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BDS 라운지] 강남엔 ‘일자리’, 강북엔 ‘잠자리’?
상태바
[이혜리의 BDS 라운지] 강남엔 ‘일자리’, 강북엔 ‘잠자리’?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05.11 10:00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서울 도심 주택 7만호 공급' 등의 내용이 담긴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지난 6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서울 도심 주택 7만호 공급' 등의 내용이 담긴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지난 6일 정부는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주택 7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현재 지정된 호수는 15,446호이다. 

주요 지역으로는 용산 정비창과 용산유수지에 8500호, 영등포 쪽방촌에 1190호가 예정됐다. 이밖에 서울역과 오류동의 코레일 부지와 서부트럭터미널에 약 2000호가 선정됐고 강남권에는 역삼, 대치, 방이동의 사유지 공공기여 부지에 472호가 예정됐다. 

정부는 그간 규제를 통해 서울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는 풍선효과를 일으켰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원리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도심에 ‘질적 공급’을 하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해석된다. 

‘양적 공급’이라고 할 수 있는 기존의 2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 도심 30km 반경의 먼 거리에 위치해 있어 도심과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서울의 주택가격이 상승해왔던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2기 신도시 중 김포, 옥정, 파주 등 일부 지역들은 미분양이 나기도 하며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따라서 좀 더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20km 반경 내의 3기 신도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 도심의 재건축 재개발 등의 규제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유휴지나 공유지 등의 부지를 확보해 주택으로 대체할 지역들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들 지역 중 눈여겨 보아야 할 곳은 용산 철도 정비창 부지로 442,000㎡ 규모에 8500호를 공급한다고 밝혀 미니 신도시라 불리는 지역이다. 이 곳은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통합 개발안으로 발표된 지역이지만 2013년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가 채무 불이행 상태로 코레일과 법적 소송으로 이어져 사업협약에 해제 통보 되어 도시개발 구역에서 해제되었다. 

소송 종결 이후 2018년 박원순 시장은 10년이 넘게 방치되었던 강북의 노른자 입지 지역인 이곳에 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 계획은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기름을 붙는 격이라는 비판 속에 무산되었다. 

반면 그 사이 삼성동 옛 한전 부지(7만9341㎡)는 2014년 10조 5000여 억원에 현대차에 매입되었다. 이 부지에 국내 최고층인 지상 105층 규모의 GBC타워를 2026년까지 준공 목표를 세웠고 2019년 11월 26일 건축 허가를 교부받아 지난 달 첫 삽을 떴다. 

결국 강북의 용산 철도창 부지에 머메드급 개발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무산되며 8000가구 규모의 ‘잠자리’가 들어서게 된 반면 강남은 GBC 타워와 함께 영동대로 개발에 힘입어 121만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강북과 강남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30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 3도심은 한양도성(종로 업무 지구), 여의도, 강남으로 강남에는 최근 걸설된 롯데 타워를 비롯하여 GBC 타워 등 랜드마크라 불릴 수 있는 굵직한 상업 업무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다. 여의도 역시 파크윈이 들어서며 서울 주요 도심의 역할을 이어나가고 있다. 

반면 강북의 가장 큰 개발은 종로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과 용산의 철도창 용산국제업무지구 였으나 모두 이루어지지 못할 전망이다. 최근 종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사업’에서 서울시는 일몰제에서 살아남은 세운2구역 조차도 통합개발 불가 입장을 내놓으며 사실상 개발이 불투명해졌다. 곧이어 용산 철도창 부지도 공공택지가 들어서게 되면서 강북의 주요 업무지구개발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존의 용산국제업무지구는 2017년까지 111층에 높이 620m의 트리플원 빌딩과 함께 초고층 빌딩 67개를 세워 최첨단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는 서울이 상하이, 도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국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최대의 개발 사업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계획은 강북의 강남의 지역적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과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용산의 8000호 대규모 공공택지 공급 계획은 로또 청약으로 부동산 열기를 불어넣는 셈이 되었다. SW

llhhll69@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