 어기는 일을 결코 하지 않겠다"는 추상적인 선언만 내놨다.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었다. 

일부 언론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는 말도 현재 진정성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최소 10년 이후에나 발생할 미래의 일이고, 이 부회장 역시 '생각'이라는 표현으로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또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떻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도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원론적인 다짐에 그쳤다. 

사과는 듣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진정성' 여부가 갈리는 만큼 이 부회장의 사과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결국 실천이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 부회장의 '선언'과 '다짐'도 아무 의미가 없다. '대국민 사과문'이 갖는 무게감을 알고 있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더 큰 부담이 돌아온 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90도 폴더 인사를 세 번이나 보여줬음에도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누적된 삼성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 

법조계 일각의 해석처럼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가 '감형을 받기 위한 재판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판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국민들은 삼성의 약속 이행 여부에 끝까지 주목할 것이다. 

'새로운 삼성'으로 가는 그 길에 국민들의 신뢰가 함께 할 지 지켜볼 일이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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