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가부 SNS는 개인 트위터?...네티즌과 ‘키보드 배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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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가부 SNS는 개인 트위터?...네티즌과 ‘키보드 배틀’ 논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5.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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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인스타·유튜브, 성 갈등 ‘인스타툰’, ‘댓글 설전’ 벌여
검수 없이 올려도 “인용처 외신이니 문제없어”...책임감 어디
논란 일자 “공식입장 아냐”...담당자 물으니 “알 필요 없다”
네티즌 이의제기에 ‘성차별적 권력구조 이해하라’ 요구까지
여가부가 말하는 ‘소통’의 이면 “공부하세요”·“Uneducated”
사진=여성가족부 인스타그램
사진=여성가족부 인스타그램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여성가족부의 공식 SNS 채널이 검수 없이 콘텐츠를 게재하고 네티즌과 댓글 설전을 벌여 비판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여가부 디지털소통실은 “인용처가 공신력 있는 외신이니 문제없다”라거나 “부정적 반응만 있는 건 아니나, 댓글 자체가 공식입장은 아니다”라고 답하는 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여가부 공식 SNS 채널이 온라인 여론에서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가부 인스타그램은 ‘여자는 남자보다 차 사고를 낼 확률이 적지만, 치명상을 입거나 사망할 확률은 남자보다 높다’는 등 주장이 담긴 ‘인스타툰’이란 컨텐츠를 올렸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해당 컨텐츠가 ‘비약·불확실성이 심하다’는 평가부터 ‘성 갈등을 조장하고 기관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비판은 지난 4일 여가부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한 동영상 댓글에서 크게 터져 나왔다. 일부네 티즌이 반론 등 비판적 댓글을 달자, 여가부 채널 계정은 직접 댓글을 수차례 다는 등 네티즌과 온라인 설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이에 대해 ‘여가부의 공식 입장이 정말 이런 것이냐’며 여가부 SNS 소통 채널 콘텐츠의 신빙성과 대응 자세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 검수 없이 컨텐츠 올리고 “인용처 외신이니 문제없다...부정적 반응만 있진 않아”

본지가 8일 오전 여가부 측에 문의한 결과, 해당 행위를 한 주체는 여가부 대변인실 산하 디지털소통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스타툰의 경우 지난해 2월 23일 ‘캐롤라인 크리아도 페레즈(Caroline criado perez)’라는 영국 페미니스트 작가 겸 기자가 영국 가디언 지에 기고한 기사 내용을 인용했다.

페레즈는 과거 2013년 영국 10파운드 지폐 속 인물을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에서 소설 ‘오만과 편견’의 저자 제인 오스틴으로 선정되는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영국 여론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기도 한 페레즈는 최근 ‘신형 아이폰 크기와 영국 여권의 디자인이 여성을 차별했다’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작가의 이력 및 발췌 기사 내용의 정확성, 인스타툰의 논란 부분에 대해 담당 부서인 디지털소통팀은 필수적인 검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소통팀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스타툰 작업에만 한해 모 프리랜서 작가의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해당 작가의 약력까지 파악하진 못했으나 출처를 명기토록 했다”며 “가디언지가 공신력 있는 언론이니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인스타툰과 인용 기사가 부르는 논란에 대해 해당 관계자는 “창작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범위에서 맞다고 판단했다. 해외 기사를 따와 웹툰화 한 것이기에 국내 통계 자료를 인용하지 않았다 해서, 반드시 틀렸다고 수정을 요청할 순 없다”며 “반응은 고려하고 있으나 ‘좋아요’ 반응 등 부정적 반응만 있는 건 아니다. 논란점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 ‘댓글 설전’ 줄줄이 달고도 “공식입장 아니다”...‘누가 했냐’ 물으니 “알 필요 있나?”

반면 논란의 여가부 ‘유튜브 설전’을 벌인 디지털소통팀 소속의 담당자 신원을 묻는 질문에 해당 관계자는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담당자 직위부터 답변 거부 이유를 묻는 질문마저 “말씀드려야 된다고 생각치 않는다”며 한사코 밝히지 않는 등,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여가부 유튜브는 댓글을 통해 ‘폭력은 보통 권력관계에 의해 발생한다’, ‘국방부도 성평등 근무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안다’거나 ‘보다 성평등한 사회에서는 성병권력관계에 의한 폭력도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네티즌은 해당 페이지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행정부처의 공식 소통 채널이 의아한 주장 및 사견을 달고 있다’거나 ‘이것이 과연 공식 SNS 창구를 통해 해도 되는 말이냐’는 등 거센 비판을 달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공식입장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발표하는 부분일 뿐, 댓글은 소통과정에서 최대한 사실 관계와 여가부 입장을 반영해 답변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공식입장으로 일치화 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책임감을 갖고 댓글을 다나, 보도자료와 같은 수준으로 내부 검토과정을 거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네티즌 의견에 대한 반박이 아닌 설명을 드린 것이나,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박이라 공격적으로 느끼셨을 수도 있겠다”며 “디지털소통팀에서 채널 성격에 맞게 질의한 부분에 드린 답변이나 그에 대한 책임은 제 책임”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페이지에서 여가부 유튜브는 응원성 댓글에는 직접 ‘하트’ 아이콘을 줄줄이 단 반면, 비판적 댓글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사진=EA·트위터·네이버 갈무리

◇ “공부하세요”와 “Uneducated” 사이...여가부 ‘소통’ 신뢰성의 자승자박

여가부 유튜브는 문제를 제기한 네티즌에 대해 ‘성폭력 문제제기는 남성 개개인이 아닌 성차별적 권력구조와 이에 의한 폭력에 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네티즌은 이것이 일부 극단적 페미니즘 커뮤니티와 게임 ‘배틀필드 5’ 前 제작자 패트릭 소덜렌드가 페미니즘 비판 여론에 답해 논란이 된 소위 “공부하세요”, “Uneducated(못 배워 먹은)” 발언과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가부는 시민사회로부터 ‘성별 갈등 조장으로 국민을 분열한다’는 비판을 맞고 있다. 방송·통신의 경우 지난해 2월에는 각 방송사에 ‘성평등 안내서’란 방송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보냈으며, 4월에는 오픈채팅방 불법촬영물 단속까지 실시해 검열·월권·사찰 논란을 일으켰다. 2018년 10월에는 토론회에서 ‘반페미니즘 인터넷 개인방송을 규제하고 모니터링을 해야한다’고 강조하는 등 방송·통신 전반에 깊이 개입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실태로 인해 여론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이번 사태는 기름을 부은 격으로 평가되고 있다. 18부 행정부처 중 한 곳이 국가 공인이라 개설한 SNS 소통 창구에서 담당 공직자가 컨텐츠 검수나 관리·점검 없이 사견을 달고도, “공식입장은 아니다”라며 물의적 행동을 일으킨 해당 공직자의 신원조차 감싸는 등, 책임 회피적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여가부 디지털소통팀 상위 부서인 대변인실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담당자는 부재중이란 답변만 받았다. 여가부 대변업무를 보조하는 홍보담당관실에도 수차례 문의했으나 어떠한 담당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민사회가 가하고 있는 비판적 여론처럼, 여가부는 공직자의 논란적 행동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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